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드네 Mar 15. 2022

꿈을 품고 살아가는 것

100일 글쓰기 카페: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시간

"아빠는 뭐가 되고 싶었어? 꿈꾸었던 어른이 되었나요?"

"아빠는 아직 되지 못했어. 하지만 되고 못 되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중요한 건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거지." 

이 말은 일본 영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태풍이 지나가고'(2016)에 있는 아들과 아버지의 대사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태풍은 몇 번이고 지나갔습니다. 위태로웠고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잘 버텼고 오늘에 와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태풍을 이겨낸 삶이니까요.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료타(아베 히로시)'는 과거 젊은 시절에 문학상까지 받으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단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기대를 매번 저버리고 가족들을 실망시키며 경제적인 무능으로 아내와 이혼한 남자입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어머니 몰래 아버지께서 아끼시던 유품을 팔아서 밀린 월세를 내려고 하는 아주 찌질한 인물입니다.  

그런 주인공이 자신을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자 어머니가 아들의 무능을 포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료타는 대기만성형이야."

이 말이 저에게는 낯설지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엄마는 계속 공부만하는 데 언제 돈이 되느냐고 묻습니다. 그때 제가 변명처럼 했던 말이 바로 대기만성형입니다. 생각해 보니 어릴 때도 그렇고 제가 절실한 꿈이 없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그래서 지금 꿈꾸는 어른이 되었나요? 우리가 꿈꾸는 내일이 어쩌면 영영 안 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코 우리의 삶이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영화가 바로 '태풍이 지나가고'입니다.  

요즘 일상으로 하는 일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글쓰기 카페를 안내하고 초대하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지역공동체 내에서 모여드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려고만 했습니다. 주변에 마음 맞는 사람들 모아서 재미 있게 글쓰기 카페를 운영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처럼 100명의 글쓰기 필자를 모집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연령층을 특정한 것도 문제였지만 글쓰기라는 활동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고 두려움을 주는 활동이라는 결론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사람 저사람 전화를 하다보니 연령이 비슷한 고등학교, 중학교 동창들까지 지역을 확대하며 연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성인 필자를 대상으로 한 글쓰기 교육 연구 논문을 쓰려면 일정수의 사람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매달려서 전화를 하다보니 이름만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무턱대고 전화를 할 수도 없고 나의 취지를 이해할 만한 친구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엄두가 나지를 않았습니다.  

몇 번을 망설이다 걸었던 전화 상대는 미안하다고 하였습니다. 살아온 이야기를 '자서전 쓰기'라는 형태로 쓰고는 싶지만 글쓰기 카페에 가입해서 도전하는 것이 자신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대화를 나눈 적도 얼굴을 본 적도 없는 친구들까지 전화를 하였습니다.  

내 인생의 사주명리를 풀었을 때 왜 '대기만성형'인 줄을 반성하는 시간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혼자 깔끔을 떠느라고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강했던 나였는데 막판에 내가 그었던 선이나 기준들이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였는지 성찰하고 깨닫는 나날입니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던 호탕한 친구는 나에게 묵직한 충고를 해 주었습니다. 

"내가 아직도 예민하게 살고 있다면 축복받은 인생이야.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산전수전 겪다가 무딜대로 무디어져서 내 감정이나 불편함을 표현하고 살아갈 수가 없더라." 

내가 하고자 하였던 일들에 절실함이 없었던 내 모습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글쓰기 선생이라고 말하고선 글을 쓰지 않았고 라면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하면서도 저는 라면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고도 잘 살고 있으니 저는 꿈을 꾸지 않았던 아이였고 꿈에 대한 절실함이 없었던 어른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나요? 사전설문조사에서 하였던 서술형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 준 친구의 설문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때도 괜찮은 아이였고 지금도 괜찮은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서술해서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중학교 동창은 분명 자신이 꾸는 꿈을 이룰 거라는 확신마저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 친구는 언제나 꿈을 꾸고 살았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대화를 통해서 공감과 감동을 주었던 친구가 답변한 설문에서 저 또한 길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나의 미래를 위해 꿈을 꾸기로 하였습니다.  

"엄마는 아직 꿈을 이루지 못 했지만 꿈을 품고 살아가기로 했어. 지켜봐 줘!"

오늘밤에라도 아이들과 통화를 하게 되면 말해 주어야 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차태현과 배경음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