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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Feb 28. 2024

떡볶이

일상을 짓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가 떡볶이 먹으러 가자던 날이면 기분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저는 매운 것을 잘 못 먹습니다. 짜장과 카레 떡볶이가 새로 나왔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국물까지 싹싹 먹었습니다. 결혼 후 집에서 아이들에게 떡볶이를 해줄 때면 고추장을 보일랑말랑 하게 넣었습니다. 매운 것을 못 먹는 엄마를 닮았겠거니 하고 말입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해 주는 떡볶이를 잘 먹곤 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들은 고추장을 팍팍 넣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학교에서 먹는 떡볶이는 엄청 매워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고추장을 듬뿍 넣었습니다. 


엄마가 해 주는 떡볶이를 즐겨 먹던 아이들이 이제는 엄마에게 떡볶이를 해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떡볶이를 배달시켜 먹고 싶다고 해서 시켜 준 이후로 말입니다. 떡볶이를 처음으로 시키던 그날, 제가 딸에게 물었습니다. "엄마가 해 주면 안 돼?" 그랬더니 "엄마, 한번 시켜서 드셔보세요. 정말 맛있어요." 그날 시킨 것은 착한 맛이었는데 제 입에는 엄청나게 매웠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속에서 불이 나고 맵다고 하면서도 계속 먹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날 이후 가끔 매운 것이 그리울 때 떡볶이를 시켜 먹습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방식을 고수할 때면 적잖이 당황스럽고 원래의 내 방식을 주장하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랐고 '예전에 이랬으니 지금도, 내가 그러하니 아이들도'라는 생각이 맞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몇 번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해보니 나름 괜찮습니다. 굳이 내 방식을 고수하지 않아도 안심이 됩니다. 그리고 이제 아이들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너희 생각은 어때?" 이를 위해 나의 주도권을 버릴 줄 아는 생각의 유연함이 필요함을 절감합니다. 아이들이 자라듯 저도 자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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