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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콩 Jan 25. 2024

전입신고 못하게 하는 계약은 무조건 무효다!

오피스텔 월세 매물이 접수됐다.     


“보증금 1000만 원이나 2000만 원에 월세로 놓아주세요~ 대신 전입신고는 안 하는 조건으로요~”     


전입신고 금지 조건 임대차 계약?      


“저는 그런 조건으로는 중개를 못 해 드립니다.”     


임대인이 발끈한다.     


“아니 그동안 그런 식으로 계속 전세나 월세를 놓았는데 안된다니요? 이상하게 일하시네...”     


졸지에 이상하게 일하는, 일 못하는 중개사가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불경기라도 나는 전입신고 안 하는 조건의 임대차 계약은 할 생각이 없다.    

 

중개사인 내가 “그런 임대차 계약”을 안 하겠다는 이유는 그것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이고, 우리 법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대항력 등) ①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이 경우 전입신고를 한 때에 주민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 (이하 생략)

제10조(강행규정) 이 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



전입신고 하지 않는다는 약정이 무효라고?

그런데도 왜 임대인들은  그런 조건을 내거는 것일까?


  

1. 오피스텔 소유자 등이 전입신고를 못하게 하는 이유


세금 문제 때문이다.

오피스텔을 분양받을 때 업무용으로 해서 사업자등록을 하면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수 있고, 기타 여러 가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신 업무용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임대차 계약을 하여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게 되면 업무용이 아닌 주거용으로 판단되어 환급받았던 부가가치세를 추징당하게 된다.


또한 오피스텔을 업무용으로 사용할 때는 주택 수에 포함이 되지 않지만, 주거용으로 사용하게 되면 주택 수에 포함되게 된다. 그럴 경우 오피스텔 외에 다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다주택자가 되어서 종합부동산세 납부대상이 될 수도 있고, 양도소득세 또한 중과되기 때문에 전입신고를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2. 전입신고 안 한다는 특약을 하면 정말 전입신고를 못할까?


임차인은 전입신고까지 마쳐야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입신고를 하고 싶지만, 특약사항에 합의했기 때문에 어찌해야 하나 난감하다.


계약 시 합의하여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넣었다면 정말 전입신고를 못하는 것일까?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계약을 파기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단서를 넣기도 하는데, 과연 이런 특약이 어디까지 유효할까?


실제로 전입신고를 안 하기로 약정했지만 보증금을 잃을까 봐 우려한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였고, 이에 세금을 추징당하게 된 임대인이 계약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다.


법원은,

전입신고를 못하게 하는 특약을 어기고 전입신고를 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등의 임차인에게 불리한 특약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유는 계약서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기로 한다'는 특약을 넣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집주인이 계약 당시부터 임차인이 주거용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반증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즉 민법 652조에 의거, '임차인이나 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다.'에 기인하는 것이다. 고로 주택임대차계약을 하면서 '전입신고 불가' 등 임차인에게 불리한 조항은 당연히 무효가 된다.  


,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특약이 있었다면 이는 임차인이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임대인이 몰랐다는 의미이므로 임대인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


고로, 여러 판례에 따르면

"전입신고 금지 특약"은 법적 효력이 없다. 


그런데도 임차인들은 효력이 없는 조항에 겁을 먹고 전입신고를 못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같이 전세사기가 득세한 때에는 대항력을 확보하지 못하여 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슬픈 참사가 발생한다.     


임차인들은 알아야 한다.


주택임대차 계약을 할 시에

-임차인들에게 불리한 약정은 무효라는 것!

-무효라서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약정을 어길 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단서가 있더라도 전혀 문제없다는 것!     


중개를 못해주겠다는 말에 다소 당황해하던 오피스텔 임대인이 다시 물었다.     


“그럼 월세를 좀 싸게 해 드리면 안 될까요?”     


“월세나 보증금이 싸다고 해도 임차인이 보호받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예요.

그냥 법대로, 원칙대로 하시지요~ 주택임대차 계약을 하면서 전입신고 안 하는 조건을 내걸면  계약하겠다는 임차인들이 줄어들 거고요, 그러면 공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잖아요.

다행히 계약하겠다는 임차인이 나타나더라도 계약 중간에 불안해서 전입신고 해버릴 수도 있어요. 법적으로 막을 순 없으니까요. 그러니 그런 무의미한 계약을 하지 말고 원칙대로 하시는 게 더 유리해요 “     


오피스텔 임대인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오피스텔 분양 시에 분양팀에서 업무시설로 하여 사업자등록을 하면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달콤함에 넘어가 여기까지 왔는데,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환급받았던 부가세를 다시 추징당하는 거지요. 그런데 그걸 피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처음부터 주거용으로 받았으면 응당 납부했어야 할 세금인 거지, 내지 않아도 될 부당한 과태료나 벌금이 아니잖아요~“     


오피스텔 임대인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네 그럼 그냥 전입신고 금지 특약 없이 중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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