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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네 Mar 17. 2022

진정한 자유인의 춤사위

100일 글쓰기 카페: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시간


https://youtu.be/2AzpHvLWFUM


나는 일어섰다.

"조르바! 이리 와 보세요. 춤 좀 가르쳐 주세요."

조르바가 펄쩍 뛰어 일어났다. 그의 얼굴이 황홀하게 빛나고 있었다.

"춤이라고요. 두목? 정말 춤이라고 했고? 야후, 이리 오쇼!"

"조르바, 갑시다. 내 인생은 바뀌었어요. 자 놉시다."

"처음엔 제임베키코를 가르쳐 드리지, 이건 아주 거친 군대식 춤이지요. 게릴라 노릇 할 때, 출전하기 전에는 늘 이 춤을 추곤 했지요. "


그는 구두와 자주색 양말을 벗었다. 셔츠 바람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더운지 그것마저 벗어부쳤다. 그러고는 나를 끌어당겼다. 

"두목, 내 발 잘 봐요. 잘 봐요."

그는 발을 내뻗으며 발가락만으로 땅을 살짝 건드리더니 그 다음 발을 세웠다. 두 발이 맹렬하게 헝클어지자 땅바닥에서는 북소리가 났다. 


그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해 봐요. 자, 같이!"

우리는 함께 춤을 추었다. 조르바는 내게 춤을 가르쳐 주고 엄숙하고 끈기 있게 그리고 부드럽게 틀린 부분을 고쳐 주었다. 나는 차츰 대담해졌다. 내 가슴은 새처럼 날아오르는 기분이었다. 

"브라보! 아주 잘하시는데!"

조르바는 박자를 맞추느라고 손뼉을 치며 외쳤다.


"... ... 브라보, 젊은이! 종이와 잉크는 지옥으로나 보내버려! 상품, 이익 좋아하시네, 광산, 인부, 수도원 좋아하시네. 이것봐요. 당신이 춤을 배우고 내 말을 배우면 우리가 서로 나누지 못할 이야기가 어디 있겠소!"

그는 맨발로 자갈밭을 짓이기며 손뼉을 쳤다.

"... ...두목 당신에게 할 말이 아주 많소. 사람을 당신만큼 사랑해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쌓이고 쌓였지만 내 혀로는 안 돼요. 춤으로 보여 드리지. 자, 갑시다.!"


그는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팔다리에 날개가 달린 것 같았다. 바다와 하늘을 등지고 날아오르자 그는 흡사 반란을 일으킨 대천사 같았다. 그는 하늘에다 대고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전능하신 하느님, 당신이 날 어쩔 수 있다는 것이오? 죽이기밖에 더 하겠소? 그래요. 죽여요. 상관 않을 테니까. 나는 분풀이도 실컷 했고 하고 싶은 말도 실컷 했고 춤출 시간도 있었으니 ... ... 더 이상 당신은 필요 없어요!'


조르바의 춤을 바라보며 나는 처음으로 무게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처절한 노력을 이해했다. 나는 조르바의 인내와 그 날램, 긍지에 찬 모습에 감탄했다. 그의 기민하고 맹렬한 스텝은 모래 위에다 인간이 신들린 역사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는 춤을 멈추었다.

- 니코스 카잔차스키·이윤기 옮김(2008),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pp. 328 ~ 329.



오래 전 이 책을 사서 밑줄까지 그으며 읽었지만 책도 영화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고 하였던가요. 조르바의 기행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의 부도덕함이 불쾌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 조르바를 느끼려고 하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네요. 우리 안에 길들여진 편견과 오만이 얼마나 자신을 구속시키고 자유를 강제하고 있었는가 하는 것을 말입니다. 작가는 포도가 포도즙이 되는 것은 물리적 변화이지만 포도즙이 포도주가 되는 것은 화학적 변화라고 말합니다. 


"당신이 음식을 먹고 그 음식으로 무엇을 하는지 대답해 보시오. 당신이 그 음식이 무엇으로 변하는지 설명해 보시오. 그러면 나는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일러 드리리다." -작가 말.


늑대와 개의 시간에 머물러 있고 포도즙과 포도주의 갈림길에 멈춰 선 나의 시절에 포도주로 숙성되어 사랑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상상해 봅니다. 사업체 하나를 날려 먹고도 춤을 출 수 있는 조르바의 담대함과 성스러움의 경지를 누가 다다를 수 있을까 싶다가도 '거룩하게 만들기'에 다가선 조르바의 춤사위를 동경하는 것은 나만일까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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