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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May 11. 2023

[발제] 호모 모빌리쿠스: 모바일 미디어의 문화생태학

김성도. 삼성경제연구소






서론

 1990년대 중반만 해도 휴대전화 사용이 낯설었지만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호모 모빌리쿠스’의 시대가 열렸다.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바일 미디어의 도입이 사회·문화적 파장과 이를 통한 개인의 생활양식에 총체적 변화는 명백하다. 이 같은 상황은 현대사회의 신속성과 이동성의 요구에 대한 반응으로 이해될 수 있다. 휴대전화는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관계와 연결망 형성을 가능하게 해 주며, 서로 미지의 사람들일 때에도 하나의 부족으로 통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개인성과 새로운 부족주의에 갈수록 무게중심을 두는 유목민 사회에서 휴대전화는, 특정 무리의 자율성을 표시하는 기본 요소로서 정체성 파악의 ‘오브제’ 일뿐만 아니라,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관계의 영속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다. 매체와 사회적 관계의 차원에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하며, 공간의 제어도구인 동시에 여러 면에서 시간을 제어하는 수단으로써의 역할도 행한다.      

 음성통화 수단에 불과했던 기기는 이제 멀티미디어로 탈바꿈되며 새로운 행동 양식과 언어를 비롯한 새로운 문화적 풍경이 창발 되고 있다. 이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공간을 초월해 사용되는 이동 커뮤니케이션 매체는 사회구조와 경제활동의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 (유선전화기로는 특정 장소로 전화를 거는 반면, 휴대전화로는 특정 사람들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다.)           



1부 모바일 미디어의 사회·문화적 파장

01 새로운 미디어 문화의 창발: 문화적 매체 기술로서의 휴대전화

○ 모바일 미디어의 사회·문화적 변동

 모바일 미디어는 최근 10년간 빠르게 성장하였고 21세기에 진입하면서 인간의 노동, 놀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급격하게 변화시켰다. 새로운 지식 네트워크와 정보 연결망 등을 창조하면서 영속적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실현하였으나 이는 단순 기술 차원의 혁신이 아닌 인간의 경험과 문화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모바일 미디어는 심층적이고, 포괄적인 문화적 파급력을 갖는데,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변화시키고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성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삶에 있어서 새로운 속도감과 연결 감각을 도입하며, 개인 간에 새로운 종류의 관계 방식을 설정한다.      


○ 모바일 미디어의 매체 생태학적 의미: 욕망과 현실의 인간학

 전문가들은 휴대전화의 급속한 성장과 보급을 적정 비용의 기술 제공, 태곳적부터 있어왔던 인류의 편재성의 욕망, 그 욕망을 더욱더 강력하게 만든 자본주의 사회의 진화 세 가지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그중 인문적 관점에서 두 번째 요인에 주목한다. 휴대전화는 청각과 목소리의 인공적 확장을 통해서 감각적이며 언어적인 편재성을 실험 가능하게 했으며, 존재하는 곳이 어디든 정취, 목소리 그리고 시선을 통해서 또 다른 장소에 있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한편으로, 현대사회는 갈수록 파편화되고 분열되어가고 있다. 시간은 가속화되고 불연속적으로 바뀜에 따라 정보화 사회의 인간은 긴급성·동시성·즉시성에 명령에 부응해야 한다. 휴대폰은 이질적인 것들을 관리할 필요성에 맞추어 하나의 부족에서 다른 부족으로 이동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주고, 시간을 압축시키며 이동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 직업 세계에서 기회를 증가시키고 여러 과제들의 시간 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일부 사회학자들이 휴대전화 통화를 ‘누에고치 짓기(cocooning)’라고 명명하였는데,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로부터 위안을 받으려는 현대인의 심리적 갈망을 의미한다. 여러 상황의 계기성, 피상적 만남들로 채워지는 일상의 공허함, 촉박함으로 점철된 삶의 투박함에 맞서서 휴대전화는 사용자에게 정신적·심리적 재원을 공급할 수 있는 주파수의 연속성, 매체적 장소성을 그 미덕으로 제시한다.      

