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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루이스 Jul 11. 2024

Hello, 통풍 Hello, 고지혈증

그리고 잘 지내고 있는 디스크에게

나는 운동을 좋아한다.     

과거에는 미친 듯이 좋아했었다.


초등학교 4,5,6학년을 육상부에 있으면서 100m, 200m 단거리 전문으로 훈련했었다.

이미 5학년 때 학교에서 가장 빨랐다. 그때 6학년 형들도 다 이겼었고, 그래서 자연스레 차기 주장으로 불렸었다.


무릎부상과 성장판 문제로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육상을 그만 두게 되었다.

그 후로도 지금까지 운동은 계속 좋아하고 꾸준히 하고 있다.


결혼 전까지는 일주일 4회 가량, 회당 1~2시간씩 중량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했다.     

달리기를 나가면 4km ~ 6km는 기본으로 뛰었다.


운동복이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달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던 올 3월 (2024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콜레스테롤 수치에 이상 소견이 나왔다. 

숫자만으로는 심각성이 와닿지 않았었다.

혈액 검사 결과 이상지질혈증으로 총 콜레스테롤 272(mg/dl)에 LDL콜레스테롤 214(mg/dl)이 나왔다는 것이다. 

나는 이 수치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몰라서 인터넷에 검색해보고 미국 사는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알아보니 LDL 214(mg/dl)은 고지혈증으로 관리를 해야만 하는 수치라고 한다.


미국에 사는 친구에게 말해줬더니 펄쩍 뛰면서 당장에 약 처방 받아서 먹으라던데..

가족도 주변 사람들도 수치가 높다며 놀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때만 하더라도 별로 그렇게 감흥이 없었다.      

물리적으로 어딘가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는 지금이야 그렇지만 향후에 심혈관 질환 온다고 약 먹으라며 난리였다.)


별 생각 없이 먹고 싶은 거 먹고, 평소 지내던 대로 지냈다.


그러다 일이 터진 것이다.


2024년 5월 3일 금요일 아침부터 평소와는 다르게 엄지발가락이 아파왔다.


‘요추 디스크 방사통인가’생각하고 출근하여 오전 업무를 보고 점심을 뼈다귀 해장국을 먹고,

저녁은 가족 회식으로 곤드레밥집에서 생선이랑 고기반찬이랑 거나하게 먹고 후식까지 배부르게 먹었다.

   

집에 가는 길에 아침부터 아팠던 발의 통증이 이상하게 심해졌다.

그리고 그날 밤, 발이 욱신거리며 아파서 잠을 잘 못 잤다.


5월 4일 토요일

엄지발가락 관절이 눈에 띄게 부어올랐다. 

주변이 붉은 색을 띄었고 발을 바닥에 디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걱정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에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발이 부어 신발을 신을 수 없어서 슬리퍼를 신었고(슬리퍼도 잘 안 맞아서 대충 발에 걸치고는 발을 끌었다), 통증이 심해서 걸을 수가 없어서 아내 어깨를 붙잡고 절뚝이며 걸었다.


그렇게 정형외과에 가서 선생님께 발을 보여드렸다.


“통풍이네”

“앞으로 평생 고기 드시지 마세요”

“결혼 했어요? 그러면 오늘 집에 가서 ‘나 통풍인데 남은 평생 나랑 살아 줄 수 있겠는지’ 물어보세요”  

하는 말을 들었다.


그제야 ‘상황이 심각해진 건가?’ 싶은 생각이 조금 들었다.


사실 그렇게 아프면서도 별로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았었다.

‘조심해야 하나?’ 정도의 생각이 들었던 거지. 


진단 당일 링거 맞고, 약 받아서 3일간 먹고 붓기 사라지고, 발 편해지고 달리기도 다시 나가면서 ‘괜찮네’ 싶었다.


오히려 남들 흔히 걸리지 않는 병 걸려서 동네방네 소문냈다. 




그러다 언제 마음이 침울해졌냐면,


가족의 반대로 인해 몇 주간 고기 안 먹다가 영업 때문에 점심에 해산물 조금 먹었는데(해산물 덮밥이었는데 밥만 먹고 해산물 적게 먹고 대부분 남겼다. 아, 버섯 탕수육도 두 개 먹었다.), 그 날 저녁 발에 저릿저릿 입질이 올 때였다.


그 뒤로 고기를 조금만 먹어도 발이 저리고 아리고 붓는다.


디스크가 찾아와서 한 시간도 채 앉아 있지 못할 때 ‘인생 망했구나’ 생각했었는데,

유산소 운동을 이렇게 해 대는데도 혈관질환이 생기니 침울해지더라.


10년 전 막내 작은아버지가 통풍 걸렸다며 내게 전화해서 툴툴 거렸을 때,

2년 전 아버지 발이 퉁퉁 부어 인상 한가득 찌푸리며 고통스러워했을 때,

‘나는 아니겠지’ 싶었다.


체중도 적당하고, 근육도 적당하고, 운동도 제법 하니까.


디스크 오기 전에 PC 앞에 구부정하게 앉아서 게임하고 영화 봤던 것처럼

고지혈증이랑 통풍 오기 전에 고기랑 튀긴 음식을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

(단 것도 좋아한다. 앉은 자리에서 영화보면서 베라 쿼터나 패밀리 다 먹어버리는 정도다.) 



그래프를 뚫고 나가버린 LDL콜레스테롤 수치


근데 고지혈증도 통풍도 디스크도 평생 완치 안 되는 질병이라던데.. 


그럼 평생 같이 지내야 하는 질병이라는 거고.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면, 얘네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는 게 나 자신에게 낫지 않을까 싶다. 


건강보험심사평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통풍환자는 50만 9699명이라 한다.


2024년에는 51만 명을 넘기지 않았을까.     


51만의 동지들에게(나보다 훨씬 안좋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분들에게는 건방 떨어서 죄송합니다.), 통풍과 잘 지내는 긍정적인 내용의 글을 소개 올리고 싶다. 


고지혈증에 대한 이야기도..

(디스크하고는 나름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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