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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네 Mar 16. 2022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100일 글쓰기 카페: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시간

'까리따스수녀회 교육센터'에서 하는 임상사목교육(Clinical Pastoral Education)을 신청해서 2주차를 수강하였습니다. 매주 강의 시간은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6시간 동안 이루어집니다.  1주차는 강의 안내와 임상사목과 관련된 전반적인 역사를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주 2주차는 사목훈련과 관련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소통을 하였습니다. 저는 '명상의 시간'이라는 교육 순서에 교육을 받는 분들께 음악을 두 곡 선정해서 함께 듣고 그 노래와 관련한 생각이나 느낌을 나누었습니다.  

제가 선정한 노래는 '이지상' 가수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2006)와 '심플리 선데이'의 '사랑해요'(2004)라는 곡이었습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라는 시를 노래로 만든 곡입니다. '사랑해요' 또한 미국 동요이자 민요풍의 노래인 'Grandfather's Clock)'의 번안곡인데 '심플리 선데이'가 멜로디는 그대로 쓰고 가사만 개사해서 발표한 곳입니다.  

명상의 시간에 첫 번째로 들려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저의 인생 노래입니다. 애창곡은 주로 가사가 시적이거나 철학적인 메시지가 있는 것이 좋고 멜로디가 잔잔한 음악을 좋아합니다. 가끔 가사는 슬픈데 멜로디가 경쾌한 것들도 좋아합니다. 일테면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나 '이장희'의 '그건너' 같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를 명상의 시간에 선정했던 이유는 이 노래를 통해서 큰 위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제 삶 속에 십자가처럼 억누르는 감정 중에서 '부끄러움'과 '외로움'이 있습니다. 부끄러움이 어쩌면 두려움을 대신하는 감정이라는 심리학적인 부연 설명을 들었을 때 그럴 수도 있겠다는 공감을 하였습니다.  

다른 감정인 '외로움'은 누구나 겪는 감정일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여장부셨던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두 몫을 하시느라 자녀들의 마음 돌봄까지는 여력이 없으셨던 듯합니다. 동네 친구들과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였는데 제 친구는 위로 삼아 본인은 엄마랑 아부지 지금도 살고 계시지만 교육이나 돌봄은 기대조차 안 했다고 합니다.  

' 태어날 때부터 제 밥그릇은 갖고 나온다.'는 말 속에 부모 세대의 자식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가난하고 배고프던 그때에 자식을 굶기지 않고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을 듯도 합니다. 그런저런 까닭에 예민하고 까다로운 자식들의 허기진 감정은 혼자서 밥그릇을 채우지 못해 겉만 멀쩡하게 자랐는지 모릅니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듯한 외로움은 어릴 때도 외로웠고 커서도 외로웠으며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도 외로운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그러다 만나게 된 노래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입니다. 이번 임상사목교육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을 '분노, 슬픔, 기쁨, 두려움'이라고 하였는데 그러면 외로움은 어느 항목의 하위 개념으로 넣어야 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슬픔의 하위 항목이었다가 어느 때는 두려움의 하위 개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슬픔을 불러오고 십자가처럼 무겁게 짓누르던 '외로움'이라는 내 안의 감정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이지상'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가사와 가수의 음색 그리고 멜로디 덕분입니다. 


https://youtu.be/i9-Bnn-VfXs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 숲 속에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있다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번 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우는 것도 그대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이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 울지마라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라는 표현에서 '나' 도 너처럼으로 들렸습니다. 너도 외롭냐 나도 외롭다. 시인도 외롭고 가수도 외롭고 이 노래를 듣는 너도 외로울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가수는 중얼거리듯 노래합니다. 기타 선율처럼 눈이 내리고 비가 와도 묵묵히 걷는 듯 노래하고 있습니다.  