 모바일 미디어의 문화 의미론적 함의를 논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논지는, 이동통신 매체의 성공 요인은 결코 단일한 보편적 논리에 의해서 해명될 수 없으며, 다양한 복합적 요인들의 중층성으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휴대전화의 성공요인은 경제, 사회가 아닌 문화를 통해 찾아야 한다.      


○ 모바일 미디어의 문화적 풍경

 1) 휴대전화는 단순 소유를 넘어 자신의 존재 방식을 표현하는 것이며,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주는 실용적 물건일 뿐만 아니라 고도의 상징적 의미가 투여된 ‘오브제’로서의 역할을 한다.

 2) (젠더 평등의 오브제로서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이며 여성들이 선호하는 ‘친밀성’이라는 사회적 가치의 핵심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여성 친화적인 미디어로 해석되는데, 컴퓨터, 인터넷, 그 외에 다른 정보통신기술과는 달리, 연령·수입·교육·계층·인종의 차이를 넘어 남녀 모두에 의해서 유사하게 채택된 고도로 평등적인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즉, 젊은 남성들은 휴대전화를 하나의 도구로 보는 반면, 젊은 여성들은 사적이며 정서적 교환을 위한 매개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3) 모바일 네트워크를 선택함으로써(모바일 네트워크를 선택하는 데 작용하는 결정적 요인은 가격보다 이미지), 젊은이들은 특정가치 또는 준거 체제를 공유하는 무리, 즉 자신의 사회적 부족을 성립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 같은 부족적 소속 현상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나타나는 집단적 의미와 사회적 연결성의 결여에 대한 반응인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말해, 그들만의 동일한 가치와 사회적 준거(social reference)를 공유하며 타 부족과 차별화된다.

 4) 문화적 특질과 관련된 모바일의 매체적 속성 가운데, 연락 가능성(being reachable)은 가장 중요한 사회적 동기다. 자신의 부족 혹은 네트워크 안에서 사회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찾고, 먼저 호출되어야 한다. (모바일을 통한 네트워킹 라이프 실현)

 5) (사용가치에서 기호가치로) 모바일 브랜드 광고는 제품의 사용 가치를 대체하는 생산품의 기호가치에 초점을 맞춰서, 소비자의 정체성과 라이프스타일을 표상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이는 보드리야르(J.Baudrillard)가 말하는 기호 가치의 과잉을 산출한다.

 6) 모바일은 젊음, 모더니즘, 미래주의의 체현으로서 대중에게 제시된다. 모던한 최첨단의 미래 주의적 테마를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모더니티’는 소비자들의 마음속에서 공명하며, 테크놀로지가 높은 위상과 사회적으로 부러움을 사는 오브제가 될 수 있음을 소비자에게 주입시킨다. 그 결과 미래주의적 이미지ᅟ근 의도적으로 사회적 위상의 이미지로 대체된다.     

 

○ 모바일 미디어의 매체 생태학

 (문화 테크놀로지로서의 휴대전화) 휴대전화는 단순 음성통화를 담당하는 전화로 머무르지 않고, 현대인의 생활 방식을 총체적으로 변화시키는 문화적 테크놀로지가 되었다.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을 일으킬 거점으로 자리 잡았으며, 더 이상 가정이나 직장과 같이 특정 장소에 결합된 것이 아니라, 개개인과 결부된다. 그리하여 현대인들의 문화적·사회적 활동의 더 많은 부분들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새로운 사회적 정체성 구성의 방식을 지시하고 생활을 조직하고 수행하는 방식들을 가능하게 한다.      


