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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치 Mar 27. 2021

영원을 꿰뚫기를




 …….언니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오셨네요.”
 “네에. 나비 진료 받으러 왔어요.”

 나비랑 왔네. 나비 어디 아픈가.

 “나비 오늘 어디가 불편해서 왔을까요?”
 “나비 오늘…….”

  허겁지겁 먹다가 토한  아냐? 근데 배고파서  먹고,  토한  아냐?  원래 자주 그러잖아. 언니 괜히 겁먹고 병원  거지? 내가 그때 너무 토하고 그랬어서.

 “몸무게는 6.2키로예요.”
 “아이구, 우리 나비 돼지야.”

 완연한 한여름의 뙤약볕이다. 병원의 유리창 가득히 들어오는 햇빛은 눈과 코가 시릴 정도로 뜨겁다. 이상하지. 살아있을 때는 뭉그러졌던 감각들이 지금은 너무나 온전하고 또렷해, 잔뜩 이질감을 느낀다.

 태어나 눈을 떴을 , 이미  눈은 뭔가 잘못되어 있었다. 고름이 가득 차 말랑해진 눈동자. 가득한  때문에  쉬어지지 않는 . 엄마를 잃어버리고  자리에서 며칠을 엉엉 울다가 언니에게 발견됐을 때도 언니 얼굴은 몰랐어. 언니 목소리, 언니 웃음소리, 부드럽고 시원한 ……. 그런 것만 알았어.

 접수를 마친 언니는 병원을  둘러보더니 여느 때처럼 구석 자리에 앉는다. 언니는  자리에만 앉지. 맞아. 예전에  입원시켰을 때도... 병원에 두고 갔다고 하악질하고 화낸  미안해.  알고 있었어. 밖에서 계속 기다릴 , 언니 발소리  듣고 있었어.

 언니 무릎에 겁먹은 채로 구겨앉은 나비. 애가 바보긴 해도  진짜 좋아했는데…….

 “나비야.”

 에웅.

 “나비 이따 가서 나비 좋아하는 간식 먹자. ?”

 에웅.

 “아이, 착해.”

 언니는 나비의 등줄기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아직 긴장한 표정의 나비는 엄청나게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구석에서 지그시 나비를 지켜보던 나를 발견한다. 나비의 동공이 새카매진다. 오랜만이지? 내가  눈을 꿈뻑거리자, 반갑다는 듯이 -! 하는 소리를 낸다. 쟤는 예전에도 자주 저래서 언니가 자주 웃겨했다. 아직도 내가 자기 누난  알어. -!

  한 번.

 -!

 다시 한번.

 -!

 “나비야.  그래?”

 어리둥절한 언니. 병원만 오면 긴장해서 맥을  추는 나비가 골골거리며 배를 뒤집자 기특한 모양이다. 나비의  볼과 이마로 쏟아지는 뽀뽀. 아이 예뻐, 아이 착한 나비, 누구 닮아서 이렇게 어엄청 예쁘지이. 언니의 뽀뽀는 이상하다. 나비, 언니 친구 이모들, 가끔 놀러 오던 콩이랑 하는 뽀뽀와는 아예 다르다. 언니가 뽀뽀할 때면 왠지 모르게 엄청 귀찮고 싫은데, 언니가 나를 예뻐하는  같아서  끝이 시큰하긴 하고, 뽀뽀는 그만 하고  토닥여나 주지 싶을 쯤에는  마음이 들리는 것처럼 이내 그만뒀었다.

 그냥 실컷 뽀뽀하게 냅둘걸.

 “나비 들어오세요.”
 “나비야, 들어가자.”

 언니가 처음 안아줬던 때가 떠올라.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탓에 언니 얼굴과 목을 잔뜩 긁었었다. 언니를 아는 사람마다 내가 사납냐고 물었어. 고양이를  키우냐고 얘기했어. 언니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착하다고 답했다. 언니가  먹일 , 같이 병원에 갔을 , 병원에서 나비를 데려왔을 , 맘에 들지 않을 때마다 매번 발톱을 세우고 열을 올렸었다. 그런 데도 내가 착했어?

 착하다는  무슨 말일까. 밥도  먹고 물도  먹고 잔병 없이 튼튼하게 사는 거라고 누가 그랬다. 그럼 그건  얘기가 아니다. 밥도  먹고 물도  먹고  달을 내내 앓다가 여기서 죽었어. 그때 마지막으로 언니 얼굴을   같은데. 아주 오랫동안 깊은 잠에 빠졌다가, 누군가 깨우는 토닥임에 고개를 들어보니 병원 유리창 앞의  벤치.

 …...언니 자리.

 언니는 나를 잃고 한참을 병원에 오지 않더라. 사실 오래 기다렸어. 이렇게 언니 무릎 께에 기지개를 , 종아리에 얼굴을 잔뜩 비비고, 손을 핥으면  따가워, 폭죽같이 터지는 언니의 웃음, 그냥 이렇게 시간이 멈추기를, 내가 다시는 아프지 않기를, 언니 곁에서 이렇게 영원을 꿰뚫기를…….

 아직도 반갑고 어리둥절한 표정의 나비를 달래 이동장에 들여보내고, 병원비 수납을 마친 언니가 쉽사리 발길을 옮기지 못한다. 멈칫한다.  쪽을 잠시 둘러본다. 그러더니 작게 속삭인다. 안녕.

 안녕, 우리 애기. 우리 착한 애기.

 수염 끝부터 번져오는 통렬한 감각. 살아있을 때는 만져봐야만   있었던  언니의 표정과 눈가의 찡그림도 이젠 마지막으로 보는 거겠지. 지지난 달에 자기 언니랑 인사한 어떤 강아지도 어딘가를 건너 아득히 밝은 곳으로 떠나더라. 나도 거기로 가는 걸까? 무섭진 않아. 정말로. 괜찮을 거다.

 안녕. 안녕 언니. 사랑해.  . 안녕.

 에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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