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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 인생 May 10. 2024

다양한 밥벌이의 무게와 의미

당신에게 직업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지난 주에 만났던 이들에게 일이란


지난 주에는 런던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하다 일에 대한 주제가 나왔다. 


Cyber Security 업계에서 일하는 일본계 영국인 L: 

"회사에서 계속 승진을 시키려고 해서 싫다고하는데도 은근히 압박이 들어오네. 내 바로 위 자리도 아니고 디렉터 급 자리라 분명 빡세게 일해야할텐데 난 그렇게 살기 싫단 말이야." 


마케팅 업계에서 일하는 영국인 S: 

" 난 Corportate ladder 올라가면서 겪어야했던 사내 정치질이 피곤해서 못해먹겠더라구. 그 놈의 사내 정치만 아니면 나을텐데." 


미디어 업계에서 일하는 인도아시아계 영국인 C: 

"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우주 항공 관련 일인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아무 관련도 없는 방송업계야. 진짜 이직하고 싶어." 


홍콩계 영국인 웨인: 

" 난 대학 졸업 후 취직한 곳에서 20년 가까이 일했어. 큰 불만은 없고, 지금처럼 주말에 원하는 일인 사진을 찍고 여행을 다니며 사는 게 좋아."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나: 

" 난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 수 있으면 되는데, 최근 뉴욕에 갔다온 후로 뉴욕뽕에 빠졌어. 뉴욕에 가서 일하면서 살고 싶어!" 


그리고 이미 목표하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40대 초반에 은퇴를 한 호주인 엔지니어 부부: 


"We are fired." 


- 여기서 FIRE 란 해고가 아니라 Financial Independene Retire Early 의 줄임말로 경제적 자유를 이루어 이른 나이에 은퇴를 한다는 용어이다. 


" 인생은 짧은데 인생에 너무 많은 시간을 일만 하면서 사는 건 낭비같아. 그래서 열심히 일하면서 투자를 해서 40세에 은퇴를 했지. 지금은 런던에서 1년째 살고 있어. 재봉틀을 사서 하고 싶었던 옷을 만드는 시간이 요즘 가장 좋아." 



30년간 무거운 짐을 나르는 운반꾼 하산


어제 저녁에 본 다큐. 카슈미르 출신 하산의 이야기. 


인도 카슈미르 출신인 하산은 15살 심라로 내려와 3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을 한다. 그렇게 번 돈으로 극도로 절제한 생활을 하며 모은 돈은 3개월에 한번씩 만나는 가족에게 생활비로 고스란히 가져다준다. 


구불구불한 언덕길 천지인 고산지대 심라에는 차가 진입할 수 없는 거리가 많아 예전 영국 식민시대때부터 인도인들을 운반꾼으로 꾸렸고 식민 지배에서 해방된 후에도 많은 이들이 운반꾼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하산에게 일이란 본인 가족이 먹을 음식과 생활을 할 수 있게하며 받을 때뿐이지만 그래도 가족이 받고 행복해하는 선물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신성한 것. 


본인은 운반꾼으로 일하지만 본인이 일해서 자녀들이 공부를 할 수만 있다면, 그들은 본인같이 운반꾼이 아닌 조금 더 편한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꿈꿀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그가 일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본인의 무릎은 내려앉고 등이 까져도 이미 본인의 삶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가족을 위해 사는 하산 외에도 많은 운반꾼들이 곳간과도 같은 곳에서 모여 살며 가족을 위한 삶을 산다. 


3개월에 한번씩 만나는 가족이기에 너무나 애틋하고 함께 살고 싶지만, 카슈미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산악지대에서 돌을 깨뜨려 운반하는 것이 유일한 일이고, 하산의 아버지는 그 일을 하시다 불구가 되어 15살의 하산이 심라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나게 된 것이다. 


보면서 라마단 기간에 쫄쫄 굶은 상태에서 본인의 몇 배나 되는 크기와 무게의 짐을 들쳐매고 비틀비틀 옮기는 하산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하산이 믿는 신은 왜 하산에게 그리도 가혹하신지. 


원본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 

https://youtu.be/KP6XeUhC-eM



마다가스카르에서 오지 진료 중인 한국인 의사와 아동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아내


한반도의 3배 땅 크기에 외과의사가 50명 밖에 안 되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외과 의사와 아이들의 복지를 위해 힘쓰고 있는 와이프. 


이재훈 의사 선생님과 그의 진료팀은 100회가 넘는 오지진료를 다니며 몸이 아프면 무당에게 찾아가는 현지인들을 치료해주며 오지진료를 떠나지 않는 때에는 병원에 찾아오는 이들을 저렴한 비용에 치료해준다. 


이재훈 의사 선생님이 의사 선교를 떠나게 된 계기는 청소년 기에 신앙 생활 중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본인의 목표는 마다가스카르에 본인이 떠나도 현지인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진 후배를 양성하는 것. 


아내 분도 아동 복지 프로그램과 병원 살림을 운영하며 고생을 하시는 중 어깨 관절이 골절되어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와 다시 오지 진료에 함께 떠날 정도로 열성이시다. 


이 분들이 아프리카에서 키운 3남매는 잘 자랐고, 막내 아들은 미국에서 전기 공학을 공부한 후 돌아와서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곳에 배운 것을 쓰고 싶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고생하고 있는 게 분명해보이는 환경에서도 이 의사 선생님 부부의 얼굴은 밝고 미소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원본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https://youtu.be/XdV1dloOoDo



최근 과로를 했는지 이번 주 금요일부터 목구멍이 간질간질하기 시작하더니 몸살기운이 돌아 주말 일정도 취소하고 침대에서 밍기적거리고 있다. 


하아, 생계를 책임질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 한 몸만 잘 보살피면 되는데 왜 이렇게 힘든거야. 투덜거리던 와중에 위에 하산과 이재훈 의사 선생님 부부의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보게 됐다. 


내가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이유는 내 한 몸 조금 더 편한하게 굴리고자, 더 많은 곳을 여행하고자, 집을 사고자 이런 이유인데. 


이렇게 소명 의식과 가족에 대한 책임 의식으로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뭔가 모르게 죄책감이 올라온다. 도시에서 아둥바둥 집세를 내고 내 한 몸 좀 더 잘 먹고 잘 살고자 있는 없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는 것이 과연 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뉴욕에서 만난 울프와의 대화가 생각난다. 

울프 왈: "우린 prviliaged 한거야. 경제적 목적으로 원하는 나라로 이주해서 살 수 있잖아. 이 세상엔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아. " 


만약에 만약에 하산에게 기회가 주어져 100kg의 짐을 나르는 대신 런던에서 비교적 수월한 일을 하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다면 하산도 많은 현대 도시인들처럼 무료함과 공허함을 느끼며 일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을까 아님 본인에게 주어진 새로운 삶과 일에 감사하며 기회를 주신 신에 감사할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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