 (모바일 미디어의 매체적 속성과 모바일 미디어 컨버전스) 이동통신 단말기가 갖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로서 속성으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해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연락성(reachabilibty), 목소리의 상호작용과 결합된 직접적인 접촉을 함의하는 즉시성(immediacy), 가지고 다니면서 움직일 수 있는 이동성(mobility), 그리고 운반성(portability)착용성(wearabilibty)이다. 여기서 이동성은 현대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유목민적 트렌드의 발현과 밀접하게 결부된다. 휴대전화는 손의 파지성(handiness)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테크놀로지이다. 휴대전화는 유선전화가 갖고 있던 지리적 정보를 상실하였으며 동시에 카메라폰과 기타 기술들을 결합하는 모바일 컨버전스를 통해 새로운 영상문화도 생성하고 있다. 카메라폰을 통해 휴대전화는 일상 속의 기술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평가된다. 전통적인 카메라와 비교했을 때, 카메라폰은 일상 속에서 순간적이며 예상치 못한 순간들을 기록하는 데 사용됨으로써 개인의 사적인 기록 저장과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생태학을 만들어냈다는 해석도 나왔다.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P.Bourdieu)는 카메라를 가족의 정체성을 강하게 결속시키고 여러 의례적인 행사에서 사용하는 상징적 기기로 설명했다. 하지만 휴대전화 카메라로 인해 개인의 일상과 현재를 기록/표현하는 기기로 변모하면서 기존 카메라의 사회적 기능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휴대전화 카메라는 현대사회가 ‘서로 공유하는 시각성의 사회(shared visibility society)’로 향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징표다.      


○ 인간의 몸과 테크놀로지: 커뮤니케이션을 ‘입다’

 오늘날의 정보통신기술이 인간의 몸에 가깝게 접근하는 단계를 넘어서 인간의 몸속으로 완전히 침투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간의 입과 귀의 신체적 능력을 확장해, 더 큰 소리로 말하고, 더 멀리 있는 곳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게 해 주었으며, 사용자 신체의 한 부분으로 휴대전화, GPS 다양한 디지털 바로미터 등을 입게 되었다. 신체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또 다른 옷을 입게 된 것이다.           



02 휴대전화 사용의 사회적 의미

○ 휴대전화의 기술사회학적 함의

 이동통신 단말기를 비롯한 전화 음성통화의 기능들과 효과에 관한 사회과학의 통합적 이론적 결핍은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일상생활의 평범한 양상에 미치는 영상과 효과를 무시하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경향을 반영한다. 정보화 사회 이론의 기수인 카스텔(M.Castells)의 이론적 시각에서 중요한 위상을 갖는 것은 인터넷이며,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기기는 거의 무시되고 있다. 이동통신 단말기는 점차 멀티미디어 기기가 되어가고 있으며 초소형화·초경량화를 비롯한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와도 조합되고 있다. 현재 가장 광범위하게 보급되어 있는 커뮤니케이션 기기이다.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는 점차 주요 기능을 완전히 변화시켰으며, 고도로 다가치적인 도구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전화도 공적인 뉴스를 알리는 브로드캐스팅 기기에서 쌍방 간에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변모하였다. 휴대전화를 모든 사람이 사용하게 되면서 나이, 성별, 문화적 배경, 부, 사회적 위계와 상관없이 평등해지는 새로운 양상이 생겨났다. 다양한 사회적 행동 방식, 상호작용 및 관계를 쉽게 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능력 및 새로운 환경적 조건을 창출시킬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모바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회로 접근법을 확장시켜 사회와 문화의 관계를 이해해야 할 뿐 아니라, 테크놀로지와 어떻게 관련을 맺는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정보통신기술의 본질에 대한 시각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정보통신기술을 인간들이 자신의 목적과 원하는 결과물을 성취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인공물 또는 도구로 보는 시각이다. 휴대전화라는 이동통신기술이 현대인의 상호작용과 사회적 관계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도구적 시각). 둘째. 정보통신기술을 사회적으로 구성된 인공물과 행위자로 간주하는 시각이다. 기술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뿐만 아니라 기술 자체가 이미 복잡하고 미묘한 사회적 과정들의 부산물이며, 사회와 기술이 상호적으로 구성하는 지속적인 쌍방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셋째. 정보기술을 의미와 행동의 지속적 지평으로 간주하는 기술 현상학적 관점이다. 기술은 이미 세계를 바라보고 우리 자신을 세계와 연관 짓는 기술적 방식의 부산물이다.     


