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왕언니와 저는 명예훼손으로 변호사와 경찰서를 오간 사이가 되었어요. 지방에서 어디 풀 곳이 없어 인터넷에 올린 글이 문제가 됐거든요. 물론, 제가 나쁜 짓 한 게 맞습니다. 그래서 대가는 치렀고요.
하지만 아무도 그 과정은 보지 않더라고요. 제가 왜 그랬는지는 남자 친구도 관심이 없었어요. 이제는 남편인 이 사람도 그때 많이 힘들었거든요. 둘 다 사회인이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스트레스 가득이었고 정말 많이 싸웠고요.
그분은 회사의 모든 사람들의 험담을 했어요. 사택에서는 저와, 회사에서는 다른 사람과. 제 욕도 했다더군요. 처음엔 바보 같이 편들어줬지만 갈수록 없는 말도 지어내며 심해졌어요. 그리고 욕설이 너무 심해 제가 점점 병들더라고요.
그래서 위에 언급했듯 가족에게도 말해봐야 저만 바보가 되니 인터넷이라도 제 말을 들어줄 사람을 찾았어요. 제 존재를 계속 부정하는 사람들만 곁에 있으니까 궁지로 몰리더라고요.
그리고 나중에 회사로 들어온 사원들과 친해진 그 사람은 어울려주던 어떤 남자분이 제 글을 보고 제보를 했다네요. 결국 그 사람은 변호사를 찾아 상담을 했고, 저와 싸운 후 제 글을 뭉텅이로 내밀었어요.
이 바닥 어디 발 못 붙이게 만들고 내쫓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뭐, 어디서 들어본 얘기들을 직접 들으니 묘했어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밥도 안 넘어가더라고요.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고 회사에 알려서 출석하려고 했지만 윗사람이 글을 보여달라고 해서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뭐 약간이긴 한데 회사 욕도 조금 썼거든요.
그걸 본 윗분이 몹시 화가 나서 바로 다음날 짐 싸서 나가라고 했고, 제 상사도 저한테 손 뗐어요. 주변 동료들도요. 그냥 뭐랄까 그 사람들이 나쁜 건 없죠. 저라도 그랬을 수 있어요.
하지만 가십거리에만 관심이 있어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사건 전말 다 알면 휙 버리는 일은 안 해요. 저는 왜 그러냐고 물어보기라도 하거든요. 마지막 대화라도.
묻는걸 안 했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었어요. 그럼 어리다고 말을 뱉지나 않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왜 어리다고 생각했는지 말해주지도 않을 거면서. 꽤 상처거든요 그거. 그 말 하나로 얼마나 제 자신을 죽여왔는지 그들은 모릅니다. 알고 싶지도 않았겠지만.
가족 중에서는 유일하게 막냇동생이 공감해줬어요. 부모님도 둘째 동생도 남자 친구도 왜 그런 일을 벌였냐, 잘못한 게 맞다라고만 얘기했거든요. 해결해줄 수는 없다고. 그냥 벌금 물라고. 그 와중에 막냇동생이 공감해주니 눈물 나더라고요. 분명 중간에 통곡하고 후회하며 사과도 하려고 마음먹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정말 생각 많이 했어요. 그리고 거기 있던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1년 내내 했어요. 일기에도 그런 말만 적혀있었고요. 꿈도 그 사람들 하나씩 토막 살인하는 꿈만 꿨어요. 그리고 꼭 일어나서는 울었고요. 가족들은 몰라요. 남편도 아직까지 모릅니다. 그냥 많이 힘들었겠거니 하는 거죠.
우울증 비슷했던 증상이었나봐요. 마음이 너무 아픈데 주변 사람들은 이상하다고만 하지 아프다고 해준 적이 없었으니까 내가 아픈 줄도 몰랐던 거죠.
그리고 그 와중에 저는 결혼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집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망이 커져서요. 원래도 일찍 독립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는데, 아이가 생겨버려서 시기를 앞당겨야 했어요.
그 와중에도 저는 엄마와 정말 크게 다퉜습니다. 결혼 준비는 제가 돈 벌어서 작게라도 보람차게 하고 싶었는데, 끝까지 본인 욕심대로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부모 된 사람이 큰 자식이 결혼하는데 대충 하냐면서. 절대 대충 아니었는데도요. 싸우다 지쳐서 그냥 하자는 데로 했어요. 그리고 그 이후 다시는 하자는 대로 하지 않았고요.
출산방법에서도 저는 친정어머니와 싸워야 했어요. 36주인데도 역아(뱃속에 아이가 거꾸로 있는 현상)라서 제왕절개를 권고하는 병원 측 권유에도 제가 자연분만을 고집했거든요. 그래서 방법을 찾으려는데, 자연분만이 뭐 좋은지 아느냐, 요실금 100% 오는데 그게 좋을 것 같냐, 제왕절개가 더 낫다더라는 등의 막무가내 주장을 펼치시는 거였죠.
자연분만에 요실금 100%라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니까 역정을 내시더라고요. 그냥 전화 끊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아이 회전시켜서 자연 분만했어요. 그것도 조산원에서. 출산하고 부모님 불렀습니다. 어차피 좋아하실 거면서 왜 그런 결정까지 왈가왈부하셨는지.
그리고 하다 보니 제가 시가에서도 휘둘릴 것 같더라고요. 싸가지 바가지 며느리로 콘셉트 잡아서 처음부터 소신껏 했습니다. 이젠 진짜 나만의 영역이기 때문에. 남편도 말려들어가는 거 제가 잡아줬어요. 아직도 말리는 중이긴 하지만 전보다 제법 모양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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