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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휘 Oct 15. 2024

July. 2024

<이천에서의 테니스 - July 6th>


    오늘은 간만에 테니스를 치는 날이다. 장소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건국대스포츠과학타운! AKA 머드리(이형택) 테니스장. 호스트는 민영이형 부부고, 두 코트 3시간을 사용하기로 했다. 10시부터 시작이어서 아침 일찍 출발했다. 

게스트를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주변에 문의했다. 마침 의현누나가 가능하다고 해서 의현누나를 초대했는데 여자 게스트 인원이 더 필요하다 하여 혹시 주변에 데려올 사람이 있는지 누나한테 물어봤다. 그렇게 해서 같이 데려온 게스트가 바로 누나와 같은 구공탄 멤버인 그녀었다!

사실 그녀와는 구면이었다. 작년 겨울, 그러니까 2023년 12월 귀뚜라미 코트에서 찜머형, 의현누나, 그녀, 그리고 나 이렇게 혼복게임을 했었다. 그런데 그때는 그냥 서로 게스트로 참석하기도 했고 테니스만 치고 바로 빠이빠이 했기때문에 대화를 할 기회가 없었다.

9시 50분 쯤 머드리테니스장에 도착하니 의현누나와 그녀가 이미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래도 일면식은 있는지라 반갑게 인사를 했다. 우리 차례가 되어 코트에 들어갔고, 열심히 테니스를 쳤다! 3시간으로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너무 습한 날씨덕분에 뭔가 금방 지쳤다.

그녀가 테니스를 잘 치는지는 원래 알고있었지만, 엄청 멋있게 친다는 사실은 이 날 처음 알았다. 첫 게임은 내가 2번 코트, 그녀가 1번코트에서 했는데, 정말 선수처럼 시원시원하게 빵빵 멋지게 치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았다. 혼복 마지막 게임을 마침내 그녀와 페어를 하게 되었는데 솔직히 나는 한거 없이 그녀 덕분에 편하게 6:1로 이겼다. 못받을 것 같은 공도 그녀가 다 받아쳐줘서 정말 좋았다.

    어느덧 3시간이 지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이때 의현누나가 어쩌면 내 인생에 있어서 큰 변화를 주었던 제안을 한다. "휘준아 우리 밥 먹고갈건데, 같이 먹을래?"

가끔 나는 이 날 내가 오후에 다른 선약이 있었거나, 아니면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랬다면 내가 쓰고 있는 지금 이 이야기도 아마 영원히 빛을 보지 못했을테리라. 다행이도 이 때의 나는 둘 다 아니었기에 배도 채울겸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우리는 20분 거리에 있는 쌀밥집에 가서 생선조림 정식을 먹었다. 이때 처음으로 그녀와 마주보게 앉았는데, 정말 예쁜얼굴과 동시에 귀여운 얼굴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 봤을 때도 그냥 막연하게 '예쁘게 생긴 테니스 잘 치는 분'이라는 생각은 했는데, 오늘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아주 상당한 미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밥을 맛있게 먹고 우리는 근처에 있는 나름 핫한 카페로 갔다. 진짜 말도 안되게 덥고 습한 날씨에 시원한 카페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 우리는 시원한 커피를 주문하고 잠깐동안 아무 말도 안하고 고요 속에서 냉기를 즐겼다. 열을 좀 식히고 셋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서로 아는 공통 친구 근황, 테니스 관련 뉴스, 이성 문제 등 여러가지 주제로 대화를 하면서 하면서 그녀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여의도에 위치한 한 대형 증권회사에서 오랜기간 연차를 쌓아온 엘리트 직장인 점, 고향은 전남 광양이고 대학생 때 서울로 올라온 점, 왕십리쪽에 산다는 점 등 그녀를 더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셋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금 하다가 각자 차를 타고 해산했다.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날부터 그녀에 대한 나의 감정의 씨앗이 심어졌던 것 같다. 왜냐하면 토요일 이후로 뭔가 그녀가 자꾸 생각나고, 그녀에 대해서 더 궁금해졌다. 