 기술은 진공 상태에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형성된다는 기본 출발점의 개념인 ‘행동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ty)’은 많은 주목을 받아왔는데, 이는 기술과 사회가 어떻게 상호 영향을 미치며 창조되는가에 주목했다. ‘행동자-네트워크 접근법’으로부터 기술에 대한 복합적이며 신축적인 해석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특정 기술형식과 그것의 기술적 역량의 효과는 역사적·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으며 기술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담론적 구성과 운동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 휴대전화의 사회적 진화와 역할

 전화의 사회적 양상과 역할에 대한 역사는 전화 시스템의 기술전 진화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행동에 결정적인 사안들을 협상하기 위한 일련의 영역으로, 일부 국내 연구들도 중립적 도구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강조하고 있다.      


 전화는 직업 공간과 사생활에서 새로운 사회적 수완이 태동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상 활동에서 하나의 새로운 기술장치의 도입은 새로운 상호작용에 대한 사회적 규칙을 수반하였으며, 전화는 시간과 공간을 조직화하는 새로운 방식을 동반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거시적·미시적 계획과 조정) 전화의 본질은 지리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한 계획과 조정을 가능하게 해 주며, 비즈니스, 사회성, 민주주의, 정보 흐름을 촉진시켜 준다는 사실을 많은 선행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정치·경제적 효과) 먼 거리까지 연결가능한 능력은 구조적으로 정치적 권위를 중심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정치 캠페인의 관리와 정치 조직체의 작동을 쉽게 해 준다. 모바일 미디어를 통한 정치적 행위의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모바일 미디어의 정치력 위력을 입증하는 사례가 축적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과 네트워크가 짧은 시간 안에 정치적으로 폭발적인 집단행동을 유발하는 것으로. 한편, 모바일 미디어의 부정적인 효과들 또한 존재하는데 첫째, 기존의 민주주의에서 작동하던 새긴의 정치적 학습, 인지, 태도 결정, 행동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절차가 해체될 위험성이 있다. 둘째, 모바일 미디어의 기술 환경에서는 토론과 숙의라는 이상적인 의사소통 행위와 정치적 발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네트워크에 무비판적으로 접속하는 것은 심리적 이완을 가져와 정치적으로 생산적 비판 담론을 형성하기보다는 획일화된 집단행동만 낳을 것이라는 논지이다.      


 (자아의 연장과 배타적 개인주의) 하나의 휴대전화는 한 명에게 속하며, 특정 장소가 아닌 한 사람에게 연결된 기기이다. 휴대전화는 사용자와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며, 자아의 투사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개성적 오브제로 자아 확장으로까지 이어진다. 청소년들은 휴대전화가 제공하는 자율적 기능성 때문이지만 성인의 경우 자율성의 추구가 너무 강하게 나타나면서 역설적으로 공동체 소속의 필요성을 동반하여 느낀다.      


○ 사회적 구별 짓기에서 유행으로

 휴대전화 도입 초기였던 1996년 이탈리아에서 사용된 휴대전화 가운데 10퍼센트는 위조품(실제로는 작동되지 않는)이었는데 이는 타인에게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기 위함, 휴대전화라는 최첨단 유행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려는 욕망을 볼 수 있다. 실시간으로 외부와 연결되려는 최첨단 ‘호모 코뮤니칸스’가 누렸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낸다. 이에 초기 광고는 휴대전화라는 오브제 자체에 대한 사회적 구별 짓기의 힘을 강조했다. 늘 바쁜 휴대전화 소유자는 분주한 사람의 이미지와 결부되었으며, 긍정적 이미지(역동적이고, 신속하고 효율적이며 휴대전화 덕분에 가능성을 잠재력으로, 기회를 가지는)를 결부시키면서 분주하고 바쁜 사람이 제일이라는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실어 날랐다. 휴대전화 소유자가 사회적 위상을 인정받는다는 사회적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소유하는 것이 진부해지는 때가 오며, 급속한 판매량과 더불어 유행으로 변모하였다.      


○ 사회적 관계 맺기와 안전망

 휴대전화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발생한 일체의 분리와 부재에 맞서서 정서적 안정을 가져다준다는 점이 두드러진 사용의 이유이다. 사회적 결속과 안전에 대한 필요와 욕구는 적대적 환경이나 극한의 상황 속에서 현대인의 공통적인 욕구와 필요를 반영하는데 이는 심리적 안도감이다. 이는 거리·분리·익명성이 제거된 곳에서 사회적 관계를 복원시킨다. ‘호모 모빌리쿠스’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보다 외부세계와의 연결이며, 이 같은 이동통신의 인플레이션은 우리 사회가 촉발시킨 사회적 관계의 빈곤으로 귀착된다.   

