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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윤 Mar 13. 2022

인도7. 여긴 어디죠? 유심 찾아 삼만리

타지마할에서 나와 할아버지께 맡겨놓은 짐까지 찾았는데도 시간은 오전 11시 40분이었다. 

바로 다음 행선지인 아그라포트로 바로 가지 않더라도 그 사이에 유심을 구매하기엔 꽤 충분한 시간이었다. 

S는 말톡유심을 한국에서 신청해 왔으나 지방에 가면 잘 터지지도 않는다는 말톡 유심으로는 만족할 수 없던 나는 현지 유심을 구입하기로 마음먹고 아그라에서 어느곳에서 유심을 사야 하는지도 조사해 왔던 터였다. 


4박 6일 짧은 시간안에 3지역이나 도는 무리한 일정이었기에 시간을 허투로 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모든건 사전조사로 가능하면 버리는 시간 같은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던 여행이었다. 그리고 유심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쓸 루피는 이미 타지마할 티켓을 구매한 뒤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지라 환전 또한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래저래 바로 다음 행선지로 이동할 상황은 아니었다. 

사전조사로 알아온 정보에 따르면 타지마할 동문쪽에서 좀 떨어진 호텔 맞은편 여행사에서 개통처리를 빨리 해준다란 말만 굳건히 믿고 구글맵으로 여행사를 검색해보니 걸어서 19분 거리에 있었다. 


평소 여행의 참맛은 걷는 여행에서 얻을 수 있다란 경험상의 신조로 19분 정도면 인도 거리도 감상할 겸 가볍게 가볼만한 거리란 생각으로 구글맵이 안내하는 방향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분쯤 걸었을까? 이곳은 어디이며 우린 왜 이곳에 있는가?

우리가 아무리 인도에 온지 이틀째라 잘 모른다지만 주변의 풍경이 너무 이상했다. 

길거리에 널리게 보이던 배낭 여행객은 커녕 타지마할 앞에서 보던 일반(?)인도인도 잘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서 귀가 찢어질것 같은 라디오 노랫소리가 흘러 나왔고 

흙탕물도 아닌 정체 모를 검은물이 흐르는 냇가와 쓰레기 더미가 아무곳에나 쌓여 있었다

개, 돼지, 소, 닭 등이 서로 뒤엉켜 있는데 개는 지독한 피부병이라도 걸린 것인지 털이 반 이상은 듬덩듬성 빠져 있고 돼지와 소는 쓰레기더미를 얼굴을 박고 먹잇감 구하기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사람들의 차림새 또한 아무리 좋게 봐도 이곳은 평범한 마을은 아니었다.  

후에 안 것이지만 그곳은 바로 법으론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인도에 만연하게 남아있는

불가촉천민계급 사람들이 모여사는 빈민가부락이었다. 

(돼지는 불가촉천민들이 사는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인도에선 가장 천하게 여기는 동물이라고 한다.)


S와 나는 서로 말을 잃고 각기 다른 공포심으로 얼어 있었다. 

개 공포증이 있던 나는 저 털 빠진 개한테 물렸을 때 과연 한국에서 맞고 온 파상풍 주사로도 무사할 수 있을까?라는 꽤나 엉뚱한것 같지만 당시로선 매우 심각했던 고민에 빠져있었고

현실파악이 빨랐던 S는 주변건물이나 분위기로 보아 우리 두명쯤 이곳에서 사라진다 아무도 모르겠는데라는꽤나 현실적인 상상을 하고 있었지만 동상이몽이라 한들 결론은 하나였다.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입은 무거워지고 발걸음은 빨라졌다. 

날씨가 더운건지 내 공포심이 한껏 달아 올라 열을 내는 탓인지

목덜미 뒤로 차갑게 식은 땀줄기가 흘러내렸다. 


공포로 사색이 된 우리와 달리 

이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외국인 그것도 동북아시아인 여자 두명의 쌩뚱맞은 등장은 

꽤나 좋은 구경거리가 되기에 딱이었다.