<한강에서 오델로 한판 - July 12th>


    먼저 오델로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격자무니 판에 검은색과 흰색돌을 가지고 일종의 땅따먹기를 하는 보드게임의 한 종류이다. 사실 이 이야기에서 오델로라는 보드게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7월 12일은 금요일이었다. 이제는 그녀와 DM도 종종 하는 사이로 발전했는데 마침 이날 저녁에도 그녀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려서 내가 거기에 답장을 하며 대화를 하게되었다. 그날은 그녀가 야근을 정말 늦게까지 해서 밤에 힐링도 할겸 혼자 한강공원에 가서 멍때릴 계획이라고 했고, 나는 내 나름 약간의(그때 당시 상황에서 생각하면 꽤 큰 용기를 내었다)용기를 내어 같이 조인해도 되냐고 물었다. 그녀는 흔쾌히 그러자고 했고, 우리는 잠원한강3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녀가 거리도 가깝고, 출발도 빨리했기 때문에 먼저 기다리고 내가 나중에 도착했다. 내가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1시 15분 이었다. 약속 장소에서 두리번 거렸는데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주차를 나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 위치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냈고, 잠시 후 왼쪽을 돌아보니 그녀가 나를 발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녀가 나를 발견하고 다가오는 그 순간의 그녀의 얼굴을 잊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평생 있지 못할 것이다. 동글동글한 그녀의 얼굴과, 그녀의 큰 눈동자, 그리고 나를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짓는 그녀의 미소. 여태까지 내가 보았던 사람들 중에 가장 예쁘고, 가장 나를 설레게 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정말 황홀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돗자리를 깔고 잔디밭에 앉아, 내가 가져온 게임을 했다. 이 게임이 바로 오델로다! 그녀와 아이스브레이킹도 할 겸 뭔가 재밌는걸 하고 싶어서 고민하던 중, 마침 내 방 책장 위에 있던 보드게임세트가 눈에 띄어서 가져왔다. 그녀에게 게임 룰을 알려주고 같이 집중해서 했다. 첫 판은 내가 압도적으로 이겼지만, 두번째 판은 무승부로 끝났다! 사실 내가 몇 수 물러준 것도 있긴했다. 

이 날은 사실 게임보다는 다른 것들이 기억에 남았다. 한강의 금요일 밤공기, 강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의 불빛,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웃고, 공감하고 했던 그 시간이 정말 좋았다. 이 날 이후로 나는 그녀에게 확실히 빠지게 되었다.      



<서울에 이런 곳이? : 재활용 센터 카페 - July 13th>


    전날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우리는 오늘도 잠깐 보기로 했다! 그녀의 테니스 일정이 4시 부터여서 그 전에 잠깐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기로 했다. 성동구 장한평역 쪽에 위치한 '씨에스제이커피 서울새활용플라자점'에서 보기로 했는데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 내가 조금 먼저 도착했는데 토요일 황금 오후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나밖에 없었다. 덕분에 그녀와 좀 더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 날은 같이 있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기에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그녀에 대해서 점점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녀에 대한 나의 감정이 점점 더 강열해지고 있었다.



<그녀와 롯데백화점 - July 18th>


    토요일 카페에서 그녀를 잠깐 보고, 5일 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5일 동안이나 그녀를 볼 수 없어서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티는 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도 그녀를 다시 보기로 한 토요일까지는 아직 이틀이나 더 기다려야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그녀는 5시에 업무를 마치고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에 잠시 들려서 그녀의 어머니께 드릴 선물로 샀던 구두의 결제 카드 변경 업무를 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근은 절대로 안할거라는 그녀의 다짐과는 달리 그녀는 한시간 정도 야근을 해야 했고, 나는 그럼 그녀에게 롯데백화점에 같이 동행해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고맙게도 그녀는 반갑게 응했고, 나는 퇴근 후 롯데백화점으로 갔다. 

백화점 지하 1층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를 보니 또 가슴이 설레였다. 우리는 그녀의 카드 업무를 보고, 푸드코트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을지로4가 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을지로4가역은 그녀의 동네인 상왕십리역으로 가는 2호선과, 내가 사는 목동역으로 가는 5호선 모두를 이용할 수 있는 역이다. 

약 20분 정도되는 시간동안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오늘은 이전과 조금 다르게 성격, 연애관, 이상형 같이 좀 더 개인적인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했다. 그녀는 나보고 상대방에 참 잘 맞춰주는 사람같다고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보통 상대방에 맞춰주는 성격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녀도 나 못지않게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고 잘 맞춰준다고 생각했다. 