  

 휴대전화는 과도대상으로서 개인으로 하여금 세계 속에서 다시 자리를 잡고, 자신의 한계를 재사 유하며, 자아와 외적 현실 사이의 경계선을 보다 잘 설정하도록 도와준다. 또한 정서적으로 매우 친밀한 사람들과 평화로운 의사소통을 경험하게 한다.  

   

○ 모바일 미디어의 사회·심리적 역효과

 기존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는 공공기관들로 하여금 사적 공간으로 침투하게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었지만 현대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인터넷과 휴대전화 등)는 이 같은 경향을 전복시켜 개인들로 하여금 공적 공간 속으로 사적인 메시지와 대화를 가져오게끔 만들었다. 그 결과 공적 공간이 모든 사람의 개인 응접실로 변모하였으며, 오직 교통 목적으로 사용되는 텅 빈 지대가 되어가는 장기적인 공적 공간의 트렌드와 달리 휴개전화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심리적 안정에 대한 욕구와 휴대전화에 항시 안주하려는 행동 양식은 이미 상업적으로 간파되었다. 휴대전화 부작용인 중독 현실에 대해서 휴대전화 중독자는 발작적 행동을 보이는데, 매 분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자기 행위의 공허함을 알면서도 전화를 하며(용건이 없음에도), 전원을 끄면 엄청난 초조감에 빠져든다. 휴대전화 중독은 결국 아무것도 놓치지 않겠다는 지나친 욕망, 효용성과 효율성을 추구하고, 고독을 피하고, 조금이라도 불쾌한 상황을 겪지 않겠다는 욕망에 의해서 야기된다.      


○ 휴대전화 사용의 다원적 논리

 1) ‘자기 정체성과 통합의 논리: 접속지향성’: 휴대전화 사용자들을 특징짓는 것 중 하나가 경제적·사회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에 통합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한 강력한 의식을 갖고 있다는 데 있다. 이것을 ‘접속 강박증’이라 부른다.

 2) ‘공리적 전략의 논리: 효율성 추구’: 휴대전화가 필수품이라는 논리는 공리성의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휴대전화는 효율성, 시간 획득, 효용성에 대한 배려에서 사용된다는 것이며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유형은 거의 공리적이며, 도구적이고, 정보적이다.

 3) ‘비판적 논리와 거리 두기의 논리: 자율적 존재’: 공리적 행동 리와 정반대의 모순적인 논리를 말한다. 비판적 논리를 제시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인간적인 면대면 접촉을 선호하며 휴대전화 사용을 최소한으로 한정하면서 지나치게 휴대전화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한다.

 4) ‘통합 논리와 공리적 논리 사이에서의 관계: 재핑’: 재핑은 공리적 논리와 통합 논리를 동시에 관리하려는 특수한 행동으로 재핑 주체는 자유로운 시장에서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자신의 욕망과 기대에 대한 즉시적인 만족을 얻으려 한다. 기회와 선택이 증가하면서 삶 자체가 일련의 상황에 대해서 일종의 향유적이며 때로는 심미적인 서핑(surfing)이 된다. 하지만 외부 사건들이 더 이상 성찰할 여유를 주지 않고 끊임없이 엄습할 때, 정보 과잉은 결국 정보 자체를 질식시키며 정보에 형식을 부여하기 위해서, 그리고 정보를 구별하기 위해서 일정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5) ‘공리적 논리와 비판적 논리 사이에서의 관계: 여과시키기’: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은 사생활 속으로 직장 일을 침투시키는 것을 유리하게 만들었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학자들은 접속에 맞서는 개념으로 탈접속(deconnexion) 권리라는 개념을 내놓기도 한다. 기술적·경제적 거시 시스템 속에 우리 스스로 갇혀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면서 자아를 위해 저항할 수 있다는 논지로 자신의 리듬에 따라서 삶을 살고자 하는 노력이다.           


