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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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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윤 Aug 18. 2024

04. 근심걱정은 수용성

수영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동네 수영장을 찾는다,

한 달 자유이용권을 끊어 백수의 특권으로 성수기 시즌에 여유로운 수영시간을 리고 있다.


운동에 재주도 없고 흥미도 없지만

유일하게 2년째 유지 중인 운동이 수영이다.

재주 없는 건 똑같지만(접영 웨이브만 1년째 배우고 있다. 강사님이 바뀌실 때면 내가 경험자인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실 만큼 마법의 통나무 신체와 운동신경을 지니고 있다.)

수영 그 자체가 좋다.


나도 내가 수영을 좋아하게 되리라곤 꿈도 못 꿨다.

습듭력이 느려 이런 단체 강의에서 뒤떨어지는 내 모습에 스트레스받기 일쑤라 사실 수영도 자유형만 익히면 관둘 생각이었다.

물 공포증이 있어 물을 좋아하지 않았고

60대 엄마보다 더 보수적이라 노출에 몸을 사리다 보니 수영복이 여간 부끄럽게 느껴지는 게 아니었다.


 물공포증만 좀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한 수영이었다.

3개월만 다녀볼 생각이었다.

그게 벌써 2년째다


다행히 나는 수영을 좋아한다.

여전히 물은 무섭고

습듭력이 느려 항상 강습시간 맨 꼴찌자리를 도맡고 있

호흡이 짧아 50m 한 바퀴를 간신히 도는 정도

럼에도 수영 좋다


수영 나에 일종의 명상 같은 것이다.


호흡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오로지 그것만 신경 쓴다.

잡념을 갖는 순간 숨은 가파지고 자세는 틀어져 버리기 때문에 시 머리를 비우고 오로지 동작에만 집중한다.

수영은 명상을 닮았다.

느끼고 인지하고 돌아오고


걱정, 고민, 슬픔은 모두 수용성이라 물속에 들어간 순간 모두 녹아버린다.


어디에서 읽은 건지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이 말 참 좋한다.

원래 좋아하던 수영이지만

이 말을 알게 된 후론 수영장 나올 때

몸이 가뿐해진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진다.


백수가 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수많은 념과 근심걱정은 내 몸에 켜켜이 쌓여 마음과 몸을 무겁게 짓누르곤 한다.


취업, 생활비, 나이, 경력, 사소하게는 오늘은 또 뭘 먹지 등등


그럴 때면 수영장을 찾는다.

물속에 들어가며 오늘도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운다.

"모두 모두 녹아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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