또한, 나는 그녀에게 주변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사람일 것 같다고 했다. 이에 그녀는 "내가 예쁘잖아!" 라고 답했다. 이에 내가 2초 정도 당황한 모습을 보이자 그녀는 멋쩍었는지 크게 웃었다. 사실 내가 당황한 이유는, 그녀의 대답이 어이없어서가 절대 아니었고, (당연하다, 그녀는 내가 보았던 여자들 중에 제일 아름다웠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과 웃음기 섞인 미소가 너무나도 귀여워보였기 때문이다! 행복한 산책이 끝나고 우리는 토요일 만남을 기약하며 각자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가서 잠들기 전까지 내 얼굴은 내내 미소를 띄고 있었다.  



<기계식 주차 시스템이 도와준 뜻밖의 만남 - July 19th>


    오늘 아침은 정말 운이 좋았다. 스타벅스에서 올림픽을 맞이하여 곰돌이 키링을 출시한다고 했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다! 사실 뉴스는 지난 주에 그녀가 알려준 것으로, 그 때 이미 그녀가 좋아하는 테니스 또는 야구 곰돌이를 꼭 구해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가려고 했던 스타벅스 매장에는 아침 8시에 갔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두 종류는 재고가 떨어져있었다. 낙심한 나는 그녀에게 사실대로 보고 카톡을 하고 출근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집을 나서고 지하철을 타러 역으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맞은편에 스타벅스 매장이 눈에 밟혔다. 사실 여기 스타벅스 목동역 지점은 내가 자주 가는 곳으로 목동 매장 중에서도 이용객이 제일 넘쳐나는 곳이라 별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왠걸!? 테니스 곰돌이 인형이 떡 하고 보였다! 일단 얼른 인형상자를 품에 안고 그녀에게 카톡을 보냈다. '테니스 곰돌이랑 야구 곰돌이 둘 중에 어떤게 더 이뻐보여?' 정말 고맙게도 그녀는 '테니스!' 라고 답을 주었고 나는 바로 구매하여 가방 속에 잘 간직했다! 내일 만나면 서프라이즈로 그녀에게 선물할 생각에 아침부터 설레었다. 

    오늘 그녀는 퇴근 후 테니스를 치러 갈 예정이었고, 나는 기아 타이거즈 유니폼 구경도 할겸 동대문쪽에 가려고 했다(나는 종종 기분이 좋으면 금요일 퇴근길에 동대문 패션상가 쪽을 들려서 축구, 테니스 용품 등을 구경하는 취미가 있다). 그녀와 카톡을 하면서 가고 있는데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그녀가 사진 집 건물은 주차장이 기계식 주차장인데, 하필 그 시간에 고장이 나버려서 차를 뺄 수가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녀는 결국 테니스 가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우리 둘 다 갑자기 저녁 시간이 여유가 생겨서 잠깐 얼굴 보면서 커피 한 잔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이 곰돌이 인형을 그녀에게 건내줄 수 있게되어 정말 설레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그녀를 만났고, 우리는 현대아울렛에 잠깐 들렸다가 근처에 있는 투썸플레이스를 향해 걸어갔다. 카페에서 차 한 잔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했다. 오늘은 특히 서로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도 해서 그런지 뭔가 그녀와 더 가까워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카페 영업 종료시간이 가까워졌고 우리는 집으로 가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나는 아까전 부터 내 가방속에 있는 곰돌이를 언제 줘야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금이 아니면 뭔가 타이밍이 애매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뭐 하나 줄게 있다고 하면서 가방에서 스타벅스 쇼핑백을 꺼냈다. 쇼핑백을 받아든 그녀는 안에 있는 곰돌이 상자를 꺼냈다. 

나는 그녀가 곰돌이를 보았을 때 그렇게 좋아할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훨씬 더 좋아하고 진심으로 행복해했다. 사실 이게 그렇게 별거는 아닌데도 그녀가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앞으로도 쭉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오늘부터 1일 - July 20th>


    2024년 7월 20일인 오늘은 나에게는 D-Day이다. 왜냐하면 드디어 오늘 그녀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녀집 근처에서 브런치를 먹고 하남에 있는 조정경기장공원에 가서 휴식을 취하다 밤에 하남 스타필드 메가박스에서 <탑건 : 매버릭>을 관람하는 일정이었는데 나는 공원에서 그녀에게 고백할 예정이었다. 

