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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well Oct 01. 2023

날씨예보 틀리는 기상청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

경제를 전망한다는 것은

몇 주 전 토요일. 가족들과 함께 쇼핑을 위해 홍대, 신촌, 망원동 등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세 곳 모두 집에서 걸어가기에는 먼 거리지만 주차 난이도가 최상인 지역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하기로 했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지만 기상청에서는 오후 4시 이후에 비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내는 기상청 예보를 못 믿겠다며 노르웨이 기상청 앱의 예보를 보더니 우산을 가져가자고 했다. 웬만한 일에는 아내의 말을 따르는 것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해 중요하므로, 우리 가족들은 군말 없이 우산 세 개를 들고 오전 11시 정도에 길을 나섰고 오후 3시가 좀 넘어 집에 돌아왔다. 그 사이 비는 전혀 내리지 않았지만 집에 돌아온 직후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한국 기상청은 의문의 1승을 거두었다.


이 날은 기상청이 날씨를 제대로 맞추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상청 예보를 잘 믿지 않는다. 아마 예보가 맞았던 대부분의 상황은 기억에서 사라진 반면 몇몇 날씨 예보가 틀려서 낭패를 봤던 기억이 유독 강렬하게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나도 기상청 예보에 대한 불신이 아주 없는 건 아니고 가끔 날씨 예측이 틀리면 험한 말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면서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나까지 그러면 안 되지'라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동병상련을 느끼는 이유는 내가 다니는 회사가 경제 전망을 발표하는 기관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나도 일부 부문을 맡아 전망 작업을 했던 시절이 있다. 기상청은 과학 법칙이 어느 정도 통하는 자연을 다루므로 그나마 예측의 정확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경제주체들의 행동은 자연에 비해 더욱 복잡하여 통일된 법칙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경제 전망의 예측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자연스럽게 언론과 국회 등에서는 실제 숫자와 각 기관의 경제 전망치를 비교하면서 이렇게밖에 못 하냐고 호통을 치곤 한다.


이러한 호통은 그 자체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보통 최종 전망치를 승인했던 과거 자기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유체 이탈을 시현하면서 호통을 증폭시키는 일부 고위층으로 인해 담당자들의 반발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경제 전망은 기본적으로 전망하는 시점에서 알려진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미래의 경제가 보여줄 경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여기서 '전망하는 시점에서 알려진 정보'라는 부분이 특히 중요한데 이는 전망을 실시하는 시점부터 전망 대상 시점 사이에는 미리 생각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하였고 심지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일이 벌어진 후에도 불확실한 일들이 무수히 많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전망을 못 맞췄다고 책망하는 것은 왜 모든 일들을 완벽하게 예측하지 못했냐고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각 기관이 실제 경제 전망치를 확정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어른의 사정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경제 전망이 담당자 개인의 이름으로 발표되는 것이 아닌, 각 기관 명의로 발표되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예를 들면 정부나 한국은행 같이 경제정책을 직접 수행하는 기관에서 전망도 발표하는 경우에는 객관적인 예측치가 아닌, 정책 의지가 담긴 일종의 목표치를 경제 전망치로 발표할 수도 있다. 또한 상급자가 강하게 의견을 내면서 실무진의 예측치가 변경되는 사례도 생길 수 있으며, 여러 기관에서 경제 전망을 발표하다 보니 결재 과정에서 타 기관 전망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향으로 전망치가 수정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경제 전망치가 틀렸다고 책임을 묻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이 되어 버린다.


물론 단순히 전망치가 틀렸다고 비난하는 것과는 별개로 실적치가 발표된 이후 전망치와 왜 달랐는지 분석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 전망 과정에서 특정한 부문이나 상황을 계속해서 빠뜨리거나 잘못 예측하는, 소위 체계적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래야만 다음번부터는 경제 전망 모형 자체를 개선하거나, 최소한 전망치의 상향 또는 하향 조정 요인으로 언급하여 전망치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경제 전망이 맞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해도 변명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여러 기관의 공식 경제 전망을 일상생활에서 의사 결정을 할 때 이용해야 하는 국민들이나 언론의 입장에서는 전망이 틀리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들의 비판은 기본적으로 경제 전망 기관들이 경제 분야에서는 전문가라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어 애정 어린 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단지 몇몇 분들이라도 경제 전망이 보기보다 쉽지 않은 작업임을 알아주신다면 이 글을 쓴 목적은 달성된다고 생각한다.


* 제목 사진 출처: https://cm.asiae.co.kr/article/2020081211330892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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