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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 인생 Oct 18. 2024

Situationship

뭉크의 작품 'Separation' @오슬로 뭉크 미술관



시츄에이션쉽 뜻



보통 사용되는 의미 - 나는 가끔 시간날 때 너와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장기적 관계나 관계에 따라오는 어떤 의무도 지고 싶지 않아. No emotional baggage but looking for only fun times.



 

플랫메이트 Sa 가 풀이 팍 죽은 얼굴로 거실 소파에 앉아있다. 

지난 주말에 회사 동료남과 데이트를 즐기고 와서 한창 좋을 때인 것 같았는데, 함께 간 여행에서 둘의 관계에 대해서 깊게 얘기를 했단다. 

그러면서 데이트 남이 Serious relationship 보다는 Casual 한 관계를 갖고 싶다고 했고, 데이트 초반과 다른 얘기를 하는 것에 당황스러움과 실망스러움이 복합되어 혼란스러운 감정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한참을 우을증에 시달리며 약을 복용하다가, 작년 여름부터 약 복용을 중지하고 서서히 운동을 하는 루틴을 만들며 조금씩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는 플랫메이트는 다시 데이팅에 돌아가기를 주저하며 미루고 있었다. 


조금만 더 살을 빼면, 배가 조금만 더 들어가면, 마음이 조금 더 안정되면... 

데이팅을 시작하기에 완벽한 시기는 없지만 완벽히 준비가 되는 시기도 없을텐데 이전 약혼자와의 막바지 파혼으로 인해 플랫메이트는 다시 연애를 하는 것에 두려워하고 조심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직장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하던 동료로 인해 혼란스러워 했었다. 그러다가 서서히 마음을 열어 그렇게 데이팅을 시작한 그들이었는데! 


하아아... 콧등이 빨개진 플랫메이트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안 좋다. 


본인은 예전에 캐주얼한 관계만 가진 적도 있어 그런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지금 문제는 이미 몇 달간에 걸쳐 그와 대화를 통해 감정이 생겼다는 점.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감정을 교류했는데 여기서 FWB 으로 가기엔 본인이 나중에 상처를 받을 것이 뻔히 보인다는 것. 


난 그녀가 여기서 그와 관계를 끊었으면 좋겠지만, 그녀는 고민하는 눈치다.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돌아보는 나의 데이팅,


2월 중순 데이팅 남 N과 더 이상 만나지 않기로 한 이유 중 하나는 서로 잘 맞지 않아서이다. 


잘 안 맞는 것 첫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서로 말하는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별 일 아닌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는 일이 몇 번 일어나자, 이젠 서로 다툼을 하기 싫어서 깊이 들어가지 않는 일이 잦아지고, 이는 원활하지 않은 소통으로 이어졌다.


다른 하나는 나는 진지하게 만날 데이트 상대를 찾는 반면에 그는 캐쥬얼한 관계에 더 관심이 많았다. 데이팅 초반부터 이런 얘기를 꺼내면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할까봐 5번 정도 만난 후에 슬쩍 운을 띄운 거였는데, 상대는 우리 5번 밖에 안 만났잖아. 그러는 거. 


그래 그럴 수도 있다. 너무 이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몇 일 뒤, 통화를 하는데 서로 초반부터 말다툼을 포함해 여러 면이 안맞는다고 느꼈고, 여기서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끝났는데 한 주 뒤, 그로부터 온 안부를 묻는 문자. 가볍게 문자를 몇 번 주고 받다가 문자 내용이 예상대로 이상한 쪽으로 흐르려고 하길래 좋은 말로 인사를 하고 대화를 중단했다. 그리고 또 한 주 뒤 문자가 와서 보고싶다는 둥 하길래 문자를 주고 받다 통화를 하게 됐다. 그리고 나는 왜 문자를 계속 보내냐고, 니 맘이 변한건지 (이젠 캐쥬얼 이상의 관계를 생각하는 건지) 물어보니, I want to see how it goes 


그리고 다음 날 그에게 온 문자는, 


어제 우리가 한 대화를 생각해봤는데... 

I'm not clear about how I feel 


읽고 어이가 없어서 만나기로 한 약속은 취소했다. 니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걸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니, 니 마음은 니가 알아야지. 


친구 웨인에게 말하니 그래도 좋은 점은 그 놈이 솔직하게 말했단 거야. 사실 말 안하고 계속 진지한 만남에 마음이 있는 척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 굳이 Bright side 를 찾자면 그렇다. 뭔가 느낌이 또 문자 보내면서 질척거릴 거 같은데, 그럼 차단시킬 생각. 


이게 참 애매한 문젠 거 같은데, 초반부터 확실히 데이팅 골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서로 시간, 에너지, 감정 소모하지 않게.


남사친들 왈, 남자들은 그러면 엄청 부담스러워 해. 그런 얘긴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 나오게 될 거야.


하지만 많은 이들은 데이팅에 가입할 때 이미 확실한 목적이 있는 경우가 있고, 

그런 이들끼리만 만나서 서로가 맞는지, 감정을 키워가고 싶은지 보는 게 가능만 하다면 낫다고 생각한다. 


+ 데이팅 앱 Hinge 에는 프로필 섹션에 어떤  관계를 목표로 하는지 게시할 수 있고 (long-term, short-term, life partner etc), 심지어 monogamy(일부일처제) 또는 non-monogamy, figuring out my relationship type 도 선택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참,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은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이렇게 데이팅 때문에 피곤하더라도 나중에 장기적인 관계에 있을 때도 분명 크고 작은 문제는 부딪힐 거고, 이 과정 또한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내 일상이 하고 싶고, 해야할 일로 꽉 차서 이런 일에 계속 낙담하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도 않다. 


연초부터 좋은 액땜치뤘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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