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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 인생 Oct 18. 2024

슬픈 예감은 틀리지가 않는다

2023년 약 3개월간 만나오던 데이팅 남 N과의 만남과 헤어짐

이 떄의 내 마음같았던 질퍽한 공원 산책길




2023년 12월 초 한국 가기 전 만났던 데이트 남 N이랑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안보기로 했다. 

지난 일기를 읽어보니 이미 1월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가 않는가, 틀리길 바랐건만! 사실 이 시점에서는 2번밖에 안 봤는데, 괜히 급발진해서 혼자 금사빠처럼 굴었던 건 인정한다. 하지만 첫 만남에 느낌이 굉장히 좋았었는데. 

이 사람과 오래 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한 자유로운 영혼인 나를 훨신 뛰어넘는 극자유로운 영혼이고, 꽤나 예민하며, 말투가 직설적이고 가끔씩 공격적으로 느껴져서 불편했고, 약간의 예측불가한 신경질적인 면이 보였다. 그리고 과거가 내가 포용할 수 있는 선이 넘는 것이라,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게 느껴져서 약간의 생경함과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런 예감과 불편한 점에도 불구하고 그를 몇 번 더 만났던 건,

외모와 패션센스가 맘에 꼭 들었고, 유머 감각이 좋고 이야기꾼이라 함께 있으면 많이 웃었고, 대화가 잘 통했으며, 불편한 점이 없도록 살뜰히 잘 챙겨주어서다. 그리고 예술업계에서 일해서 업계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다.

지난 주말에는 그가 운영하는 한 갤러리 전시회를 종료하는 주라서 바쁠 것 같았는데, 그 전날에 시간을 내겠다고 하여 만났다. 중요한 날 전날이라 그래서 예민했던 건지, 피곤했던 건지, 그 사람은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시점에 짜증을 냈고, 또 짜증섞인 말투로 투덜거렸다. 감정이 격앙된 나도 목소리를 올렸고, 우리는 불편한 가운데 식사를 서둘러서 마쳤다. 헤어지기 전에 그가 안아줄 때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아니라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남은 주말 내 뭔가 가슴에 응어리진 것 같은 불편한 마음이 사라지지가 않았다. 그가 나에게 퉁명스럽게 대했던 모습이나, 짜증섞인 말투도 답했던 것들이 생각나며, 다음에 만날 데이트가 기다려지지가 않고 일이 되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는 도저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 전화를 걸어 나의 이런 마음을 설명했다. 내가 편안하게 내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 같아. 왜냐면 니가 어떤 부분에 짜증을 낼지 모르겠거든. 그러자 그도 초반부터 서로 투닥거리고 부딪히는 게 마음에 걸렸다며, 서로 맞지 않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점점 깊어져가는 내 감정을 눈치챈 그가 부담스러워 발을 뺄 눈치를 보고 있었다는 걸. 초반에 달콤하고 가벼운 데이트만 누리고 싶었던 그는 점점 내가 감정이 깊어지는 걸 느끼고,아뿔사, 발이 묶이기 전에 빠져나가야 겠다!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먼저 저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방 안에 코끼리 마냥, 짐짓 모른 채 하고 있었다면 우리는 매주 만나서 데이트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 원하는 관계상이 다른데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는 미래에 가슴 아파하고, 감정 소모로 힘들어할 내가 뻔히 보인다. 

그리고, 내가 너무 편해진 나머지 급 짜증을 내고 변덕을 부리는 행동은 받아주기가 힘들다. 아무리 친하고 가까워도, 가족이라도, 서로 적당히 예의지키고, 어느 정도의 선을 지키고 대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감정쓰레기는 왠만하면 각자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섹스앤더시티의 사만다가 그랬듯이, 

나는 니가 참 좋았지만, 내가 더 소중하기에, 

미래의 내가 가슴 아파할 게 뻔한 이 관계는 여기에서 접어야 겠다. 지난 두 달 반간, 간만에 설레고 따뜻하고 그리워하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마웠다. 잘 살아라 N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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