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합니다.
삶이라는 긴 여정을 걷다 보면 무엇을 향해 걷고 있었는지 잊히곤 합니다.
그렇게 걷다 문득 마주하는 아름다운 순간에 우리는 멈춰 섭니다. 최선을 다해 순간에 집중하고 감각합니다.
순간은 짧지만 환희롭고 강렬합니다. 비로소 긴 여정을 다시 시작할 힘이 생겨납니다.
당신의 여정에 찰나의 아름다움이 될 부여집 여정입니다.
부여집 여정은 높은 담벼락을 시작으로 공간 경험이 펼쳐집니다.
3미터 높이의 높고 긴 담벼락을 쭉 걸어오다 보면 어느새 환희의 공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사면이 둘러싸인 고즈넉한 공간, 소수를 위해 설계된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작은 기쁨들, 한결같은 온기를 천천히 쌓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포근한 휴식으로 꽉 채워질 거예요.
부여군 양화면 원당리에 펼쳐진 밭 인근에 고요한 공간 하나가 있습니다. 묵직한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길고 좁은 길이 펼쳐집니다. 길 끝에 무엇이 나타날지 상상하며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탄성의 공간이 나타납니다. 탄성을 멈추고 천천히 시선을 돌리면 두 채의 공간과 정원 가운데의 긴 연못을 바라보게 됩니다. 공간 전체를 단단하게 감싸고 있는 콘크리트 담장 안에서 몰입과 고립을 동시에 감각합니다. 정원의 작은 연못을 지나 몇 걸음 걸어오면 가장 먼저 본채에 입장하게 됩니다.
본채는 한 개의 침실과 다도 공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침실과 다도 공간 사이에는 낮은 벽을 세워 공간의 분리와 개방감을 모두 만들었습니다. 본채 내부와 외부는 단차를 두지 않아 본채 내부에서 정원을 바라볼 때 정원 공간이 펼쳐져 보이도록 설계했습니다. 내가 머무는 이곳이 외부인지 내부인지, 자연인지 인위적인 공간인지 구분 짓지 않기 위함입니다.
본채를 나와 약 다섯 걸음을 걸으면 다이닝 공간과 자쿠지가 준비돼 있습니다. 어스름한 시간에 스파를 즐기며 정원을 바라보는 경험도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입니다. 별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다이닝 공간입니다. 이곳에는 4인 정도가 앉을 수 있는 다이닝 테이블과 작은 키친이 자리합니다.
별채에서는 엄선해 놓은 입욕제와 함께 스파를 즐길 수 있습니다. 스위스 발스 온천을 표현한 거친 돌벽과 목조로 설계된 자쿠지는 시간대별, 계절별로 다른 매력을 발산합니다. 이 밖에도 나무 향을 머금은 룸스프레이와 엄선한 원두를 비치하는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감각의 발현을 돕습니다.
사라져 가는 지역을 여행합니다. 낭만농객의 김수완입니다.
지역 곳곳에는 버려진 공간들이 많습니다. 아예 폐허가 된 채 마을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거나, 큰돈을 들여 개조하고도 이용객이 전무한 시설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그런 공간에서 매력적인 요소를 정말 많이 발견할 수 있어요. 가능성이 가득한 이 공간들이 다시 쓰일 수 있도록, 공간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유기채(遺棄, 有機)를 시작했습니다.
부여집 여정은 낭만농객의 두 번째 공간 제2유기채입니다. 여정과 환희의 공간, 부여집 여정에 새로운 쓰임을 함께 만들어 가요.
_김수완 올림
수완 :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거예요. 의미를 두고 잘 설계한 공간에 들어갔을 때, 우리의 감각이 깨어나고 영감이 샘솟던 경험. 공간이 주는 힘을 믿기에 부여집 여정에서 우리의 감각과 영감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도록 고민했습니다. 부여집 여정이 누군가에겐 영감의 공간, 창의력의 공간, 몰입의 공간, 고독의 공간, 친밀의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공간 컨셉은 포르투갈 출신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공간 경험을 표방했습니다. 그의 건축물에는 특별한 목적이 없습니다. 숲길을 산책하고 있던 사람들은 어느새 그의 건축물에 입장하게 되고, 긴 복도와 좁은 계단으로 동선이 이어집니다. 전이의 공간입니다.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던 좁은 길을 걷다 보면 예고 없이 넓고 푸르른 자연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비정형의 콘크리트 벽면은 프레임이 되어 지금까지 걸어왔던 긴 여정을 한눈에 보여 줍니다. 고행이 있었기에 그 끝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었습니다. 전이의 경험 후에 내뱉는 탄성의 순간을 부여집 여정에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