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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치 Dec 18. 2022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 여기에서 얘기하는 글은 어떤 글이냐 하면은, 담백하지 못한 미사여구를 잔뜩 남발해 지나치게 부피를 늘려둔 글이다. 느끼하고 감정적인 데다가 미괄식으로 만연히 서술한 탓에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간을 찌푸리게 만드는 글이다. 얘는 정말 글에 잔뜩 멋을 부렸군, 하며 당장이라도 간결하고 명쾌한 글로 도망치게 만드는 글이다. 아니라면 불행히도, 이보다 앞선 글들을  찾아보게 만드는 글이다. 문장을 헤쳐 나가는  끝에서는 파열음이 울려야 하며, 밀어내면   탄성으로 돌아오는 물살이어야 하며, 불현듯 글줄이 떠올라 자리를 잡고 앉게 만드는 부채질이어야 한다. 엊그제 첫눈에 반한 그에게 써야 하는 글이며, 헤어진 모든 연인을 불러와 가위질한  누더기처럼 짜기워 내놓는 글이며, 경계에 걸쳐진 모든 관계를 의심의 롤러코스터에 태운 뒤에야 적어 내려가는 글이다. 그래, 사랑은 외어야 하고, 시구는 헤아려야만 하며, 기타는 뜯어야 하지. 그리고  모든 문장들은 연필로 쓰여야만 한다. 연필은 왼손에 쥐고 오른손으로는 칼날을 밀어야 하며, 심을 날카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직으로 세운 연필의 끝을 아주 빠르고 균일하게 내리쳐야 한다. 언젠가  내리는 밤엔 얼굴이 온통 젖도록 울어야 하고, 잔뜩 얼어붙은 눈물은 날카롭게 저며 지녀야 하고, 어딘가를 에는  분명한 계절엔 저항 없이 휩쓸려야 하고, 명랑하게 나누고팠던 마지막 인사는 속으로 삼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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