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는 것은 부끄럽고 때론 도움도 안 된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실수를 하나 저지르고 말았다. 나만 말하지 않으면 나중에나 터질 것 같은 이 문제. 바로 얘기하고 문제 해결을 해야 할까 아니면 조용히 묻어둔 채 퇴사를 할까.
당연히 문제의 답은 조금이라도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눈앞에 문제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들키고 싶지도 않은 그런 날이다.
나의 경우에는 하루 정도를 미루고 문제를 인정하여 다급하게 뒤처리를 하고 있다. 뒤처리를 하고 있다 보니 결국 답은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하고 해결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렇지만 다음에도 나는 도망치고 싶어질 듯하다.
조금이라도 내가 다음에 도망치고 싶어질 때 문제에 직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금의 아이데이션을 해보고자 한다.
혼자 속으로 끙끙 알고 있으면 도망치는 시간만 길어진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했을 때 그나마 맘이 편하지고 편해진 마음은 용기로 바뀌곤 한다.
그리고 주변에 얘기하면 10명이면 10명 모두 빨리 정신 차리고 일부터 정리하라고 할 것이다. 사람들은 남의 일이라면 무척이나 객관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악화되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서 해결되는 문제라면 그냥 아무도 모르게 덮어놓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노볼로 오는 문제라면....
스노우볼이 내년에 내후년에 나를 덮쳐 숨도 못 쉬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굴려지는 눈을 막으러 가야 할 것이다.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손도 못 대보고 끝날 수 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날은 아무리 누가 뭐라고 해도 그 순간의 공포감이 있기 마련이다. 솔직히 그 공포감을 이기고 문제와 직면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는 그날만 도망친다.
그날에 안 하면 큰 일 나는 것이었으면 도망칠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딱 하루만 나에게 도피의 시간을 준다. 내일 오전 10시에 이 모든 것을 사죄하고 돌아다니겠다고 다짐한 채로 말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참 많다. 연차가 하루 하루 쌓여 갈수록 일에 대한 욕심과 애정은 줄어들고 나부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또한 성장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