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사실 개인 네이버 블로그에는 종종 리허빌리 목적으로 글을 써왔다. 하지만 브런치에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선뜻 키보드에 손이 가지 않더라. 아마 매일 알림으로 알려주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주눅 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일주일의 정성을 들여 글을 써주시면 그걸 읽으며 나도 일주일은 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압박이 드는 것이다. 열심히 사는 사람 곁에는 열심히 사는 사람만이 남을 수 있다는 내 지론을 다시 한번 통감했다.
그런 내가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러 돌아온 까닭은 문득 떠오른 생각을 반드시 글로 남겨야겠다는 집념 때문이다. 주제는 ‘물건을 매매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이다.
이 글을 읽어주고 계신 여러분은 물건을 구매할 때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서 돈을 지불하는가? 혹은 무언가를 판매해야 할 때에는 어떤 근거로 상대를 설득하고 있는가? 내가 이 글을 적기 위한 재료를 떠올린 곳은 다소 뜬금없겠지만 바로 피부과였다.
어렸을 적부터 수염이 자주 자라던 나는 최근 몇 달간 한 달에 한번 피부과에 들러 레이저 제모를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얼굴에 질리지도 않고 나타나는 여드름을 해결하기 위해 자연스레 여드름 압출 관리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인지 얼굴에 트러블이 심하게 올라왔었다. 그런 나에게 피부과 직원분이 가격이 조금 더 나가는 다른 플랜을 권하더라. 하지만 나는 몇 번이고 거절해 왔다. 그건 나만의 2가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1. 단발성 지출인가, 지속적인 지출인가.
2. 그 지출 항목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사용법, 효과, 원리 등)
그 플랜의 핵심은 ‘플라즈마’라는 치료였는데, 내가 어느 정도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가격에 합당한 지에 대해 직원분께 질문을 했음에도 뚜렷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피부 관리라는 건 개인차가 있을 것이며 직원 입장에서는 함부로 말했다가 책임을 지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소비자인 나의 입장에서도 당장 이 치료를 얼마나 받아야 내 트러블이 해결될 것이며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있는지 제대로 설명받지 않은 상태에서 돈을 쓰기는 힘들었다. 거기에 당장 효과가 있다고 한들 그 효과가 일회성이라면 나는 주기적으로 그 치료를 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부담되는 것이다. 내 지갑이 열릴 리가 없다.
다른 예를 들자면 벌레 방역 업체를 들 수 있다. 집에서 글로 적기 힘든 벌레가 발견되었다고 가정하자. 스스로 잡고 관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때 우리는 방역 업체를 부를 것인가?
우선 어떤 성격의 지출인지 생각해 보자. 우연히 외부에서 유입된 벌레라면 한번 부르고 끝낼 수 있다. 아마 업체 직원분이 집 안을 뒤져 벌레를 잡은 이후에 예방 조치를 취해주고 돌아가실 것이다. 하지만 집 주변의 환경이 어지러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해온다면 그건 매달 꾸준히 돈을 내야 하는 성격의 지출로 변하게 된다. 심리적인 장벽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걸 따지지 않는다면 매달 들어오는 당신의 월급에 구멍이 숭숭 뚫릴 것이다. 필요성을 따지기 위해 꼭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다.
당신은 너무 큰 스트레스로 지속적인 지출이 된다 해도 반드시 업체를 불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다음 항목으로 넘어갈 때이다. 그 업체에서는 벌레를 어떻게 관리해 주는가? 어떻게 집 안의 벌레를 잡고, 어떤 약품이나 기구를 사용하며 그 효과는 얼마나 지속되는가? 물론 이런 생각을 덜기 위해 돈을 사용하는 것이겠지만 돈을 지불하기 전에 반드시 한번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유튜브 영상 편집을 맡긴다 해도 본인이 편집을 할 줄 알아야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어떤 원리로 업체가 방역을 해주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업체를 고를 때도 더 유리한 업체를 고를 수 있을 것이며 그 효과를 극대화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것들을 따지지 않고 그냥 돈을 쓴다면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제 판매자의 입장에서 간단히 살펴보자.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런 것들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브랜드이다. 애플, 나이키 등 특정 분야에서 이름 있는 브랜드들은 위의 기준들을 이미 명확히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소비자의 경험에 의해 보증된 품질을 제공해 준다. 한번 시장에 자리 잡은 브랜드가 타 브랜드에 비해 유리한 이유다.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 없어지는 것.
그럼 처음 시장에 진입하는 브랜드의 경우 어떤 판매 전략을 가져야 할까?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경우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성격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들에게 필요한지, 어떤 이득을 소비자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지 등의 2번에 대한 내용을 통해 소비자를 끌어 모아야 한다. 그리고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지, 적어도 몇 번의 사용을 해야 그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지 등의 1번에 대한 내용을 통해 판매 플랜을 정할 수 있다. 월정액으로 제공하거나 한 번의 판매에 집중하는 등의 예시가 있겠다.
피부과 이야기에서 멀리 왔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내가 물건을 소비하는데 어떤 기준으로 소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소개와 그에 따라 떠올릴 수 있는 판매 전략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라는 재화는 어지간한 일을 모두 할 수 있는 만능에 가까운 재화이기에 그만큼 사용에 있어 주의를 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만의 소비 전략도 따로 있을 것이다. 나의 생각이 당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