길을 건너다 우릴 향해 다가오는 개 때문에 사색이 되어 식겁하는 내 모습에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들을 주고 받으며 깔깔대며 즐거워 하는 동네 주민들과 

동네 꼬마아이들은 죄다 나와 우릴 목이 빠져라 구경하기 바빴고 그도 모자라 옥상에서조차 우릴 구경하기 위해 몸을 반 쯤 빼놓고 동물원에 들어온 새로운 동물을 구경하듯 호기심에 가득한 눈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 


이런 기분은 동물원의 동물들 기분일까? 스타들의 기분일까? 부담스러운 과도한 관심은 부담스러움을 넘어 공포로 다가왔다.


어떤 꼬마아이는 엄마까지 끌고와 우릴 함께 구경하고 있었다. 인도에 도착한 지 이틀만에 인도인들의 지독하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빛에 조금 숙련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이 동네에서 받아본 시선에 비하면 우스울 수준일만큼 내 온몸이 그들의 눈빛에 다 녹아 휘발되어버릴것 같았다.


마음은 조급해지고 눈빛은 부담스럽고 목 뒷덜미 땀줄기는 굵어져 가는데 길까지 잘못 들어서는 낭패에 이르자 공포의 농도는 더욱 짙어져만 같다. 길가에 앉아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그런 우리의 모습이 안쓰러우셨던건지 말 한마디 없이 손짓으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일러주셨다. 그 손짓 하나에 무슨 믿음인지 극한으로 차오르던 공포가 조금 사그라 들며 동네에 떠돌아 다니는 개에게 놀란 내 모습에 깔깔 대면서도 개를 대신해 쏘리라는 사과를 잊지 않던 사람들이며, 칠흑같이 까맣고 예쁜 눈을 가진 아이들이 눈을 빛내며 까르르르 거리는 웃음소리가 눈에 귀에 담기기 시작했다. 적어도 여기서 살아서는 나가게 될 것이란 안도감이 밀려와 나를 약간이나마 안심시켜주었다. 물론 걸음의 속도는 줄지 않았지만...


인도에 도착하고 만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이미 기분은 열흘쯤은 여행한 듯 시다릴대로 시달려 있었다. 무턱대고 타지마할이 보고 싶다고 무턱대고 끊어버린 티켓팅에 대한 댓가는 초반부터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치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건지 한시간만에 도착한 여행사는 (19분....구글 정말 거기 걸어봤니?)

그런 유심을 팔지도 않으며 취급하지 않는 다는 청천벽력같은 말로 나를 다시 한번 이 인도여행이 정말 맞았던걸까하는 의심에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심은 우리 여행에 꼭 필요한 필수품이었기에 순간의 기분에 휘둘려 포기할 순 없었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다시 유심을 찾아 떠나는 수 밖에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녹록치는 않았다.

너무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길 에서 만난 혹은 근처 상점의 현지인들에게 혹시 유심 파는 곳을 알고 있냐고 물어본 것만 네명이었다. 우리의 질문에 꽤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답해준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근거없는 뻥들이었고 꼬박 두시간을 그들의 근거없는 대답에 휘둘려 아그라 시내를 돌아야만 했다. 


누구 하나 장난스럽게 대답한 사람은 없었고 꽤나 열심히 지도까지 함께 봐주며 알려 주었었기에 정말 한치의 의심도 없이 그들을 철썩같이 믿어버린 내 잘못이었다. 아니 잘못이라기보단 그저 인도인을 모르는 초짜 인도여행러의 시행착오였다고 포장하자. 물론 시간이 꽤 지난 지금에서야 이런 여유있는 포장도 해보지만 당시엔 정말 겨울이라지만 타버릴듯한 더위 속에서 그 혼잡한 아그라 골목 골목을 흙먼지 마셔가며 돌아다닌 그 때엔 분노로 들끓었더랬다. 


한번도 두번도 아니고 무려 네번이었다. 우리가 사람들 말을 따라 찾아간 곳은 예전엔 유심을 팔았는데 지금은 팔지 않는구나 하는 이해심도 들지 않는 정말 전혀 다른 곳들 뿐이었다. 처음엔 고맙고 상냥하게만 느껴지던 그들의 친절함에 대해 나는 그 때부터 불신을 갖게 되었다. 인도에 도착한 첫날 이 모든걸 겪었다는 사실이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몇일 안되는 우리의 여행일정 속에서 인도의 매운 맛을 제대로 느끼고 경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발단이었다. 그나저나 우리 유심은 구할 수 있는건가? 아그라포트는? 아...막막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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