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Firenze)
안녕하세요, 저의 이탈리아 여행기의 세번째 도시는 바로 너무도 유명한 피렌체(Firenze)입니다! 영어로는 플로렌스(Florence) 라고도 하죠!
나폴리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약 3시간 정도 달리면(네, 이번에는 사서 고생 안하려고 그냥 일반 고속철을 이용했습니다)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역(Santa Maria Novella)에 도착했습니다.
기차역에서 약 25분 정도 걸어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강을 건너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혼자 여행하는 몸이고 땅바닥에서도 잘자는 사람이기에 제일 저렴한 혼성 도미토리룸 호스텔에 숙박했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은 아니고 구글에서 검색한 호스텔의 모습은 대충 이렇습니다. 왼쪽 사진이 로비이고 오른쪽이 객실(이라고 하기엔 너무 허접한)입니다. 진짜 저렇게 침대만 여러개 있습니다. 칸막이나 커튼 같은 것도 없었어요. 저는 웬만해서는 어디서나 다 잘 자는데 여기는 저도 좀 힘들었습니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대신 활짝 열린 창문으로 밤에 모기들이 벌떼처럼 들어와서 몇군데를 물렸는지 모릅니다.
정말 가격이랑 위치 하나만 보고 모기와 더위와의 사투를 벌인 호스텔 플로렌스 익스피리언스! 이제는 이곳도 역사 속으로 살아져버렸습니다. 구글에서 검색하니까 폐업했더라구요...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에 나와 한 레스토랑에서 토스트와 오믈렛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었습니다. 특히 여기서 마신 커피가 아직까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정말정말 맛있었습니다.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유명한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가 저의 첫번째 목적지였습니다.(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라는 이유로...) 1395년 완공된 이 다리는 처음에는 대게 토스카나 지방의 대표 상품인 가죽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있었습니다. 두개의 교각과 세개의 아치로 이루어져 있지요.
하지만 악취가 난다는 이유로 피렌체의 공작 코시모 1세 데 메디치는 이 가죽 상점들을 없애고, 대신 금세공업자들이 들어섰습니다. 또한, 베키오 다리와 바로 옆에 위치한 우피치 미술관을 연결하는 회랑도 이때 건설되었습니다.
지금도 이 다리에는 각종 귀금속을 취급하는 보석상들이 지나가는 관광객의 시선을 유혹하고 있지요. 베키오 다리는 제 2차 세계 대전때, 독일군이 연합군의 추격을 늦추기 위해 피렌체의 다리들을 폭파했는데, 유일하게 이 다리만 놔두었다고 합니다. 유럽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얘네들은 다리를 참 예쁘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비록 반짝이는 보석에 관심은 없었지만,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베키오 다리를 천천히 건너면서 피렌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폴리보다 조금 더 북쪽에 위치한 피렌체지만, 더위를 많이 타는 저에게는 무척 더웠습니다. 그래도 날씨가 화창하니 기분은 너무 좋았습니다! 사진처럼 베키오 다리를 건너면 우피치 미술관으로 이어지는 멋진 아치형 회랑이 나옵니다.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우피치(Uffizi) 미술관 입니다! 우피치는 영어로 '오피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원래 앞에서 언급한 코시모 1세 데 메디치의 치안 판사의 사무실로 사용될 목적으로 건설되었다고 합니다. 조르지오 바사리(Giorgio Vasari)가 설계했으며 1560년 부터 1581년까지 약 21년에 걸쳐 완성되었습니다.
베로키오의 <그리스도의 세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다빈치의 <수태고지> 등, 어디선가 한 번쯤은 봤을 엄청나게 유명한 예술작품들이 바로 이 우피치 미술관에 있습니다. 저는 이전에 부모님과 여행왔을 때 방문해서 이번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개장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밖에서 봐도 아름다운 우피치 미술관의 외관을 뒤로 하고 저는 계속 도시의 중심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우피치 미술관 끝에는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이 나옵니다. 지금은 시청사 건물이 들어선 베키오궁의 시계탑이 현재 시간을 알려주는군요. 피렌체 시청사 광장이라 그런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따라 조금 더 가면, 피렌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이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거대한 성당 중 하나인 피렌체 대성당(Duomo di Firenze)이 나옵니다. 성당의 정식 명칭은 "꽃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라는 뜻의 Basilica di Santa Maria del Fiore입니다. 저는 이 성당이 엄청 신기했는데 그 이유는 정말 잘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거대한 돔 구조의 성당인데도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는 절대로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만약 관광객이 한명도 없는 날에(그럴 일은 없겠지만) 혼자서 이 대성당을 찾으라고 한다면 아마 반나절은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피렌체 대성당은 1296년 아르놀포 디 캄비오(Arnolfo di Cambio)의 설계로 시작해 수많은 이탈리아 장인들의 손을 거쳐 1469년에 완성됐습니다. 실제로 이 성당을 두 눈으로 보면 정말 그 당시에 어떻게 이런 건물을 지엇을까 싶습니다. 감탄밖에 나오지 않더라구요. 두오모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바로 옆에 위치한 조토의 종탑(Campanile di Giotto)에 올라가야 합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엘레베이터 같은건 없고 걸어올라가면 됩니다. 두오모도 보고, 다리 근육도 강화시키고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네요.
