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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From Korea Oct 31. 2022

인도 & 인도네시아, 어느 시장 먼저?

직관 & 심사숙고, 그리고 숙달된 분야

직관과 심사숙고에 대한 소고

 -> 지나친 심사숙고 경계,

     그리고 숙달된 분야라면 직관을 믿어라




“인도와 인도네시아 중에서 어디 먼저 진출할까요?”


2019년 인도네시아 주재원 시기, 

화장품 회사의 오너인 한국 지인이 문득 연락하여 던진 질문입니다. 


그냥 직관적으로 답해 달라고 하면서. 

그래서 짧게 “그럼 인도네시아!”






연락 있고 2주 후, 

그분은 자카르타로 직접 출장을 옵니다. 

다양한 미팅을 소화하고 돌아갑니다. 


이윽고 법인 설립을 진행하고 

그 해부터 바로 인도네시아 공습을 시작합니다.

신속한 결정과 실행력입니다. 


그런데 직관(Intuition)을 따르지 않고, 

깊게 심사숙고(Deliberation)했다면 가능했을까요? 


오히려 여러가지 근거를 뒤지고 

다양한 방법·대응을 정리하다가 우물쭈물 진행 못했을 겁니다. 






직관이 언급되면 함께 따라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휴리스틱(Heuristics).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고려하는 행동경제학의 주요 용어입니다. 


라틴어 Heuristicus 및 그리스어 Heutiskein가 어원으로

‘To Discover’, 즉 ‘찾다, 발견하다’ 의미입니다. 

한정된 시간·정보 상황에서 축적된 지식·경험을 통한 ‘신속 판단 기술’입니다. 


인류는 생존에 좋고 나쁜 경험을 무수히 하며 진화해왔습니다. 


휴리스틱은 그 와중에 쌓여온 어림짐작, 

한마디로 하던 대로 생각·행동하는 것이고, 

태생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한 추측이기도 합니다. 


이에,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이 온전히 합리적이지만은 않다’라고 하며 휴리스틱 경계를 언급합니다.


부분으로 전체를 파악하는 ‘대표성 휴리스틱’

익숙함을 근거로 단정하는 ‘가용성 휴리스틱’

인지도를 중시하는 ‘재인 휴리스틱’

감정에 치우치는 ‘감정 휴리스틱’ 등이 주요 예시입니다.


비합리적 행동의 휴리스틱 편향(Bias)을 이해하며

관련 사안을 검토하다 보면

분명 오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혹은 자주

결정을 더욱 보류하고 분석하며 더욱 심사숙고하기도 하죠.






그러나 비즈니스적으로 볼 때, 

지나친 심사숙고는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일단 사업에서는 상대적 속도가 중요함에도, 

검토하다가 타이밍을 놓칠 수 있습니다. 


또한 말과 글로 정렬된 다양하고 무수한 근거들을

계속해서 찾고 분석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길게 늘어선 리스트들이 중요도·비중을 덮어버려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초래하기도 하죠. 


아울러 미뤄진 결정은 결국, 

'미결정(未決定, No Decision)이라는 결정'을 어쩔 수 없이 내리도록 합니다. 


이후 변화하는 환경이나 미리 결정하여 앞서가는 경쟁자로부터 도태되곤 합니다.






다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 지인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저는 주재원 생활 마치고 2020년 한국 본사 컴백합니다. 

이윽고 어느 시점부터 

그분에게서 순차적으로 업데이트를 받았습니다. 

이제 매출이 나기 시작했다고.

그리곤 어느 날엔 드디어 수익도 난다고. 


회사 내·외부 상황이나 목표를 감안할 때, 

생산기지 및 시장 사이즈 등을 고려해 남아시아 진출이 필요하고 자회사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국가를 고르던 상황. 


그분은 본인의 직관은 물론, 

두 국가 모두 경험한 타인의 직관도 체크하고, 

실제로 현장 확인도 신속히 진행하며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확보한 것입니다. 


직관을 활용한 비즈니스 결정에서 감탄할 만한 사례입니다. 






한국 본사 업무를 하며,

원자재붐을 탄 분위기에서 자원·광산 관련 미팅을 자주 합니다. 


원자재 트레이딩이 본업이다 보니 

여러 성공 케이스들을 보고 도전하는 분들도 접합니다. 


그런데 직관에 따라 해당 사업에 뛰어드는 분들을 만나다 보면, 걱정되는 경우가 꽤 됩니다. 그리곤 종종 결과가 안 좋은, 안타까운 소문들을 듣기도 하죠. 


중요한 사업상의 직관을, 

'숙달(熟達)'된 분야에서 발휘해야 하는데, 

'미숙(未熟)'하거나 '숙련(熟練)'중인 분야에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부족한 분야에서는,

숙달의 영역까지 분석하고 심사숙고하며 

차근차근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숙달되지 않았다면 홈그라운드가 아닙니다. 


성급한 직관과 함께하는 도전은,

이미 자리잡은 채 수익 추구에 목마른 

수많은 고수·중수의 경쟁자가 득실거리는 적진으로 뛰어드는 겁니다.






직관과 휴리스틱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 저자, 저널리스트들이 언급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웃라이어의 1만시간 법칙’으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의 또 다른 저서 ‘블링크’도 그 결을 함께 합니다. 


뉘앙스의 차이가 조금씩 있으나 관통하는 본질, 

직관은 본인의 숙달된 분야에서 축적된 지식·경험치에 기반한 사유 과정 없는 신속한 종합적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선택·결정이 눈 앞에 있을 때,

자신 있는 자기 분야에서 직감이 온다면 믿어 볼만합니다. 


직관이라는 인류가 생존해온 기술에 

자신의 숙달 영역을 더한 것인데, 어찌 주저할 수 있습니까. 

심사숙고는 선택 후 다음 단계에서 하면 됩니다.


그러나 본인 분야임에도 주저하게 된다면, 

아직 숙달에 못 이른 겁니다. 

‘미숙의 단계'인 것이죠. 


겸허하게 복기·반성·분석·심사숙고하면서

'숙련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렇게 내공을 쌓아야 합니다. 


어차피 ‘숙달’로 가기위해서는, 누구든 ‘미숙’ ‘숙련’ 시기들을 피할 수 없습니다.



*** 이데일리 칼럼 기재 후,

     보다 자유롭게 정리해 둔 브런치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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