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데이팅 앱을 다운받았다.
데이팅 앱을 야심차 게 시작했으나, 며칠에 한 번씩 들여다보며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다. 이렇게 시들한 이유는 몇 십 명을 넘겨야 마음에 드는 사람이 한두 명 있을 정도로 효율성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사람은 나와 매칭되지 않는다... 어떻게 매칭되어 얘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과는 뭐 그렇고 그런 반복되는 대화에 급 흥미를 읽어 버리고, 어쩌다 만나도 뭐랄까. 안끌 린다. 옛 남친과 종종 얘기를 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 서두르지 말란다. 그래, 연애하겠다고 결심하면 남친이 뿅 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지. 마음을 느긋이 가지고 차분히 임하는 걸로!
근데 문제가 나는 현재 싱글 라이프가 썩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무척 즐기고 있다는 점. 혼자 집에서 뒹구르르 하며 쉬던 나가서 친구들과 놀던매 주말 할 게 있고,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간히 들 때가 있어도 그 때뿐, 현재 내 일상을 무척 좋아하는데 만약 남친 생겨서 남친네 집에서 외박이라도 한다고 하면 내 일상 패턴이 무너져버릴거고 그것은 상상만 해도 싫다... 나 혼자 사는 게 굉장히 익숙해져 버렸나 보다. 이래서 결혼은 할 수 있을까? 나 결혼을 하고 싶은가? 끝도 없이 밀려오는 질문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연애를 하기에 준비가 된 게 아닐까? 왜 혼자서도 행복해야 연애도 잘 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상대방에게서 행복을 찾으려 하지 않고, 내 개인적인 생활을 잘 유지하며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애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건 아닐까? 3년 전 사겼던 남친과는 당시 유학 생활이 너무 불만족스러워서 남친에게 위안을 받으려 심리적으로 크게 기댔었고, 그 결과 내 주 생활이 그를 위주로 흘러가버리곤 했었다. 그게 그 친구에게는 큰 부담이 되어 우리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었다. 이제는 혼자도 행복하니 둘이면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난 D는 사운드 디자이너로 주로 인플루언서 유투버 들의 영상에 음악을 가해주는 일을 하고 있는 삼십대 초반에 영국 남부 출신 영국인이었다. 마침 사는 곳이 가까워서 토요일 오후 공원에서 만났다. 알고보니 월요일마다 내가 가는 스포츠센터에서 배드민턴을 친다 하여 조만간 같이 치기로 했다.
기억에 남는 대화 중 하나는, 스쿨 오브 라이프 채널에서 본 Why you will never find the right person 에 대한 얘기로
"There is no right one, but there is good enough one."
나보고 너의 Good enough 가 되기 위한 조건은 뭐냐고 물어보는데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리고 깨달은 게 나는 이상적인 연인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우선 생각하는 걸 적어보자면,
내가 생각하는 굿 이너프 중 중요한 조건은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해줄 수 있고, 함께 좋은 영향과 자극을 주고 받으며 성장할 수 있고, 정서적으로 위안이 될 수 있게 공감능력이 있는 귀엽고 소탈한 인상의 또래 남성인데. 내 또래의 남자는 대부분 이미 오래 사귄 연인이 있거나 아님 결혼을 했다. 눈을 돌려 어린 이십대나 사오십대로 옵션을 열어야 되는데, 이십대는 너무 어린 것만 같고, 사오십대는 너무 아저씨같아서 선뜻 내키지가 않는다. 나이들면서 나이 든 남성들이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종종 있긴 하지만, 그냥 느낌일 뿐이고.
좋은 인상처럼 성격도 털털해 편안하게 대화를 하다가 서로의 데이팅앱 히스토리를 얘기하게 됐는데, 서로 완전 공감하며 토로하는 점 중 하나는 데이팅이 세컨드 잡 같다는 것, ㅠㅠ
처음 만나는 건데도 이미 알고 있던 친구를 만난 것 마냥 내내 편했다. 데이팅보다는 행아웃에 가까운 느낌. 데이트보다는 동네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