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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프리 Tokyofree Nov 03. 2023

전세 사기로 생각해 보는 전세와 월세

주의) 이 글은 법률적 전문가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인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미리 밝힙니다.



전세 사기는 대체?


최근에 인천 전세 사기에 이어 수원 전세 사기가 말썽이다. 인천에 이어 수원이라니. 아주 지역별로 하나씩 나오려나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전세 사기에 대해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세 사기란 무엇일까?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냈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전부 전세 사기라고 말하고는 한다. 과연 그럴까?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사기'라는 용어는 나쁜 꾀로 남을 속인다는 의미이다. 법률용어사전에 따르면 '사기죄'는 기망에 의한 상대방의 착오 있는 의사에 의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그 사람을 벗겨먹을 생각으로 상대를 속여 상대방 자신의 의지로 자신에게 돈을 주도록 만들 때 사기죄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걸 전세사기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처음부터 세입자의 전세금을 떼어먹으려고 바지사장을 세운다던지, 중간에 대출을 몰래 받는 등의 기망 행위가 있었다면 그건 당연히 사기에 해당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세입자가 준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것은 엄밀히 보면 전세 사기라고 볼 수 없다. 애초에 전세 계약 자체가 일종의 개인 간 거래이기 때문이다.



월세, 그리고 전세


월세에 비해 전세의 장점을 무엇일까? 그건 바로 목돈을 만들 수만 있다면 월세에 비해 유지비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나라에서는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비교적 목돈을 만들기 힘들 사람들을 위해 저렴한 금리로 전세대출을 해주는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지금 당장 돈이 없다는 전제 하에 정리해 보면 이런 것이다.


1. 전세대출의 이자가 월세보다 훨씬 싸다.

2. 전세금은 다시 돌려받는 것이므로 이자와 월세의 차익만큼 돈을 모을 수 있다.

3. 보통 지금 당장 구할 수 있는 월셋집에 비해 전셋집의 컨디션이 더 좋은 편이다.


이런, 전세가 월세에 비해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인다.



모두가 무시하고 있었던 전세의 이면


그럼 전세는 완전무결한 제도인가?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세는 법적인 효력이 있는 거래이다. 거래라는 말은 무언가를 주고받는다는 의미이다. 세입자는 전세금을 맡기고, 집주인은 그 대가로 집을 일정 기간 세입자에게 빌려준다. 끝나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문제는 그 거래의 담보는 집인데, 집의 시세가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전세금을 돌려주어야 하는 시기에 세입자가 돈을 빌려줄 때보다 집의 시세가 떨어졌다면 집주인은 다른 곳에서 돈을 메꿔서 세입자에게 돈을 전달해주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그런데 집주인이 그럴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마치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아야 하는데 친구에게 돈이 없는 경우와 같다. 집주인 개인을 믿고 기다리거나 소송을 거는 방법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위에서 정리했던 전세의 특징 중에 2번의 전제가 흔들리는 것이다. 전세금은 은행의 예금처럼 100% 무조건 돌려받을 수 있는 속성의 돈이 아니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전세란 집주인 개인의 신용을 믿고 내 돈을 빌려주는 것과 같다. 이자 대신에 집에서 일정 기간 살 권리를 받는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인터넷의 반응들을 보면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망각한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기나긴 부동산 상승기가 만들어낸 전세의 환상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까지 부동산이 대부분 상승장이었고 사람들은 거기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전세 사기라는 말이 만연해있는 이유는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는 애초에 그런 속성의 거래였다.


한국은 지금까지 유례없는 부동산 상승기를 겪어왔다. 그 때문인지 부동산을 통해 부자가 된 사람들도 많았고, 돈을 벌어서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 늘어만 갔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가 사람들의 귓가에 맴돌았다.


위에서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것의 주된 이유가 집의 시세 하락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바꿔 말하면 집의 시세가 오르는 동안에는 거의 문제가 없다는 말과 같다. 왜냐하면 다음 전세 세입자가 들어올 때 이전 세입자와 같은 전세금, 혹은 더 많은 전세금을 주고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돌려줄 돈이 궁색해질 이유는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고금리가 유지됨에 따라 한국의 금리도 많이 높아졌다. 거기에 더해 국제 사회 전반적으로 사건이 많이 터지면서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불황을 겪고 있다. 집의 시세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따라 집주인이 감당해야 하는 대출금의 이자 또한 부담이 커졌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전세금을 돌려받아야 할 세입자들 중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집주인 쪽이 전세 계약을 이룰 능력이 부족해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가 뉴스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지니 일반적인 거래 불이행도 사기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단순히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은 전세 사기는 아니다. 그리고 이 점은 월세에 비해 전세가 가진 리스크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싼 값에 같은 매물을 얻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부동산 상승장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전세의 리스크를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 원인이겠다.


사실 이런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전세보증보험이라는 상품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경감시켜 주는 대신에 보험금을 낸다. 완벽하지 못한 전세라는 제도를 다소 보완해 주는 상품이다. 사람들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터라 보험을 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뿐이다.



전세는 세입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그럴 리가


전세는 세입자도 싼 이자로 좋은 집을 얻을 수 있는 제도이지만 집주인에게도 좋은 제도이다. 집주인이 그 집을 구매할 때 부족한 돈을 세입자의 전세 대출금 혹은 목돈을 통해 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과거의 부동산 투자 관련 글들을 보다 보면 전세 제도가 정말 좋은 제도라고 찬양하는 글도 종종 보인다.


이걸 한 줄로 요약하면 전세 제도는 사실 집주인의 부족한 투자금을 세입자가 주거 권리를 대가로 자신의 목돈을 통해 대신 빌려주는 것이다. 문제는 목돈이 당장 없는 사람들이 대출을 빌려 그 돈을 채워주었던 것이다. 그런 집주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대출 1번, 세입자의 대출 1번으로 총 2번의 대출을 하나의 부동산에 적용시킬 수 있게 된다. 전세는 집주인 입장에서도 굉장히 좋은 투자 방법이었던 셈이다.



전세 제도, 앞으로의 행방은?


지금까지 우리는 비싼 월세와 싼 전세라는 인식으로 집을 구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면에 가려져 있던 전세의 리스크가 사회 전반에 인식되었다. 심지어는 전세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나라님들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플 것이다. 전세 관련 문제는 결국 부동산 시장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자산 비중이 굉장히 높은 편이고 그에 따라 관련 부채도 많은 편이다. 그렇지 않아도 금리가 높아져 이자 갚기도 허덕이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전세 제도를 없애서 목돈을 한 번에 돌려주어야 한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파산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도 내지 않는다면 앞으로 피해자가 늘어날 수 있다. 이래서 나랏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적어도 내게는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전문가들과 나라님들이 내놓을 해결책을 기대할 뿐이다.


하루빨리 모두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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