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의 글빵 연구소 졸업 작품 발표회
2025년 10월 11일 이날은 미야의 글빵 연구소 1기 졸업 작품 발표회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5월부터 시작한 미야의 글빵 연구소 온라인 강의는 1강부터 19강까지 이어졌고, 10월 14일에 올라올 마지막 강의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올라오는 보석 같은 강의 내용을 읽고 숙제를 하면, 미야 작가님이 댓글로 다이아몬드를 세공하듯 글을 다듬어 주셨습니다. 저 또한 참여를 하면서 여러 작가님들이 글쓰기에서 많은 성장을 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미야 작가님의 피드백을 읽는 것 자체가 제게는 큰 공부였습니다.
졸업 작품 발표회를 앞두고 미야 작가님이 그래피서울이라는 스튜디오를 일찌감치 예약하셨습니다. 덕분에 창덕궁이 보이는 아름다운 장소에서 만나고 싶었던 작가님들을 뵙고, 기대했던 합평을 하고, 문학사 강의까지 들을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을 떠올리며 미야의 글빵 연구소 졸업 작품 발표회에 참석한 후기를 남겨 보겠습니다.
좀처럼 혼자 주말 외출을 하지 않는 제가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서울로 가는 광역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에 올라 줄이어폰을 귀에 꽂고 들은 것은 멋진 성우님의 목소리로 녹음된 '미야,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1화'였습니다. '질문이 있는 에세이'로, '선택과 딜레마에 대한 감성적 사유'를 담은 첫 장을 들으며, '나는 왜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가?', '오늘 이 만남은 나에게 어떤 시간으로 남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지하철로 환승하며 늦지 않기 위해 경보하듯 걸음을 옮겼습니다. 설레는 첫 만남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엄마! 서울 도착했어?"
마침 모임 장소에 도착하자 딸아이의 연락이 왔습니다. 아늑한 모임장소에는 미야 작가님이 준비하신 선물들과 여러 작가님들이 준비하신 간식들이 세팅되어 있었고, 합평할 작품들도 책상에 있었습니다. 좀 더 미리 도착해 준비를 도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저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창덕궁이 멋스럽게 보이는 모임장소의 사진을 찍어 딸에게 보냈습니다. 엄마 이제 모임에 집중할 거니까 방해하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였지요.
작가님들을 처음 뵙는 자리인데도, 어쩐지 낯설지 않았습니다. 브런치스토리 필명과 글로 이미 친숙함이 있었고, 글 쓰는 사람들 특유의 차분함과 열정이 눈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함께 할 수 있단 생각에 신이 났습니다.
미야 작가님, Woogie 작가님, 블라썸도윤 작가님, 조선여인 작가님, 정윤 작가님, 보니또글밥상 작가님, 눈물과 미소 작가님, 명랑처자 작가님, 고요한 동산 작가님, 빛나는 작가님, 유연 작가님, 회색토끼 작가님. 모두 만나 뵙게 되어 너무 반갑고 영광이었습니다.
7월에 용산에서 열린 첫 정모와, 이후 몇 번의 모임에서 합평시간이 너무 좋았다는 후기를 읽으며 제일 큰 기대를 했습니다. 합평은 글을 쓰신 작가님이 소리 내어 읽으시면, 모두가 글에 대한 감상과 개선할 부분을 자유롭게 얘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예전에 출판사 편집팀에서 일했습니다. 글의 구조를 움직이고, 표현을 다듬고, 맞춤법의 오류를 고치는 것이 일이었지요. 원고를 출력하여 빨간펜으로 빼곡하게 고치고 또 고치고, 더 이상 고칠 게 없어질 때까지 반복해서 보곤 했습니다.
저도 편집자의 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합평은 처음이라서 긴장된 마음으로 눈치껏 참여해 보았습니다. 저는 짧은 시간 안에 글을 읽고 개선할 부분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차례가 오면 좋았던 감상을 주로 얘기했습니다. 다소 횡설수설하지 않았나 싶어서, 지금 생각하니 살짝 부끄러움이 몰려옵니다.
놀라웠던 것은, 작가님들이 정중하지만 냉철하게 윤문 포인트를 짚어 내시는 모습이었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듯이, 작가님들의 의견에 끄덕끄덕 하시며 합평 내용을 받아들이시는 훌륭한 작가님들의 태도가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미 등단하신 존경스러운 작가님들의 겸손하신 태도에도 감명을 받았습니다.
