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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발작 이후 2. - 다시 비행기로

by 리틀루이스

내 아내는 비행기 타기를 즐거워 하는 사람이다

해외여행을 좋아 하는데, 그 이유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그 순간이 즐겁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을 피하고, 꾸준한 일을 게을리하고, 책임 지는 것이 싫어

강릉 구석에 홀로 살고 있던 나는

2021년 7월 공황을 경험한 뒤로

더는 그렇게 웅크리고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가족의 주변으로(한 가운데가 아닌) 돌아왔고

감사하게도 2021년도 후반 어여쁜 여인과 교제를 시작하게 되었다


연애시절 아내가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 비행기를 안 타고 살 수는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신혼여행이든 뭐든 다 국내로만 다니고 싶었다

비행기의 내부(좁은 의자, 좁은 공간, 시끄러운 소음)를 상상만하더라도

머리가 굳고 공포가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비행기 타는 것 자체로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걸.

(참고로, 비행기 공황발작 이후 집에서도 종종 가만히 있는데 공황이 찾아오곤 했다)

최영희 박사님의 공황 관련 책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었지만,

그래도 안정이 되지 않았다.


나는 의사선생님들이 말하는 두 번째 단계로 넘어와 있었는데 그 단계가 뭐냐면,

비행기, 버스, 지하철 등에서 공황이 발생한 그 상황에 고생하는 게 아니라

'공황이 발생할까봐'싶은 두려움에

상상이 트리거가 되어 공황이 발생되는

그래서 공황이 있지도 않은데 비행기, 버스, 지하철을 피하게 되는

그런 단계에 있던 것이다.


그 단계를 겪고 있거나,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냥 비행기, 버스, 지하철 없이 살고 싶어진다는 것을

이동에 제한이 있더라도, 덥고 춥고 피곤하더라도 그게 낫다

공황이 오는 것보다는 그게 훨씬 낫다 여기고 사는 거다




그런데 더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두려운 일이 일어날까 상황을 피하고

귀찮은 일이 발생될까 눈길을 돌리는

피동적인 이유가 행동의 결정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난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몹시 두려워 하면서.


그리고 불안 전문의, 공황 전문의, 내 담당 의사선생님까지도

그 상황을 다시 경험해야 나아진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평생 한 번 있는 신혼여행인데,

기차를 타고 다닐 순 없엇다.(크루즈를 타고 다녀올 만큼 많은 시간을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또 나는 배멀미에 매우 취약하다)

함께 결혼을 결정하고 신혼여행을 가기 전,

아내와 연습삼아 당일치기로 김해공항을 이용해 부산에 다녀왔다

- 담당 선생님이 주신 약을 먹고서


물론 쉽지 않았다. 약을 먹었는데도 몇 번이고 공황이 오려 했다

'올테면 오라지'


우리는 무사히 부산에 다녀왔고, 신혼여행을 다녀왔고,

공황발작 이후 현재(2025.07.26)까지

총 10번 비행기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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