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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윤 Mar 13. 2022

인도6. 희뿌옇고 매캐하고 향기롭지만은 않은 타지마할

노랗고 매콤하고 향기롭지는 않지만 타지마할
양파 넣고 감자 넣고 소고기는 넣지 않아 나마스테

가수 노라조의 카레라는 노래에는 타지마할이 등장한다. 인도여행 전 인도에 왜 가려고 하냐는 수많은 물음에 타지마할이 보고 싶어서라고 대답했을 때 돌아온 대답들이 노라조 노래에 나오는 그 타지마할?이 꽤 많이 되물음으로 돌아왔다. 대중가요의 파급력이 이렇게 무서운건가 보다.


그렇게 노라조 노래 가사 속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겁도 없이 막연하게 인도로 떠나온 내 눈앞에는 노랗지는 않지만 희뿌연 미세먼지 사이로 매콤하진 않지만 매캐한 공기에 둘러 쌓인 타지마할이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거기다 운좋게도 꽤 멀쩡해 보이는 타지마할이 내 눈앞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니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갔던 2017년에는 타지마할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던지라 나보다 먼저 다녀온 여행자들의 후기속엔 교정기를 낀 타지마할을 봐야만 했다는 푸념과 아쉬움 섞인 후기들을 꽤 많았는데 그래도 이왕이면 멀끔한 모습의 타지마할이 보고 싶었지만 타지마할 도달하기까지 준비 과정부터 꼬임의 연속이었기에 교정기를 꼈건 뭐건 그저 타지마할을 보는데 의의를 두기로 욕심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 횡재람... 200이 넘던 미세먼지의 희뿌연 대기 마저도 신비로운 연출 장치처럼 느껴질만큼 이미 마음을 다 빼앗겨 버렸다.


한 발, 한 발 다가 갈 수록 선명해지는 타지마할은 아름답고 아름답고 또 아름다웠다.


나의 짧은 어휘력탓에 타지마할에 대한 감탄사는 아름답다 정도의 단조롭기 그지 없는 뻔한 미사어구가 다였지만 내 감동은 그런 뻔한 단어로는 감히 그 깊이를 다 담을 수도 없을 만큼의 끝 없는 깊이의 경이로움 같은 것이었다.


타지마할의 휴관일을 모르고 잡았던 첫 일정이 꼬이기 시작하면서 꼬여버리고 엉커버린 일정과 숱한 문제들, 해외경험이라곤 일본과 캄보디아 정도가 다였던 여행 초보에게 시시각각 문제가 생기고 꼬이는 인도여행 준비는 무척 버거웠다. 뭣 모르고 티켓팅부터 저지른 뒤 불쑥 덮쳐오는 불안감과 두려움은 무식하게 용감하기만 했던 값을 톡톡히 치르게 해주었다. 몇번이고 타지마할을 포기하는건 어떨까하고 쉽게 가는 방법에 흔들리기도 했었지만 기어이 타지마할 앞에 서 있는 순간에 느껴진 감동은 역시 내 짧은 어휘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감정이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감정이었을까?

미세먼지 사이로 타지마할이 가까워 올 수록

그 아름다운 자태가 더 뚜렷해 질수록 왕비를 너무 사랑해 지었다는 이 아름다운 무덤이 단순한 아름답구나라는 감탄사로 단순히 정의 내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떠나보내야 했던 수많은 기술공들의 넋이 한 사람의 무덤이라기엔 너무 거대한 이 공간의 곳곳에 켜켜이 쌓여 가득 채우고 곳이란 생각에 아름답고 서글프고 조금은 공포스러운 공간이 아닐까 싶었다. 


얼핏 보면 아름다운 왕과 왕비가 살던 아름다운 궁전같아 보이지만 그곳은 결국 무덤이었고 누군가의 사랑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희생되어 갔지만 그 흔적은 온데간데 없이 구전으로만 전해질 뿐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실체가 있는 왕비의 무덤은 타지마할 중앙 천장이 무척 높은 그 거대한 무덤의 크기에 비해서는 자그마한 공간에 아름다운 조각 울타리에 둘러쌓여 잠들어 있었다. 그녀를 둘러싼 무엇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고 허투로 만든게 없었다. 도대체 그 옛날 무슨 마법같은 능력으로 그런 작품들을 만들어 낸 것인지 또 한번 의문만 들게 할만큼 아름다운 그곳에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알았을까?

자신은 죽은 뒤에도 조용히 잠들 수 있는 운명이 아니었단걸...

이런 관심과 소란스러움을 즐기는 사람이었길...

역시 국모 노릇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인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일하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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