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친환경 노력 - strawless 혹은 straw free
해가 뜨거운 적도의 섬인 발리도 아침 나절에는 걷기에 좋다. 비록 오토바이와 차가 많이 다녀서 배기가스가 많긴 하지만 바람이 계속 불어와서 배기가스를 날려주곤 한다. 찻길을 조금 벗어나서 논밭 사이를 걷는 시도를 해보면 좋다. 걷다가 살짝 다리가 아플라 치면 거리의 수많은 가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느 가게라도 들어가서 과일주스를 주문하면 신선한 과일주스를 마실 수 있다. 당분과 수분을 섭취하고 땀을 식히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WiFi 를 쓰고 나면 또 다시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
과일주스를 마시려고 할때 무심코 꽂아둔 빨대에 입을 대려다 이빨에 부딪치는 낯선 물질의 느낌에 깜짝 놀랄때가 있다. 어라? 이것은! 이것은 유리 느낌. 이 느낌이 좋다. 플라스틱 빨대를 쓸때마다 느껴지는 자그마한 죄책감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데, 반면에 유리 빨대에서 느껴지는 작은 기쁨은 잔향이 있다.
언젠가 본 남극의 알바트로스의 뱃속에 있던 플라스틱 조각과 이제는 한국의 양식 굴에서도 발견된다는 마이크로 플라스틱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지구를 망치고 있다는 죄책감의 수십억분의 일의 죄책감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두 딸들에게 아주 작게라도 폐를 끼치기 싫은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많이 갔나? 어쨌던 유리 빨대가 이빨에 닿을때 딱 그 순간 느껴지는 감정은 그랬다.
스타벅스에서 종이 빨대를 사용한다는 것이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조금 오래 매장 안에 앉아있다가 종이 빨대를 입에 물기라도 할라치면 반드시 느껴지는 그 물에 불은 종이 느낌. 웬지 오래 앉아 있을 손님을 배려하는 느낌은 아니다. 그런면에서 금속 빨대를 접할때는 이걸 물고, 빨고, 호록 호록 바닥까지 싹싹 빨아 먹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플라스틱 빨대보다 종이 빨대가 원가가 더 든다고는 하지만 종이 빨대 보다는 금속 빨대를 설걷이 하는 비용이 더 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빨대 안쪽에 있을 이물질까지 싹싹 씻어 내려면 물도 많이 사용될것 같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인건비가 가장 큰 비용이다. 인건비가 저렴한 인도네시아에서는 가능하겠지만 한국이나 미국처럼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고 인건비가 비싼 곳에서는 어쩌랴?
금속빨대를 표준화 해서 50개쯤 한번에 꽂아서 에스프레서 머신처럼 뜨거운 스팀으로 씻어주고 소독까지 해주는 기계가 나오면 빨대와 함께 잘 팔릴까? 전 세계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B2B 구매를 해 주려나?
누구 이런 빨대랑 세척 기계 만드실 분 안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