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너, 하나, 얼굴>은 소망하는 마음을 담은 조각이다. 둥근 좌대안쪽에는 밀랍으로 만들어진 얼굴이 놓여 있다. 이 얼굴은 소원을 빌며 혹은 소원이 이루어진 데에 감사하며 바쳐졌다는 밀랍 봉헌물을 떠올리게한다. 많은 경우 밀랍 봉헌물은 소망하는 대상을 닮도록 만들어졌다.
언제든 녹아 새로운 형태를 가질 수 있는 밀랍의 가소성은 봉헌물이소원에 따라 새로운 형상을 취할 수 있게 했다. 작가는 이렇듯 유연하게형태를 바꾸는 밀랍의 가소성을 외부의 작용을 수용하고 변화할 수 있는능통적인 힘으로 보았다.
좌대 안쪽에 놓인 밀랍 얼굴은 또 다른 무언가가 변형되어 만들어졌다.
작가는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네 명의 친구들에게 작가에 대한, 또는서로의 관계에 대한 마음을 표현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을표현하는 일은 어떤 언어로든 가능하다. 노래, 편지, 외침 흑은 침묵하는시간과 같이 말이 아닐 수도 있다. 마음은 소리가 되고, 그 소리가 새겨진밀랍으로 소원을 담은 사물이 만들어진다. 작품에 귀를 기울이면 친구를
위하는 네 사람의 마음이 들려온다. 누군가의 미음이 담긴 물질이 당신의안녕을 묻는다.
권하윤
권하윤은 기억과 기록의 방식을 다룬다. 작가에게
가상현실(VR)은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구현함으로써 공동의 기억
경험을 생산하는 매체다. 작품은 접근할 수 없는
장소나, 마음속에만 살아 있는 기억, 또는 기록되지
못한 사건처럼 역사에서 사라진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그리고 가상공간을 빌려 구체적인 경험을
전달하려 한다. 기억을 확장하고 기록의 방식을
재고하기 위해서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가 간 대립을
넘어 친구가 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양정욱
양정욱은 이야기를 짓는다. 정확히는 그가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짓는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늘 어떠한 과정에 있거나 무엇인가 하고 있다.
양정욱은 누군가의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는 삶의 모습을 상상한다. 일상의 크고
작은 고난과 희망 사이에서 숫자로만 표시되는
가능성을 뒤로한 채, 해 보고 또 해 보는 사람들이
그가 다루는 주제다.
ㅡ서로 아껴 주는 마음ㅡ
우리의 마음들은 작아지고 , 작아지다가 사라진다.
좋은 마음도 나쁜 마음도 그렇게 자주 사라진다.
사랑할 때는 모든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 차고
슬퍼할 때는 모든 마음이 슬픔으로 가득 차며
두려워할 때는 모든 마음이 두려움으로 가득 찬다.
우리의 마음은 뜻하지 않게 변화하지만
칸막이가 없는 한 개의 그릇으로 된 탓에
골고루 마음을 나누어 담지 못한다.
그 마음들을 우연히 구분 지어 담는다 해도
우리는 언제나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많이 담긴 마음으로 물든다.
아는 사람의 모르는 밭에서
기계처럼 일률적으로 반복되는 움직임이지만 싱잉볼을 연상시키는 맑은 소리와 조명이 마음을 차분하게 정화시켜 주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