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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프리 Tokyofree Jul 28. 2023

AI가 주는 감동, 그리고 새로운 역할

인간의 한계, 재능을 미리 알려주는 계산기


오늘 개인적으로 굉장히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최근에 트위치라는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유행하고 있는 '스트리머 AI 커버 월드컵' 영상을 보던 중 한 노래에 감동하여 눈물이 나고 만 것이다. 스트리머 AI 커버 월드컵은 사람들이 많이 보는 인터넷 스트리머의 목소리를 AI로 딥러닝을 시켜 노래로 만든 것들을 볼 수 있는 콘텐츠이다.


예전부터 자주 쓰이던 노래 관련 프로그램으로는 '보컬로이드'라는 유명 프로그램이 있지만, 어떻게 써도 기계의 느낌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 본 콘텐츠 속 AI들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각 스트리머들의 습관까지도 학습하여 노래에 녹여내는 기행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옥냥이'라는 스트리머의 목소리를 학습한 AI의 노래 중 '레오(Leo)', 그리고 '네코(猫)'였다. 특히 '레오'라는 곡은 내가 좋아하는 '유우리(優里)'라는 J-POP 가수의 대표곡인데, 스트리머 '옥냥이'의 호소력 짙고 단단한 목소리와 합쳐지니 노래가 내 마음속에 파고들어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https://youtu.be/wB4IEQHAPiw


https://youtu.be/TmJIL0x58B4


그리고는 두려워졌다. 나는 차차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을 생업으로 삼고자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AI가 이렇게 인간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사람인 나는 과연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가? 그런 공허해지는 의문이 든 것이다.


그러던 중 어느 댓글을 보고 AI의 새로운 역할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발상이 떠올랐다. 그 댓글은 스트리머 '옥냥이'가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서 AI가 불렀던 노래를 실제로 불러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아마 댓글을 다신 분은 평소에도 스트리머 '옥냥이'의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했겠지만, AI가 그 목소리로 만들 수 있는 훌륭한 퀄리티의 노래를 들려주니 실제 목소리로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즉,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것이다.


'어, 저 사람 목소리 좋은데 노래도 잘 부르면 정말 듣기 좋겠다.'가 아니라,

'저 사람 목소리로 이런 기교, 높이의 노래를 부르니 듣기 좋네. 실제로 해주었으면 좋겠다.'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걸 보면서 앞으로 AI가 더 발전하면 사람의 가능성, 재능, 한계를 미리 계산해서 체험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유명 사업가 '야마구치 슈'의 '일을 잘한다는 것'을 보면 재능이라는 개념은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 생각을 조금만 확장해 보면 요즘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노력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노력했다가 헛수고이면 어쩌지'라는 후회를 받을까 봐 미리 겁먹고 노력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AI가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가능성을 미리 계산해서 그 결과를 알려준다면? 그 정확성이 80%만 넘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AI의 계산 결과를 믿고 노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심지어 AI는 확률만 계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결과를 눈앞에 보여주게 될 것이니 말이다. 그럼 불확실성에 의해 고통받던 사람들에게는 한 줄기의 동아줄이 내려질 것이다.


반면 이런 식으로 AI가 계산해 주는 가능성만 바라보고 자신의 다른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것은 인간의 자율성을 침해받는다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다룬 일본의 애니메이션으로는 '사이코패스'라는 작품이 있다. 작품 내부에는 고도로 발달된 컴퓨팅 시스템이 등장하는데, 그 사회에서는 시스템이 계산해 주는 추천 직업들 중 하나를 골라 살게 되고 범죄자가 될 가능성마저 시스템이 미리 계산해 준다. 그렇게 실제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비 범죄자를 잡아들여 범죄를 예방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출처 : https://namu.wiki/w/PSYCHO-PASS)


https://namu.wiki/w/PSYCHO-PASS

(애니메이션 관련 정보는 나무위키도 꽤나 정확하다.)


내가 생각한 새로운 역할 외에도 AI는 훨씬 더 복잡한 여러 가지 일을 가능케 하도록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류는 분명 편리를 얻을 것이지만 반대급부로 여러 딜레마를 떠안게 될 것이다. 다만 위험이 두렵다고 발전을 거부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잘 관리해 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인간은 항상 발전해 왔고,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도구를 바꾸어 왔다.

이번 세대의 도구인 AI는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기대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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