서울예술 대학교 극작과를 졸업하시고 다수의 공모전에 당선하신 이력이 있는 Woogie 작가님께서 문학사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고대, 중세,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 탈근대 시기까지 무엇이 중점이 되었고, 그것이 문학에 어떻게 반영되어 발전해 왔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저를 비롯한 참석한 모든 작가님들이 빠져들듯이 집중해서 강의를 들었지요. 중간중간 질문을 하시고 대답을 경청하신 후, '정답!'이라고 말해 주시며 추가설명해 주시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위대한 작가의 작품, '고전'을 읽어야 한다.
고전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브런치 작가로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고민을 하실 작가님들께 이날 강의 중 제일 와닿은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Woogie 작가님이 준비해 오신 세 작품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박완서)', '촌스러운 아나운서(이금희)', '소음공해(오정희)'를 함께 읽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작품 감상 시간에 메모한 내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문학의 본질은 거짓으로 진실을 쓰는 것, 허구에서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다.
소설 작가의 필수 요소는 갈등이다.(내면갈등, 외면 갈등)
문학은 설명보다는 구조 자체로 여운과 생각을 남긴다.
문학에는 설명보다는 복선을 배치하고 복선을 수확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박완서 작가님은 사소설(오토픽션)의 명수로서, 수필과 소설을 구별하지 않고 개인의 체험에서 오는 깊은 감동을 글에 녹여내셨다.
일기와 수필의 차이는 '사유'의 시작 여부이며, 수필은 공감과 설득을 이끌어 내야 한다.
좋은 수필이란 읽고 나면, 읽기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수필을 말한다.
1등 호주아재 작가님
2등 유연 작가님
3등 고요한 동산 작가님
1등은 만장일치로 호주아재 작가님이 수상하셨고, 2등과 3등도 김운 작가님의 의견을 반영하여 미야 작가님, Woogie 작가님이 선정해 주셨습니다. 수상하신 작가님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반장님이신 블라썸도윤 작가님과 부반장님이신 오즈의 마법사 작가님 두 분도 공로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미야 작가님께서 멋진 조명이 켜지는 상패를 직접 제작하여 선물로 준비하셨습니다. 수상하신 작가님들은 물론이고 참석한 모든 작가님들께도 아름다운 책갈피와, 인형모양 행주를 직접 디자인하신 예쁜 가방에 넣어 선물해 주셨습니다. 글쓰기의 다이아몬드 세공사답게 선물조차 섬세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미야 작가님의 참가 선물
미야의 글빵라디오에서 멋진 목소리를 담아 주실 이예찬 성우님이 오셔서, 미야 작가님, Woogie 작가님과 함께 미야의 글빵라디오 유튜브 기획회의를 하시는 동안, 작가님들과 간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정상 일찍 가셔야 했던 작가님들과 대화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이후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기 전에 스튜디오를 정리했습니다. 남은 작가님들과 함께 스튜디오의 규칙에 적힌 대로 재활용 분리수거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까지 꼼꼼하게 했습니다. 마치 퇴고를 하며 최종, 최최종, 최최최종의 확인 과정을 거치듯, 모두들 쓰레기 한 조각이라도 남기지 않으려 애쓰셨습니다. 우리 미야의 글빵 작가님들은 모두 머문 자리도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말끔하게 정리한 스튜디오
식사 겸 뒤풀이 장소에서도 맥주 한잔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테이블에 맥주가 딱 나오자마자, 호주에 계신 호주아재 작가님이 전화를 하셔서 거기 계신 모든 작가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글빵 단체 카톡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글빵 졸업작품 1등 수상자답게, 멀리 계시지만 큰 존재감을 드러내시며 즐거움을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모임 전날 호주아재 작가님이 '무명의 빛, 그 울림을 따라' 브런치북에 저 '이디뜨'를 소개하는 글을 올려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직접 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뒤풀이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재밌는 이야기로 웃음을 주시는 작가님들의 인간적인 모습에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글쓰기 강의로 많은 작가님들을 이끌어 주시고, 졸업 작품 발표회를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멋진 장을 열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쓰기 강의에서의 냉철하고 정확한 다이아몬드 세공의 이미지와는 달리, 인간적이고 귀엽기까지 한 모습에 저 또한 무장해제 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 사람들이 따르고, 함께 하고 싶어 하는지 알겠더군요. 미야의 글빵 연구소 1기는 끝났지만, 앞으로 계획 중이신 미야의 글빵 아카데미와 미야의 글빵 라디오도 잘 성장하길 바라고,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