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짓다
어제 오후 잠시 집을 나갔다 돌아오니 갑자기 인터넷이 안 되었습니다. 마음껏 쓸 수 있는 데이터가 얼마 남지 않아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에 들어가서 오래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영어공부를 위해 유튜브를 켤 수도, 스마트폰 앱으로 듣는 라디오도 들을 수 도 없었습니다.
퇴근 후 남편이 이리저리 살피다가 자신이 고칠 수 없는 부분임을 인정하고 통신사에 신고헀습니다. 각자 방에 머물던 아이들이 하나씩 방에서 나와 어찌 된 일인지 묻습니다. 인터넷 연결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자 아이들은 집 안을 이리저리 서성이고 불안해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릅니다. 조금 지나자 집에 있는 운동기구로 운동도 하고 간식도 찾아 먹습니다. 게다가 보통 취침 시간이 새벽 오히려 미명인 아이들이 모두 근래 들어 가장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갑자기 안 된 인터넷 덕분에 내가 얼마나 이것에 의존하고 살고 있었는지를 돌아봅니다. 그러나 반대로 인터넷이 안된다고 큰 일 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삶은 단순해지겠지만 오히려 그 덕에 얻는 것이 더 많은 것이 아닐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운동을 위해 시간을 낸다거나 하는 것 말입니다.
그래도 인터넷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삶은 다양한 문서작업, 은행 업무, 쇼핑 등 여러 분야에서 이전과 차원이 다른 편리함을 경험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차원으로 나아가야 할 이미 루틴이 되어버린 온라인 밀착형 삶. 여러 가지로 고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