아침에 그녀를 데리러 그녀의 집 앞으로 갔다. 차를 잠깐 대고 1분도 안되어 그녀가 나왔는데 정말로 아름다웠다. 그녀는 오늘 검은색 드레스에 힐을 신고 왔는데 식상하지만 '여신'이라는 단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브런치를 맛있게 먹고, 우리는 예정대로 하남에 있는 공원으로 갔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미사경정공원이다. 입구 편의점에서 물을 사고, 우리는 조금 한적한 공터쪽으로 가서 주차를 했다. 넓은 잔디밭을 배경으로 하늘이 보이는 곳이었는데, 오늘따라 하늘이 특히 더 아름다웠다. 장마철이라 언제 비가와도 이상하지 않은 주간이었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정말로 맑았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앉은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분위기가 익어가자 나는 서서히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그녀에 대한 마음이 생긴 이유부터 시작하여 그녀의 좋은점, 나의 부족한 점, 그리고 앞으로 그녀를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고 그녀도 차분하게 들으며 긍정적으로 답해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이렇게 물었다. 


"그래서 우리 언제부터 1일이야?" 


앗, 사실 고백은 내가 하려고 했는데 그녀가 먼저 간접적으로 고백을 해버렸다.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나랑 만나볼래?"  


그녀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고, 이렇게 우리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근처 카페로 가서 시간을 보내다 하남 스타필드로 갔다. 어색했지만,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고 우리는 그렇게 돌아다녔다. 영화 시간이 다 되어 우리는 메가박스로 갔다. <탑건 : 매버릭>은 나의 인생 영화 중 하나인데(이때가 이미 다섯번째 관람이었다)그녀와 같이 볼 수 있어서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영화는 역시나 너무 재밌었다. 그녀도 정말 재밌다고 해줘서 고마웠다. 

거의 자정이 다 되어 영화가 끝나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그녀가 차에서 내리고 나도 같이 내려서 그녀에게 인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손을 흔드는 인사 대신 그녀에게 다가가 포옹하며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녀도 살짝 놀라는 눈치였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나는 진짜로 인사를 하고 날아갈 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왔다. 아, 나의 사랑스러운 그녀의 이름은 '세희', 김세희다. 



<잠깐만 봐도 좋은 사람 - July 31st>


    오늘은 퇴근 후에 잠깐 얼굴만 보려고 했다. 이번 주는 세희 가족 분들이 서울에 올라오셨기 때문에 그녀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나를 봐주는게 정말 고마웠다. 나는 그녀의 필라테스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근처로 갔다. 한 15분 정도 여유가 있어서 근처 청계천 다리에 서서 풍경을 바라보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이렇게 기쁘고 설레일 수 있을까 싶었다.

잠시 후 세희가 1층으로 내려왔다. 나를 발견하고 웃으면서 걸어오는 그녀를 보니 나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바라만 봐도 행복하다는 말이 이런걸 두고 얘기하는 것 같다. 

그녀는 ATM기에 잠깐 들려 어머니께 드릴 용돈을 뽑았다. 정말 신기했던 것이 마침 내 가방에 예쁜 돈봉투가 들어있었다! 지난 주 큰아버지 생신 때 용돈을 드리고 남은 봉투였다. 나는 돈을 넣을 봉투를 찾고 있는 그녀에게 그 봉투를 건냈다. 그냥 사실 큰 의미 없는 우연일 뿐이지만 나에게는 뭔가 우연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돈봉투를 넣을 가방이 없었기에 우선 내 가방에 넣고, 우리는 세희의 차를 타고 그녀집 앞에 흐르는 성북천길 주차장에 잠시 차를 대고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는 어느덧 키스로 바뀌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우리는 그렇게 입을 맞추었다. 어느덧 그녀도 집에 들어가봐야할 시간이 되었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차를 출발시켰다. 

세희는 나를 동대문역사공원역까지 데려다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아뿔싸! 아까 내 가방에 넣어둔 돈봉투를 깜박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나니 여름이었는데도 식은땀이 났다. 나는 서둘러 세희한테 다시 전화를 했는데 여기서 우리의 첫 의견충돌이 발생했다. 

그녀는 괜찮다고 다음에 달라고 했고, 나는 그건 안된다고 꼭 오늘 줘야지 세희 어머니께도 드릴 수 있다고 했다. 고집을 부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상황에서는 당연히 내가 가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나는 얼른 택시를 잡아타고 세희 집까지 가서 그녀에게 봉투를 건냈다. 

정말 신기했던 것은 그 와중에도 짧은 시간이나마 세희를 다시 보니 너무 설레고 기뻤다는 것이다! 2024년 7월은 그 어느때보다도 행복했던 7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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