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인적으로 굉장히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최근에 트위치라는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유행하고 있는 '스트리머 AI 커버 월드컵' 영상을 보던 중 한 노래에 감동하여 눈물이 나고 만 것이다. 스트리머 AI 커버 월드컵은 사람들이 많이 보는 인터넷 스트리머의 목소리를 AI로 딥러닝을 시켜 노래로 만든 것들을 볼 수 있는 콘텐츠이다.
예전부터 자주 쓰이던 노래 관련 프로그램으로는 '보컬로이드'라는 유명 프로그램이 있지만, 어떻게 써도 기계의 느낌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 본 콘텐츠 속 AI들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각 스트리머들의 습관까지도 학습하여 노래에 녹여내는 기행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옥냥이'라는 스트리머의 목소리를 학습한 AI의 노래 중 '레오(Leo)', 그리고 '네코(猫)'였다. 특히 '레오'라는 곡은 내가 좋아하는 '유우리(優里)'라는 J-POP 가수의 대표곡인데, 스트리머 '옥냥이'의 호소력 짙고 단단한 목소리와 합쳐지니 노래가 내 마음속에 파고들어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는 두려워졌다. 나는 차차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을 생업으로 삼고자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AI가 이렇게 인간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사람인 나는 과연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가? 그런 공허해지는 의문이 든 것이다.
그러던 중 어느 댓글을 보고 AI의 새로운 역할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발상이 떠올랐다. 그 댓글은 스트리머 '옥냥이'가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서 AI가 불렀던 노래를 실제로 불러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아마 댓글을 다신 분은 평소에도 스트리머 '옥냥이'의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했겠지만, AI가 그 목소리로 만들 수 있는 훌륭한 퀄리티의 노래를 들려주니 실제 목소리로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즉,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것이다.
'어, 저 사람 목소리 좋은데 노래도 잘 부르면 정말 듣기 좋겠다.'가 아니라,
'저 사람 목소리로 이런 기교, 높이의 노래를 부르니 듣기 좋네. 실제로 해주었으면 좋겠다.'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걸 보면서 앞으로 AI가 더 발전하면 사람의 가능성, 재능, 한계를 미리 계산해서 체험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유명 사업가 '야마구치 슈'의 '일을 잘한다는 것'을 보면 재능이라는 개념은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 생각을 조금만 확장해 보면 요즘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노력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노력했다가 헛수고이면 어쩌지'라는 후회를 받을까 봐 미리 겁먹고 노력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AI가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가능성을 미리 계산해서 그 결과를 알려준다면? 그 정확성이 80%만 넘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AI의 계산 결과를 믿고 노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심지어 AI는 확률만 계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결과를 눈앞에 보여주게 될 것이니 말이다. 그럼 불확실성에 의해 고통받던 사람들에게는 한 줄기의 동아줄이 내려질 것이다.
반면 이런 식으로 AI가 계산해 주는 가능성만 바라보고 자신의 다른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것은 인간의 자율성을 침해받는다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다룬 일본의 애니메이션으로는 '사이코패스'라는 작품이 있다. 작품 내부에는 고도로 발달된 컴퓨팅 시스템이 등장하는데, 그 사회에서는 시스템이 계산해 주는 추천 직업들 중 하나를 골라 살게 되고 범죄자가 될 가능성마저 시스템이 미리 계산해 준다. 그렇게 실제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비 범죄자를 잡아들여 범죄를 예방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내가 생각한 새로운 역할 외에도 AI는 훨씬 더 복잡한 여러 가지 일을 가능케 하도록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류는 분명 편리를 얻을 것이지만 반대급부로 여러 딜레마를 떠안게 될 것이다. 다만 위험이 두렵다고 발전을 거부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잘 관리해 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