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해부락.01
아버지는 고향이 어디에요?
아버지는 아침 해가 떠오르는 동해바다, 경상남도 울산군 용잠리에서 태어났단다. 바다가 보이고, 어촌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아름다운 마을이었지. 사람들은 그곳을 내해부락이라고 불렀어. 용잠리 안으로 들어가면 내해라는 곳이 있었는데 그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불렀단다.
아버지가 살던 마을은 고래잡이 본토란다. 포경 회사가 많이 있었고, 그 주변으로 200가구 정도가살았던 꽤 큰 마을이었지. 포경회사 옆인 덕분에 고래를 많이 먹곤 했단다. 고래 껍데기를 절여놓고 나중에 삶아서 썰어 먹으면 그 맛이 아주 별미였지. 쌀밥을 자주 먹지는 못했어도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먹고, 감자도 캐서 먹으며 살았단다.
아버지는 누구와 함께 사셨어요?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나, 남동생 이렇게 여섯 식구가 함께 살았단다. 그런데 내가 5살 때 네 할아버지는 강제 징용으로 일본에 잡혀가셨어. 남동생이 태어난 지 얼마 안됐을 때인데, 나도 너무 어렸을 때라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셨나요?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1년이 지나 할아버지가 돌아오셨단다. 너의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일본에 계시는 동안 홀로 4남매를 힘들게 키우셨어. 조그만 방 한 칸에 5명의 가족이 겨우 살았으니까.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지도 못하셨지.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오면 나아질 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버티셨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어. 할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셨을 때 옷 몇 벌 말고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으셨단다. 할머니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돈도 한 푼 안 가지고 오면 어떻게 사냐고 울면서 말씀하셨지만, 할아버지는 그대로 다시 집을 떠나버리셨어. 어디로 가셨는지 알 수도 없었지. 할머니가 폐병으로 돌아가시고 5년이 지나서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셨어. 얼마 되지 않아 배다른 남동생도 태어나게 되었지.
*구술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를 가상의 것으로 대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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