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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사의 천태만상 현장일기(6)

까만 리본 고양이의 중개

by 양콩

아파트 전세 보증금 반환일.

이삿날이 다가올수록 나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4년 거주하던 전세 임차인이 분양아파트로 이사 나가고, 임대인이 직접 들어오는 케이스였다.

문제는 이삿날을 정하는 것부터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차인의 전세 만기는 원래 7개월 전에 끝났지만,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 시기에 맞추느라 임대인에게 부탁해 연장 거주를 허락받았다. 그런데 막상 이사를 나가려는 시점에,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날과 임차인이 원하는 이사 날짜가 달라 갈등이 생긴 것이다.


임대인은 “7개월이나 더 살도록 배려해 줬는데 고작 며칠도 못 맞춰주냐”며 분통을 터뜨렸고, 임차인 쪽은 “분양아파트 입주 날짜는 이미 정해진 건데, 그 며칠 가지고 갑질하느냐”며 성토했다.





2주 정도 공방전을 벌이다가 어렵사리 조율 끝에 맞춘 보증금 반환일.

하지만 가슴에 불만을 잔뜩 품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는 늘 긴장되기 마련이다.


나는 이쪽 눈치도 보고, 저쪽 눈치도 보며 공과금 정산 전화를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통화하다 슬쩍 보니 30대 임차인과 50대 임대인이 나란히 앉아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뭔가 긴밀하고 심각한 표정들.


좀 떨어져 앉지 왜 저렇게 딱 붙어 있는 거야.

오늘까지 싸우면 안 되는데... 헤어질 땐 좋게 헤어져야 하는데...


나는 서둘러 전화통화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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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에세이 '집 보러 가실까요?'출간 -유튜브 "부동산 삼박자TV" -21년차 현직 공인중개사. 부동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쇼킹하고 흥미진진한 사건들을 다양하게 그려내는 중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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