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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네 Mar 18. 2022

밥도둑 우렁강된장과 맘도둑 봄동 겉절이

100일 글쓰기 카페: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시간


  오늘은 맘 먹고 강된장을 만들기 위해 마트에서 우렁과 강된장을 구입해 왔습니다. 꽃마리님이 주신 봄동이랑 상추를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저녁노을님께서 추천해 주신 우렁강된장 요리법을 적용해서 밥도둑 우렁강된장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실패하지 않고 맛있게 먹는 방법은 시중에 나와있는 강된장을 사서 우렁을 넣으면 어떨까 생각하였습니다. 잔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지혜롭다고 섣부르게 판단하실 수도 있습니다. 진짜로 맛은 있었습니다. 


  먼저, 익힌 우렁이지만 맛술을 1큰술 넣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쳤습니다. 찬물에 다시 헹군 다음 약불에 강된장과 우렁을 넣고 한 번씩 뒤집으며 섞이도록 하였습니다. 볶음 냄비에 더운 열기가 올라올 때 다진 마늘, 다진 청양 고추, 소주 2컵을 넣고 한번 더 끓여주었습니다. 중간에 양념들이 잘 섞이드록 설탕을 한꼬집 정도 살짝 뿌려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볶은 통깨를 뿌렸는데  겁나 쏟아지기는 했습니다. 우렁강된장은 오늘 저녁 우리집 식탁에서 밥도둑이 되었습니다. 









조금 전에 앞집 아주머니께서 바로 무친 봄동 겉절이를 주셨습니다. 너무 기뻐서 환호성을 지르며 눈을 크게 뜨고 반겼습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또다시 대문을 두드리시더니 파김치를 김치통째 주시면서 아직은 매울 지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생파도 남편이 아주 좋아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제가 사실 환호성을 지른 것은 이웃을 위해 무언가를 건네주시는 아주머니의 마음입니다. 평소에 말씀이 없으신 아주머니는 가끔씩 맛난 새반찬을 주시곤 하셨습니다. 때로는 


"지난 번에 왔는데 사람이 없어서 ... ..." 


"이번에 간이 좀 쎌란가 모르겠네."


이웃에 반찬을 건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처럼 집집마다 제각각인 음식의 간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맘을 훔친 생김치보다 앞집 아주머니의 고마운 마음보다 더 맛난 것을 드릴 자신이 없어서 오늘 저녁에 만들었던 우렁강된장을 아주머니께 드렸습니다. 





오늘 만든 우렁강된장은 입맛 까다로운 집식구에게 제대로 칭찬을 받았습니다. 제가 만든 반찬이 맛이 있다고 할 때도 맛이 별로라고 할 때도 똑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요.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영양을 생각해서 만든 거예요. "


식구들의 반찬투정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된 말이지만 그래도 남편은 수긍하는 눈치입니다. 


저녁 식탁에서 맛이 증명된 우렁강된장을 앞집 아주머니께 고마운 마음 대신 드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렁강된장을 만들 때 처음하는 요리라서 많은 양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맛이 어떨지 몰라서 종이컵 분량(200ml)  정도 만든 것이라 앞집 아주머니께 드린 것은 고작해야 한 종지 정도였습니다. 제가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으니 별 기대없이 드셨다가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70대 중반의 앞집 아주머니는 제가 요리를 못 한다고 생각하시고 야채나 반찬거리를 주실 때면 몇 번이나 물어보시곤 하십니다. 


"이거, 그대로 줘도 해 먹을 수 있으까?"


"좋아요. 좋습니다. 해 먹을 수 있습니다."


우리집에 명절 선물로 들어온 굵직굵직한 생선이나 해산물 등 색다른 반찬거리를 옆집 아주머니께 드리면서 제가 손질을 못 해서 드린다고 너스레를 떨었던  탓도 있습니다. 


그러니 앞집 아주머니께는 제가 일식, 양식, 한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딴 이야기는 절대로 안 할 작정입니다. 자격증을 따서 먼저 한 일이 요리책 쓰기였다는 것도 말입니다.


이렇게 제 마음을 훔쳐가는 아주머니의 마음과 맛난 반찬을 안 주실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입맛을 돋우는 우렁강된장도 마음을 훔쳐가는 봄동 겉절이도 '좋아요. 좋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상대를 위해 나 자신을 위해 계속 하려고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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