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짓다
우리 집에서 식탁은 여러 가지 용도로 쓰입니다. 밥 먹을 때는 밥상, 책을 읽을 때는 책상이 됩니다. 식사 후에는 후식용 티테이블이 되기도 하고 노트북을 올려놓을 때는 글 쓰는 작업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도마를 올려놓고 요리를 하기도 합니다.
밥 먹을 때 모든 것을 치우고 세팅하는 것이 불편해서 용도별로 나누어 쓰리라 마음먹고 당근에서 무료 나눔 한 큰 식탁을 들여왔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는 우리가 이전부터 쓰던 작은 식탁에 앉아 밥도 먹고 예배도 드리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글도 씁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 식탁의 용도 중 언제가 가장 정겨운지 묻는다면 단연코 가족이 식탁에 함께 앉아 있는 시간입니다. 오늘따라 이 식탁에서 보낸 시간은 더 정겨웠습니다. 둘째 딸이 다른 지역에 있다가 오랜만에 돌아와 온 가족이 좀 전까지 재잘거리다 흩어졌기 때문입니다.
둘째의 귀환을 반기는 우리 가족은 오랫동안 식탁 주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간식도 먹고 예배도 드리고 춤도 추고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일들이 모두 식탁 주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하나, 둘 집을 떠날 때가 되니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신다는 것이 복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이 늦은 밤, 이제는 고요히 저의 작업을 지켜봐 줍니다. 오늘도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한 우리 집 식탁은 항상 제 곁에 있어 주는 말없는 좋은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