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글을 쓰다 보면 이전에 네이버 블로그에서 글을 쓸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블로그에서는 글을 쓴다는 표현이 어색하지만 브런치에서는 포스팅을 한다는 표현이 어색하다. 누구나 만들고 포스팅할 수 있는 블로그들과는 다르게, 브런치는 작가 신청이라는 통과 의례가 있는 만큼 더욱 질 좋은 글을 써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듯하다.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어느새 2달이 다 되어가고, 나의 글이 매주 1개씩 차곡차곡 쌓여 7개가 되었다. 이윽고 이번주에 8번째 글을 써야 할 차례가 왔다. 그런데 나는 단 한 글자도 써 내려가지 못했다. 남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다는 나의 욕심이 키보드 위의 손을 멈추게 만든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항상 그래왔다. 일본이라는 해외에서 첫 직장을 맞이했을 때 나는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에 차있었다. 그러나 처음 받은 일을 앞에 두고 골똘히 고민하고 있으면서 시간만 축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만 했던 것이다. 그러다 마침내 상사한테 '그래서 얼마나 했어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의 부끄러움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실력은 없는 주제에 마음만 앞섰던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하려 들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다. 나는 회사에서 깨지고 구르며 마침내 첫 개발을 완료했을 때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 뒤로도 나는 계속 일단 시작하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글로 돈을 벌어보고 싶다. 내 경험과 생각을 글로써 남들에게 알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리고 그 결정체인 책을 출간해보고 싶다. 그런 나의 욕망 앞에 앉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 할 바에는 글이라도 한번 써보자는 마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했고, 어느 정도 지나자 이미 브런치 작가셨던 예프리님의 도움을 받아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긴장 속에 브런치 첫 글을 올리고 잠든 다음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블로그 시절에는 글 하나에 조회수 100을 모으기도 힘들었는데, 첫 글이었던 '일본 전철 노약자석에 당당히 앉는 젊은 사람들'이 총 조회수 18000회를 넘은 것이다. 브런치에서 유독 좋아하는 해외에 관련된 주제였기에 다음 메인에 노출되었고, 그것이 조회수를 높여준 것이었다. 그럼에도 굉장히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다음 글을 쓰는 것이 주저되었다. 다음에는 그렇게 조회수가 안 나오면 어떡하지? 다시 옛날로 돌아가버렸다.
난 내 첫 글을 10명이나 보려나 싶었다.
부담과 싸워가며 하나하나 적어오던 글이 저번주에 간신히 7개째가 되었다. 거기서 나는 한번 멈춰 서고야 말았다. 더 이상 훌륭한 글로 풀어낼만한 주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생각해 봤던 주제들로 글을 3~4줄 끄적여보고 접기를 몇 번 반복한 끝에 나는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 탓이다.
'야, 너 뭐 돼?'
나는 운이 좋을 때 조회수가 나와주고 그렇지 않을 때는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 평범한 브런치 작가에 불과하다. 브런치 작가의 숫자가 그리 적은 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브런치 작가. 그저 평범한 나. 나는 처음부터 뭣도 아니었다. 그런 나의 이야기라도 적어보자며 글을 쓰기 시작했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글을 쓰지 못한다니 우습기 짝이 없지.
이제부터는 더 과감하고 조촐하게 글을 써보려 한다. 사소한 이야기라도 사소한 반응을 이끌어 낼 수만 있다면 적어보려고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적어질 수도 있지만 뭐, 어떤가. 애초에 뭣도 아니었던 것을. 그렇게 소소한 글이 쌓여간다면 그것이야 말로 나의 스토리가 되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