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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네 Jun 08. 2022

빨간 도트 원피스

100일 글쓰기카페: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시간



나이가 들수록 편한 것이 좋습니다. 만나면 나를 편안하게 해 주는 사람이 좋고 드라마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줄거리나 주제가 재미 있습니다. 특히, 옷은 편하지 않으면 입을 수가 없습니다. 일생 동안 한번도 다이어트를 멈춘 적은 없지만 한번 찐 살들은 나를 떠날 줄을 몰라서 옷장 가득 옷이 있어도 맵시 나고 편한 옷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바쁜 일이 막바지라 한 숨 돌릴 겸 여동생을 불러 쇼핑을 했습니다. 2주로 다가온 사촌 여동생의 결혼식에 입고 갈 편한 옷이 없기 때문입니다. 입을 옷이야 많이 있지만 친정식구들을 다 만나는 결혼식장에 편하기만 한 옷을 입고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 자격지심일 수 있어도 옷 한 벌에 잘 사네 못 사네 입방아에 오를 수 있는 것이 친척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제 넉넉한 몸집 때문에 항상 잘 사는 조카가 되었지만 옷맵시가 문제입니다. 지하상가 단골 옷가게에 가서 이것저것 고르다가 맘에 드는 옷을 골랐습니다. 역시, 단골이 최고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가격도 적당하고 가장 중요한 편안함에 몸매까지 적당히 감춰주는 옷은 결혼식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단골 가게 사장님이 부르는 가격이 얼마라도 줄 수 있는 원피스였습니다. 맘에 쏙 드는 원피를 사고 여동생 단골 옷가게를 갔더니 제가 4년 넘게 입고 다니는 빨간색 도트 원피스에 대한 악평을 쏟아냈습니다. 인물이 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인물도 옷도 문제가 아니고 스타일이 문제였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다 들른 옷가게 사장님의 단골잡기 전략인 줄은 알지만 유쾌한 판매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입고 있는 옷은 그냥 옷만은 아닙니다. 옷에 대한 감각이 들어있고 색상에 대한 선호, 차별화된 디자인, 소재에 대한 신중한 고려 등등이 옷에 대한 철학이 베여 있는 것이라 제가 평가절하를 당한 기분이었습니다. 이번만 입고 버려야지 하면서 4년을 입은 원피스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비판은 그 사람의 판단입니다. 제가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을 마련했다는 안도감이 작용한 탓도 있지만 옷가게 주인의 말이든 친척들의 입방아이든 제 생각이 중요합니다. 오늘 옷가게 주인의 말에 최대한 끝까지 친절하게 맞장구 치면서 옷값을 깎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된 것입니다.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불쾌하지 않게 끝까지 들어주고 제가 필요한 것을 얻으면 될 일입니다.

 

기분 좋은 말은 되돌려서 함께 기분 좋으면 되지만 나를 당황하게 하는 평가나 비판을 들을 지라도 담담하게 다음에 또 도트 원피스를 태연하고 있고 갈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할 듯합니다. 편한 사람, 편한 옷이 저는 중요한 문제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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