성당의 많은 구조물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도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한 거대한 돔(Cupola) 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15세기 초반 피렌체, 성당 설계가 시작되고 120년 정도 지났을 무렵, 건물의 다른 부분은 어느 정도 완성되었지만 팔각형 외벽위에 올려질 돔의 설계는 시작조차 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1418년 피렌체시는 이 돔의 설계안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공모전의 결과 최종 2인으로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와 로렌초 기베르티(Lorenzo Ghiberti)가 공동 설계를 맡게되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이미 1401년에도 피렌체 세례당의 제 2문(門)을 장식할 청동 제작가를 선발하는 공모전에서 맞붙었는데, 이 때는 브루넬레스키가 예술작품의 공동제작을 거부하면서 결국 기베르티에게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 결과 훗날 미켈란젤로가 극찬한 '천국의 문'이 탄생하게 되죠.
하지만 돔 설계에 있어서 기베르티는 브루넬레스키의 적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브루넬레스키는 이미 판테온 같은 거대한 돔 구조물이 있던 로마에 13년 동안 살면서 많은 지식과 기술을 연마한 상태였기 때문이죠.
결국 브루넬레스키가 설계의 전적인 책임자가 되고, 본격적인 건축이 시작됐습니다. 브루넬레스키는 전례없는 방법으로 돔을 설계했습니다. 돔은 완전한 원형이 아닌 팔각형 구조, 2겹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우산살처럼 생긴 석재 뼈대와 약 400만개의 벽돌을 지그재그로 쌓아 장력이 생기게하고, 위에서 단단한 모르타르(콘크리트)로 벽돌을 고정시켰습니다.
돔을 거의 다 완성하고 마지막으로 랜턴(빛을 받아드리는 작은 첨탑)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1446년 브루넬레스키는 세상을 떠나고맙니다. 15년 뒤인 1461년 랜턴이 완성되고, 1469년 베로키오가 랜턴 위에 커다란 구리공 장식을 올리며 비로소 피렌체 대성당은 설계를 시작한지 약 170년 만에 완성됩니다.
피렌체 대성당을 통해 볼 수 있듯, 이런 어마무시하고 입이 떡 벌어지는 많은 건축물과 예술작품이 이곳 피렌체에 있습니다. 왜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중심이라고 불렸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탑 꼭대기에 올라가면 오렌지색 두오모를 배경으로 한 피렌체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탑 꼭대기라 그런지 이곳 위는 바람이 솔솔불어서 시원했습니다.
저녁때가 되자 잔뜩 배가고파졌습니다. 저는 숙소 근처 한 오래된 식당에서 큰 맘먹고 티본 스테이크를 주문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토스카나 지방은 소가죽 제품이 유명해서 자연스럽게 소고기도 많이 먹는다고 하더라구요. 콩으로 만든 전채요리와 메인인 스테이크도 오랜만에 먹는 고기라 그런지 무척 맛있었습니다. 식당의 분위기도 아주 좋았죠!
쓰데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피렌체의 야경을 보러 미켈란젤로 광장이 있는 언덕으로 걸어갔습니다. 확실히 여름이라 해가 늦게 지는군요. 서서히 떨어지는 햇빛이 피렌체 골목 사이사이를 비춥니다.
제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진 중 하나인데요.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면서 촬영했습니다. 어두워진 다리와 도시의 실루엣이 지고있는 황금색 태양을 더 빛나게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미켈란젤로 광장(Piazzale Michelangelo)에서 바라본 피렌체의 야경입니다. 역시나 대성당의 돔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정말 너무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이 광경은 제 눈을 통해 들어왔지만, 저의 가슴을 뛰게 하고, 여행의 이유가 무엇인지 가슴으로 깨닫게 했습니다. 이 야경을 끝으로 나중에는 꼭 다시 돌아올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를 기억속에 소중히 간직했습니다. 저의 이탈리아 여행기의 마지막 목적지는 로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