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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콩 Nov 06. 2023

전세금 못 받았어도 포기하지 마라!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 소멸 시효 10년 +a

"전세금 못 받은 지 한 7~8년 됐는데 포기해야겠죠?"


점심시간이 지난 다소 나른한 오후, 지나가던 동네 주민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말했다.


"네?  7~8년이나 지났는데도 전세금을 못 받았다고요?

일단 보증금 줄 때까지 버티며 사셔야죠~"


"이사는 이미 나왔는데요?"


7~8년 전에 아는 지인의 집에 전세금 1억으로 입주하였는데,  

지방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어 임대인께 이야기했더니 새로운 계약자와 전세계약이 체결되었다.


이사 올 사람과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을 날짜가 정해졌으니 편한 마음으로 먼저 이사를 나오게 되었단다. 그런데 전세 잔금일에 새로운 임차인이 이사 못 들어오겠다며 계약해제를 통보했다.


당황했지만, 나름 친분 있던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곧 맞춰줄 테니 걱정 말라고 하여서 믿고 기다렸다는 것이 문제였다.  차일피일 미뤄지는가 했더니 사업을 확장했던 임대인은  그 집에 대출을 full로 받았다가 결국 경매에 넘기고 말았다.


간혹 세상사의 흐름에 지나치게 관대한 사람들이 있다.

서로 믿으며 살아야지, 뭐 별일 있겠어? 어련히 알아서 해주겠지. 설마 그러겠어.


좋은 마음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유도해 주는 것은 아니다.


임대인께 쫓아갔더니 걱정 마라  돈 나올 데가 있으니 곧 해결해 주겠다,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을 팔아서라도 해결해 주겠다고 했다. 다시 기다리다 보니 그 사이 임대인 소유의 자택도 다른 사람 명의로 넘어갔다.


그렇게 7~8년이 흘렀는데 마침 중개사무소 앞을 지나가다 문득 생각나 말을 꺼낸 것이었다.


"5년이 훌쩍 넘었으니깐 이제 완전히 끝난 거죠?"


"5년요? 5년은 무슨 상관인데요. 5년은 일반적인 상법의 소멸시효예요. 이거랑 상관없어요."


그녀는 누군가가 전세보증금을 못 받은 지 5년이 지나면 이젠 받을 수 없다고 해서 이미 포기했다고 한다.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의 이슈화가 되어있는 요즘, 역전세난이나 임대인의 경제상황 등으로 인하여 전세보증금을 제때 반환 못 받고 퇴거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다.


물론 전세보증금을 전액 반환받지 않은 경우 목적물을 명도하고 이사를 나와서는 안되지만, 만약 부득이한 사유로 퇴거해야 한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판례로 훑어보면,


1. 전세보증금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다!



대법원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를 갈 경우 10년이 지나면 돌려받을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임차인 보호를 위한 <주택임차권등기명령> 제도가 있지만, 대법원의 판결을 살펴보면 이 마저도 녹록지는 않다.  주택임차권등기명령이란, 임차인이 보증금을 못 받고 이사할 경우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고 등기에 표시하여 변제우선권을 보장해 주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임차인 A 씨는  2년의 계약기간이 끝난 후 보증금을 돌려받으려 했지만, 임대인 B 씨는 제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임대인 B 씨가 사망하자 임차인 A 씨는 어쩔 수 없이 9개월간 더 거주하며 버티다가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후 이사 나왔다.


10년이 지난 후 임차인  A 씨는 임대인 B 씨의 자녀들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이미 보증금을 돌려받을 근거인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시효가 계약기간으로부터 10년이 지나 소멸한 상태였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차인이 계속 집에 머물러 있을 경우 임대차 계약이 끝나지 않은 걸로 간주하지만 이미 이사를 떠난 A 씨로선 불리한 상황이었다.


A 씨는 이사 가기 전 주택임차권등기를 신청해 놓았다는 점을 들며 “소멸시효 중단”을 주장했지만, 1심은 임차인 A 씨의 손을, 2심은 임대인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임대인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임차권등기는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취득하는 등 담보적 기능을 주목적으로 하여,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긴 하지만, 소멸 시효까지 중단시킬 정도의 효력은 없다"라고 본 것이다.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과 같은 일반적인 채권의 소멸 시효 기간은 10년이므로 임대인이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다고 해서 임차인이 소멸 시효 중단을 위한 별다른 법적 조치 없이 10년을 경과하면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시효로 소멸하게 될 우려가 있다.


결국 10년 안에 시효 중단 및 연장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소송을 통해 확정 받아서 집행권원 획득

-압류 및 강제집행, 강제경매 실행

-지불각서나 차용증 다시 받기

하면 확정일로부터 다시 10년의 소멸시효가 시작된다.


시효는 한번 완성되고 나면 어떠한 방법과 절차로도  채권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 



임차인 C 씨는 만기일에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해주지 않자 임대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서 임대인에게 반환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려 14년 만에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 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원심(2심) 법원은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은 임대차가 종료된 때부터 소멸 시효가 진행돼 소 제기 무렵 이미 소멸 시효가 완성됐다”라고 판단하면서 임차인의 청구를 기각했다. 일반적인 소멸 시효 법리에 따른  판결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 '임대차 기간이 끝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 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본다.'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임대차에서 그 기간이 끝난 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소멸 시효는 진행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임대차 종료 후에도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는 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 시효는 진행되지 않으므로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 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임대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경우


1. 목적물을 점유하고 보증금을 전액 반환받을 때까지 버텨야 한다.


2. 부득이 이사 나와야 할 경우 주택임차권등기명령을 했다고 무작정 기다리지 말고 10년 소멸시효를 상기하여 시효 중단 및 연장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아직 2년 정도 남아있잖아요.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보증금 반환 소를 제기해 보세요!"


그녀는 뜻밖의 횡재라도 한듯한 표정으로 서둘러 돌아갔다.



전세보증금이 한 두 푼도 아니고 왜 포기를 하나요.

여러 방법들을 동원해서 최대한 받아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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