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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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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윤 Aug 25. 2024

05. 불안감이 나를 엄습할 때

버텨내는 힘

불안함이 나를 엄습하지 않도록

슬픔이 나를 잠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엄습하는 그 불안과 공포와 두려움에 나는 무기력해져 버렸다.


xxx인사 담당자가 귀하의 이력서를 열람했습니다.

습관처럼 들어가 보는 구직 어플에 딸랑거리는 알람을 누르니 이제 너무 봐서 익숙한 그 문구다.

이제 이력서를 넣은 모든 회사가 내 이력서를 열람한 건가? 그리고 아무 회사에서도 연락을 못 받은 건가?

막연하게 안심하고 있었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백수생활이 끝도 없이 계속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언제까지 이 생활을 해야 하지? 통장잔액은 넉넉한가? 이렇게 올해를 넘겨버리는 건 아니겠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 없이 끝도 보이지 않는 블랙홀 같은 상심의 늪으로 빠져들어간다.


아... 몸이 바닥을 뚫고 지하로 깔려 내려갈 듯 기운이 나지 않는다. 배가 고프지만 일어나 밥을 차려먹을 에너지가 나지 않는다. 도피하듯 잠으로 빠져든다. 눈을 뜨니 네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지만 계속 잠으로 도피하고 싶어졌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 같고 도망치고 싶은 기분뿐이었다.

고작 취업이 잘 안 되는 것뿐이야라고 나를 다독이지만 전혀 와닿지 않는 스스로의 위로였다.


떠지지 않는 눈을 강제로 부릅떴다.

몸을 일으켜 방정리부터 시작했다. 없는 의욕을 짜내서 하려니 작은 방정리 하나에도 몸이 따라주지 않았지만 꾸역꾸역 방정리를 했다. 구석구석 먼지 쌓이고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 물건들을 내 마음속 불안과 걱정들도 슬쩍 같이 끼워 넣어 쓰레기통에 비워버렸다. 방정리를 마쳤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외출 채비를 하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 요즘 내 유용한 도피처가 되어주고 있는 도서관을 찾았다.

청소하면서도 정리되지 않은 불안한 마음도 걱정도 잠시 접어두고 책이라는 다른 세계에 정신을 쏟다 보니 어느새 해는 저물고 다시 동네 한 바퀴를 돌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제 가을이 오려는 건가 아직 공기가 꽤 습하지만 바람이 꽤 선선해져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구나.


취업이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이고 힘든 일인지를 모르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취업을 못해도 힘들고 취업을 해서 일을 해도 힘들고 그냥 그 힘듦의 분야가 다를 뿐이라는걸 모르지 않지만 어엿한 성인에겐 스스로의 생활비를 짊어져야할 책임이 있고 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만큼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언제든 왔을 고비였다. 오히려 지금에서야 온게 놀라울 따름. 하지만 고민한다고 걱정한다고 나아질게 없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한편으론

이런 고민을 하던 날들이 그리워질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거라면 즐기자. 누리자

시간이 여유로워서 한낮에 도서관 올 수 있는 이런 여유를 또 언제 누려 보겠는가. 생각을 바꾸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역시 우울할 땐 정리정돈과 집 밖에 나오는 게 최고의 처방이라더니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 같다.

한낮에 우울해서 어쩔 줄 모르던 나는 어디로 가고 집에 가는 길에 무슨 맛있는 걸 사갈까 고민하는

또 별거 없는 행복한 백수로 돌아왔다.(사실.... 돌아오는데 일주일 걸렸다.)


그래 세상에 나 필요한 회사 하나 없겠어.

행복회로 풀가동!!! 이렇게 버텨내는 힘을 또 키우는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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