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날씨 좋은 휴일, 오랜만에 빵으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준비한 주재료는 느타리버섯이다. 어제 만난 지인이 저녁에 파스타를 해 먹을 거라 이야기를 했는데, 버섯을 넣을 거라 한 덕에 나도 버섯이 생각나 먹기로 했다. 작고 통통한 느타리버섯을 길게 찢고, 냄비에 오일을 둘러 마늘과 함께 달달 볶는다. 살짝 볶이면 소금을 넣고, 두유를 넣는다. 크림이 좀 더 맛있지만, 갑자기 있기 어려운 재료이니 두유 혹은 우유도 괜찮다. 두유가 끓어가면 그때 남은 치즈 조금과 후추를 넣어 치즈를 녹여 마무리한다.
역시나 남아 있던 빵을 굽고, 계란 프라이를 반숙으로 만든다. 빵을 찍어 먹기에 좋은 음식은 늘 멀쩡한 빵보단 남은 빵으로 먹으면 더 맛있는 기분이 든다. 버섯두유볶음이라고 해야 할까? 이 치즈를 넣은 두유 소스에 계란 노른자를 깨트려 섞어 빵에 얹어 먹으면 된다. 꾸덕하고 고소하며, 치즈의 짭조름함과 버섯의 뽀득한 식감까지 모두 조화롭다. 샐러드를 곁들인다면 새콤한 발사믹을 뿌려 먹으면 조화가 잘 맞다. 냉장고 털이 브런치이기에 샐러드가 없지만, 평화롭고 날씨가 좋은 낮에 먹는 크리미 하고 느끼한 치즈 요리는 조금 사치를 부리는 듯한 기분도 들게 한다. 빵 대신 파스타 면을 삶아 휘리릭 비벼서 맥주와 먹는다면 더 좋은 브런치가 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아무튼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뭘 먹어도 행복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