3부 시간과 공간의 새로운 축조

05 시간의 새로운 현상학

○ 춤추는 시간

 휴대전화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의 전면적 도입과 더불어, 일상생활에서 시간의 지각과 사용방식에 있어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현대 테크놀로지와 마찬가지로, 휴대전화의 사용은 동일한 시간 동안 더 많은 일을 수행하려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시간의 최대 효용성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기술이었다. 일반적으로 무엇인가를 겸하는 물리적 시간은 효용성의 논리를 따르면 빈 시간이며, 잘못 사용되는 시간으로 인식되는데, 휴대전화는 이 같은 신체적·물리적으로 제약된 시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고, 유용하고 효용 있는 제2의 미디어 시간을 제약적 시간에 중첩시켜 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또한, 새로운 정보 획득과 최종 순간의 상황 변화에 따라서 시간의 사용을 다급하게 변형시킬 수 있는 시간 관리의 새로운 방식을 통해서 경제성(시간의 경제성)을 획득할 수도 있게 해 준다.     


○ 새로운 시간성의 축조: 시간 조정의 혁신

 휴대전화는 일상생활의 전통적인 시간 조정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면서 매개적 시스템에 의존하는 대신, 기존의 시간 조정 방식에 비해서 더 많은 상호작용성과 신축성을 갖는 즉각적 접촉을 허락하였다. 즉, 사회적 시간 질서를 구성하는 요소들(순차성, 지속, 시간적 소재, 반복 비율)의 해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긴박성과 즉시성

 현대인들은 일상생활에 갈수록 급박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여주는데 이는 시간은 경제에 있어 하나의 생존 관건이 되었으며, 긴박성은 곧 시간의 중요성을 측정하는 척도가 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사적공간에서 이뤄지는 이 같은 긴박성의 전염은 비록 모든 사람에게 자명하게 나타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심각한 사회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인 경제적 합리성의 기본 규율(실용주의, 공리주의, 경쟁, 효용성, 효율성, 이윤추구 욕망)은 사적 관계의 관리 차원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부정적 효과) 정보의 폭증, 여러 선택 사양을 가능하게 하는 생활계획표는 선택하고, 반응하고,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반복되는 상황의 늪으로 휴대전화 접속자를 빠뜨리며, 모든 것이 가속화되고 소용돌이치는 세상에서, 거의 영속적인 긴박한 상태에 놓은 휴대전화 접속자들은 위험에 노출된다. 첫 번째 위험으로 고립이나 단절과 같이 외부와의 차단된 상태를 피하기 위해 매사에 충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있는데, 제어할 수 없을 정도의 정보 축적으로 인해서 효과적인 정리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의 감소로 이어져 사소하고 부수적인 것이 본질적인 것을 잠식할 수 있는 위험을 지시한다. 또한 개인이나 조직이 긴박성의 명령에 종속되는 것처럼 순간순간 발생하는 사건이 실존하는 것을 대신하고, 이런 조급한 반응 방식의 확장은 우리의 삶 전체의 작동 방식을 변형시킨다. 두 번째 위험으로 긴박성 속에서 주저하며 심한 경우 중독 현상에 이를 수 있다. 전적으로 미디어의 편재성을 체험하며 그것에 흡수될 정도까지 중독된 사람들에게 잠복한 병을 ‘휴대전화 사용자 신드롬’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상실에 대한 초조감이고 최종순간에 대한 스트레스이며, 동시에 존재하려는 지칠 줄 모르는 욕망이며, 중요한 무엇인가를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이고, 성급한 선택에 대한 불만, 네트워크에 접속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강박증을 말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러한 정신없는 소용돌이 상태가 휴대전화 사용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 시간의 가소성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말하듯이, 이동통신이 부여하는 신속성은 마치 모든 것이 다급한 것이라는 감정을 심어주면서, 바로 지금 여기 진행되고 있는 것, 현재 여기서 체험하고 잇는 것, 현재 상황과 연결된 시간의 밀도를 체험하지 못하고 있다. 휴대전화가 시간의 효율성을 높여준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이동통신기술의 첨병인 휴대전화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시간 축조 방식에 기초한다. 첫째, 동시성 현상으로, 이동통신기술은 시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여러 가지 것들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한다. 둘째, 시간의 가속화 현상으로, 모든 것이 더 신속해지고 단축되었으며, 이로 인해 사람들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셋째, 이상의 시간 관리로 우리는 즉시성의 사회로 진입하게 되었다.         


