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중순의 기록
예전 직장에 함께 다니며 친구로 지내는 동생 R을 만났다. 곧 인도로 2달 휴가 및 리모트 근무를 하기 위해 떠나 가기 전에 R도 나도 취업비자를 받은 걸 축하하기 위해 몇 주간 시간을 맞추기만 하다가 겨우 맞추어 만났다.
R과 데이팅 얘기를 하다가, 나에게 급 뼈 때리는 말을 하는 것이다!
" 누나, 우리 알게된 지가 2년인데 데이팅만 하면서 아직까지 한 번도 제대로 진득하게 연애한 적 없잖아. 세상에 완벽한 남자는 없어. 적당히 타협이 가능한 영역을 찾고 나머지는 내려놔야 해."
마음에 꼭 드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사귀니!
내심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정곡이 찔리는 조언.
저 말이 맞는 것은 지난 몇 달간의 데이팅에서 새삼 깨달았기 떄문이다. 나는 참 컴플렉스한 사람이며, 아마도 내 마음에 차는 남자는 못 만날지도. 내 마음에 차는 이는 이미 다 임자있거나 결혼한 듯.
위에 걸 다시 깨닫게 해 계기는 데이트 남 S와 A.
미국에서 석사 후 홍콩과 싱가폴에서 일하다가 영국으로 건너왔고 뱅킹에서 일하다가 금융쪽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중이고, 성격이 차분하고 진중하다. 약간 너디 느낌이긴 한데 예술에도 관심이 꽤 있는 편이고 둘 다 멍멍이를 좋아함.
본인 커리어를 열심히 쌓아나가고, 해외 경험이 많고, 성격도 자상한 편이라 마음에 들었는데 3번이나 만났는데도 매력이 안느껴지고 대화하는 것도 큰 재미가 없고, 무엇보다 이 친구가 나에게 엄청 잘해주고 하는데도 마음이 안 가니 결국은 미안해지더라.
마지막에 만날 때는 나도 모르게 불쑥 짜증까지 나오더라. 이게 마음이 안 가는데 계속 일처럼 만나다보면 매력이 느껴질 거야. 좋은 사람이니까 계속 만나보자. 이런 생각에서 약간 하기 싫은 일을 하듯 해서 나온 결과인 듯 하다.
오랜 시간 친구로 만나다보면 정도 들고, 매력도 알아갈 수도 있지만 우린 데이팅 앱에서 만났고, 서로 나이도 꽤나 지긋히 있고 바쁜 삶을 사는 중이라 붙잡아두는 건 아니라, 3번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정리했다. 친구로 만나자길래 그러자고는 했지만, 3번 동안의 만남에서 대화에 큰 재미를 못 느꼈는데 친구로 볼 가치가 있을까 싶다.
S와의 만남을 뒤로,
그래 나는 대화가 잘 통하고, 첫 만남에 매력을 느낄 수 있고 친근한 그런 남자가 좋아! 라는 생각을 가지고 만난 데이트 남 A.
19살에 독일에서 영국으로 건너와 밑바닥에서 시작한 A는 호기심이 많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직장은 공무원이고, 저녁과 주말에는 아이패드로 드로잉과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딱히 전형적인 공부나 커리어 개발에는 큰 관심이 없어보이고, 일은 돈 받아서 빌 내면 되는 것이고, 일 끝난 후에 취미 생활에 열정을 쏟고 있는 사람. 10년 정도 돈을 모아서, 인도 고아 바닷가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는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여자 친구들이 많아서인지 대화 스킬이 뛰어나서 함께 얘기하면 재밌고, 편안하다. 생긴 건 큰 곰돌이처럼 생겨서 귀여워서 마음에 드나, 배가 많이 나오고 평소 운동이나 식사 식단을 들으니 자기 관리가 잘 안되는 것 같다.
이 친구랑 함께 있으면 여유있게 맘 편하게는 살 것 같으나, 서로 큰 발전이 없을 것 같고, 왠지 돈으로 고생할 것 같은 느낌. 우리 부모님을 보건데 한 사람이 재정 / 재테크에 관심이 많고 해볼려고 해도 다른 사람이 목표에 동참하지 않고 협조하지 않으면 저엉-말 힘들어지는 걸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에 안다.
그래서 이 친구와는 2번까지 만났는데 3번째로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 그 쪽도 아마 나와 맞는지 생각 중이겠지.
...
결론은 결국 만나면서 본인이 포기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조금 더 알아가는 과정인데, 본인 자신을 잘 아는 이들이 더 빨리, 자신있게 결정을 내리고 쭉 가는 것 같다.
이십 대때에는 매력과 호감도, 친밀도 등이 있으면 무조건 고 - 하고 봤는데, 삼십 대 드니 다른 여러 부분들도 살피게 되고, 삼십 대 후반 되니 더 많이 조심스레 살피게 되는 중.
그냥 이러다가 짝 못 만날 수도 있으니,
혼자서 열심히 취미 부자로 살고, 친구들과 관계도 잘 유지하고, 열심히 돈 벌어서 집사고 노후 준비 잘 해야지하는 생각이다.
그래도 어딘가는 있겠죠?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