노래 가사 중에서 특히,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는 그 부분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도 외로움에 눈물을 흘리신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삶 자체가 시행착오와 자책의 연속인 인간의 삶이야 어쩌면 외로움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산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고 달래는 일이라는 시인의 말과 가수의 노래에 몇 번이고 공감하며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사목교육에서 제가 노래를 들려주자 다른 수강생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가사를 전부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멜로디와 가수의 음색이 눈물이 났다고 하였습니다.  

십자가처럼 짓누르고 있는 감정이 숙명처럼 느껴진다면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나이들어가고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 인생 노래가 된 이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제 인생 최고의 장면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13년 전 독도 가는 버스 안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검은 모자를 쓴 남자를 한 눈에 알아보았습니다. 그가 본명으로 독도 프로젝트에 참여한 터라 처음에는 몰랐지만 버스에 오르는 순간 제가 좋아하는 노래의 이지상 가수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알아본 팬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던 그 가수는 나중에 저를 위해서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울릉도의 바닷가에서 소주와 오징어 회를 먹으며 저만을 위해 단독 공연을 해 주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10월의 울릉도 달밤은 제 인생 최고의 장면이기도 하였습니다.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그 감격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덕분에 나의 감정을 긍정적이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좋아했던 만큼 감동을 안겨 준 애창곡에 멋진 추억까지 간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얼중얼 거리며 말하듯 노래하는 이지상 가수는 시노래를 주로 부르는 가수입니다. 민중가수로서 사회참여적인 활동을 하는 그의 소식을 이제는 페북을 통해 계속 접하게 되어 더더욱 좋습니다.  

두 번째 곡인 '심플리 선데이'의 '사랑해요'는 멜로디가 친숙해서 처음 들을 때부터 좋아했던 곡입니다. 그런데 '사랑해요' 멜로디가 친숙했던 것은 알게 모르게 공중파에서 노출이 많이 되었고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쓰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시봉'이 '백일몽'이라는 노래로 번안해서 불리운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심플리 선데이'가 부른 '사랑해요'는 원곡의 멜로디와 느낌을 살린 가사 덕분에 진한 울림을 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https://youtu.be/0bi8Rn9mCik 


문득 스치는 기억에 머물러 그대 이름을 부르면

말없이 그대는 미소로 답하죠 내 목소리 듣나 봐요. 

머물지 않았던 시간 속에 잊혀져 사라진 줄만 알았는데

그대와 난 그 시절 속에 사랑으로 남아있죠.

<중략>

곁에 있어도 그립던 두 사람 영원을 약속했었죠

어느 새 이별은 우리 사일 비웃듯 가까이 와 있었는데

얼마나 울었나 멀리 손을 흔들던 그대 모습 바라보면서

이 순간도 그때 기억에 나를 눈물짓게 해요. 

어쩌면 나 아직 그대를 사랑하고 있나 봐요.  


처음 이 노래를 듣고 나서 너무 좋아 헤아릴 수 없이 반복해서 듣다가 노래방에서 혼자 10번 이상 불렀던 곡입니다. 나중에는 컬러링 곡으로 설정해서 제 전화로 계속전화하며 듣기도 하였던 노래입니다. 한때 보호관찰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여고생을 지속적으로 상담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도 상담을 하다가 함께 노래방에 갔는데 그 여학생이 '사랑해요' 노래를 불러서 너무너무 좋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나서 문득 생각해 보니 그 여학생이 내 컬러링을 듣고 나를 위해 그 노래를 불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 그 생각을 뒤늦게서야 했는지 뭉클한 감정과 고맙다고 말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사랑해요' 이 노래는 멜로디가 좋기도 하지만 가사 메시지가 특히 좋습니다. 떠나간 사랑에 대한 노래이지만 사랑에 대한 기억 또한 사랑이라는 노래입니다. 함께하지 못한 사랑이라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면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사랑은 존재유무를 떠나서 기억되고 있다면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사랑도 그러하고 하느님도 부처님도 내 안에 있다고 믿으면 있는 것이 될 듯도 합니다. 있기를 바라는 희망이나 사랑은 있는 걸로 그렇게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 속에는 또 한 평안이 자리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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