 

06 새로운 공간성의 축조: 거리의 소멸과 공간의 가상화

○ 모바일 미디어의 새로운 장소성

 모바일 미디어를 비롯한 글로벌 매체들이 장소 개념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메이 로비츠(J.Meyrowitz)의 설명에 따르면, 모바일 미디어와 더불어 장소 개념은 과거에 필연적으로 할당되었던 물리적 장소성과 단절된다. 우리는 이제 ‘한정된 장소에 사는 것이 아니라 정보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동통신은 커뮤니케이션의 역사적 맥락에서 여러 가지 함의를 갖는데, 첫 번째 의미는 정보 이동의 새로운 방식으로 요약된다. 전보는 최초로 사람과 재화가 동시에 움직이지 않고도 정보의 이동을 가능하게 만들었는데 공간을 통해 정보를 이동시키는 것이라면, 전화·라디오·영화·텔레비전·인터넷 등에서는 사람들은 일정한 장소에 머무르고, 고정된 미디어는 정보의 흐름을 가능하게 한다. 두 번째 의미는 이동통신은 사람들로 하여금 정보를 실어 나르는 테크놀로지를 직접 갖고 이동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휴대용 라디오, 텔레비전, 소니 워크맨 등과 같은 미디어는 이동적이며 사용자로 하여금 공간을 통해 정보를 운반하게 만들어준다. 최근,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세 번째 의미가 발생했는데, 유선과 무선을 포함해 인터넷 기술은 개인들로 하여금 움직이면서 동시에 정보를 생성·발송·수신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사람과 정보 사이에 이뤄지는 이동성과 커뮤니케이션 사이의 이 같은 복잡한 혼합성에 대해서 장소감(sense of place)의 상실감을 가져왔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는데, 사회과학자들은 탈현대성 시대에서 가시화되는 장소감의 상실을 크게 우려한다. 프랑스의 인류학자인 오제(M, Auge)는 전통·문화·역사성 등의 정체성을 상실한 장소들은 초현대성의 공간으로서 도저에서 비장소들을 생산한다고 보았다. 초현대성이 많은 비장소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며, 비장소란 그 자체로 인간학적 장소가 아닌 공간을 뜻한다. 이러한 공간들은 소재지에 대한 인간적 결속 와 유대를 무너뜨린 채, 개인들로 하여금 여권·신용카드 등의 힘을 통해서만 현존성을 갖게 만든다. 디지털 시대의 공간의 문화적 규정에 대한 비관적 평가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확산에 의해서 촉발되었으며, ‘비장소’,‘아무 데도 없는 곳의 지리학’, ‘기다리는 지대’등의 용어 속에서 ‘기존의 법을 무력화시키거나 그와 같은 법에서 회피하는 예외 상태’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 새로운 공간의 경험: 공간을 날아다니다

 텔레커뮤니케이션과 공간적 편재성을 결합시키는 메시지들은 인류의 오래된 욕망을 이용하며, 공간적 제약을 넘어설 수 있는 초월적 힘이 그것이다. 이동통신 단말기는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공간들을 매체적으로 가깝게 만들면서 순간성 속에서 모든 교환이 진행되는 새로운 차원을 정의한다. 새로운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서 프랑스의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비행과 관련된 은유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비판가들은 신체와 공간 관계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정보가 인간의 몸 없이 이동한다면, 미디어가 정보를 신체로 이동시킨다면, 신체와 미디어가 공간을 통해 더불어 이동한다면, 이 세 가지 경우에 있어서 신체는 도처에 있는 것이며 동시에 아무 데도 없는 것이다.      


 헤일스와 한센(Hayles and Hansen)은 오늘날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맥락 속에서 신체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는데, 신체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에서 쉽게 배제될 수도 없고 ‘사이버스페이스’에서조차 신처럼 존재하며, 장기간 기기사용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에 의해서 증명된다는 것이다.    

 

 일정한 공간 감각을 갖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방향을 잡을 수 있고, 공간 속에서 움직이면서도 공간적 환경이 시종일관 심미적이며 행동적으로도 변별적인 환경임을 념하고 있는 상태를 말하며, 공간 속에서 이뤄지는 방향 설정은 사회적 공간 속에서의 방향 설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적 공간은 사회적으로 규범화된 공간이기도 하며, 공간 속에서의 방향 설정은 규범적 공간 설정이다.    

  

○ 탈체현된 노마드: 현존과 부재의 새로운 놀이

 탈현재성 시대의 가상 지리학에서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소재지에서 상이한 정체성을 갖고 동시에 여러 장소에 존재할 수 있다. 공간은 ‘로컬’하면서도 동시에 ‘글로벌’하며, 공간, 정체성, 그리고 정보 기계는 새로운 실천 형식들을 조합해 문화적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 물리적 속박으로부터의 해방 도구

 휴대전화를 통하여 특정 물리적 장소에 고착될 필요가 없게 되었으며 자신의 노동 장소에 물리적으로 현존해야 할 의무로부터 해방되게 하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사적인 장소에서도 업무와 관련된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겨났다. 어쨌든 휴대전화의 사용으로 인해서 과거보다 더 많은 이동과 물리적 현존의 기소성이 발생하였고, 휴대전화는 보다 많은 자유를 가져왔지만 더 많은 의존과 종속도 가지고 왔다.


 부르디외의 술어로 설명하면 휴대전화의 도입은 사회적 장(場)의 레이아웃에 공간적 인터페이스의 본질에 복합성의 차원을 첨가했다.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이 접촉될 수 있는 능력의 결과, 각 장 사이의 경계선은 서로 병합되고 그 규정이 모호해진다. 휴대전화는 상이한 공간들의 일시적 통과 지점에서 동일한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 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면서, 인터스페이스(interspace)의 본질을 변형시켜 놓았다. 사회적 장들이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 ‘통과 전이 지대’가 되는 대신, 인터스페이스는 많은 장이 중첩되는 공간이 되었으며, 그 안에서는 지속적인 보존·계승·전복 등의 수단을 통해 경계적 한계선을 연속적으로 재정의하게 된다.             

               

○ 모바일 미디어의 새로운 공간 생성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행동을 비롯해, 게임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일련의 행동을 ‘춤’에 빗대어 설명하였는데, 실제로 캐츠도 에드워드 홀의 이론을 원용하여 ‘춤’이라고 해석하였다. 그 이유는 사용자 옆에 잇는 상대자에게 공간·분위기·속도에 적응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느 정도 ‘코레오그레피(choreography)’에 참여하는 것)      


○ 도시성의 새로운 풍경: 시선의 새로운 협상

 세닛(R. Sennet)은 공공문화의 쇠락을 다룬 저서에서 공공 시민성을 일러 다른 ‘나’들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는 활동으로 정의한 바 있다. 세닛에 따르면, 시민성은 무엇보다도 타자와의 거리를 존중하는 데 있으며 사회적 가면을 쓰는 것은 시민성의 도구다. 이는 무관심하다는 뜻은 아니며, 미묘한 배려의 방식으로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의 일을 간섭하거나 쳐다보지 않는 무관심은 사회화의 한 형식이며 공존의 조직 방식이다. 고프먼은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에 대해서 그들이 보내는 이러한 부정적 태도를 협상개시(amorcage)라고 불렀다.      


 각자가 서로에게 개별적으로 직접 접근할 수 있다는 기술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유선전화는 서로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대관계를 강화시켜 주었지만, 보다 넓은 사회적 연결망에 대한 기여는 여전히 미약하였다. 사람들이 순발적이면서 무작위적인 상호작용을 하루 종일 광범위한 개인들과 맺을 때, 사회적 연결망은 보다 익숙한 개인들의 집합으로 좁혀지며, 휴대전화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향해 개발되지 보다는 사회적 울타리를 치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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