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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얀 Sep 20. 2021

조용히 되는 부자란 없다

셀프 브랜딩과 셀프 마케팅이 어려운 당신에게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던 배우 류승수씨가 했던 이 말에 손뼉을 치며 공감한 사람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얼굴이 알려진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활하는 데 불편한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나처럼 혼자 조용히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글 쓰는 일이 직업이 되고 가장 놀란 점 중 하나는 작가가 책보다 앞에 나서야 할 때가 많다는 점이었다. 작가와의 만남과 사인회 같은 행사부터, 매체 인터뷰와 강연, 방송 등. 

누군가는 ‘강연이나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겠지만,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던 나에게 그것은 아주 괴로운 일이었다. 일단 나는 눈앞에 사람이 5~6명만 넘어가면 자기소개하는 것도 힘들었다. 나 역시 때론 이런 내가 답답하기도 했지만,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이 좋았다면 애초에 작가라는 직업 대신 배우나 아나운서와 같은 일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나의 첫 번째 책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가 나왔을 땐 흥미로운 소재 때문인지 대학에서 강연 제의가 제법 들어왔다. 게다가 매거진에 연애·섹스 칼럼을 연재하던 게 커리어의 시작이었던 터라 방송 매체에서도 섭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 역시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노래를 부르며 아동기를 보낸 사람이었지만, 카메라 앞에 나서는 방송 출연도 정말로 하기 싫은 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책이 걸려 있었기에 거절이 쉽지 않았다. 작가의 인지도와 책의 판매량은 같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웹 소설의 인기 때문인지, 최근 들어 작가의 평균 연봉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불과 3년 전인 2018년 기준, 소설가의 평균 연봉은 1,014만 원이었다. 그 말인 즉 대부분의 작가들이 글 쓰는 일로는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한다는 말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첫 책이 출간되고 한 달 만에 중쇄를 찍었지만, 출간 후 1년을 기준으로 계산하자면 2018년 작가의 평균 연봉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니 어려운 내색을 뒤로하고, 방송국 카메라 앞에 서거나 10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강연할 때마다 매번 주문처럼 이 말을 되새겼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너무 부담갖지 말자, 긴장하지 말자, 내가 이 강연을 망친다고 해도 지구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우황청심환으로도 뛰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내과에서 혈압을 낮추는 약까지 처방받아 먹으며 돌아오는 길에는 늘 ‘나는 작가인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나도 은둔하면서도 책은 잘 팔리는 그런 작가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남들 앞에 서는 것을 매번 하기 싫은 숙제처럼 하다 보니, 역시나 이런 활동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사로잡지 못했다. 그 덕에 3권의 책을 낸 10년동안 여러가지 일을 하며 먹고 사는 걱정을 해야 했다. 지난 날을 돌아보며 ‘내가 썼던 책들이 잘 팔렸더라면, 내 책이 잘 팔릴 수 있도록 내가 좀 더 더 노력하고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었더라면, 이렇게 멀리 돌아오지 않아도 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첫 책을 내고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중 앞에 나서는 자리가 편하지는 않다. 그런 일은 여전히 숙제처럼 느껴지고, 여전히 긴장되고 떨린다. 그래도 지금은 ‘어차피 해야 하는 거라면 일단 그냥 하자.' 하고 스피치 책도 읽고 친구들에게 연기 수업도 받고 있다. 몇 달 전부터는 유튜브 채널까지 만들었다. 

사실 지금도 '글과 책으로 확실한 임팩트를 주지 못해서 이렇게 스스로 홍보에 나서야 하나?' 하는 마음이 불쑥 올라올 때도 있다. 하지만 '잘 쓴 책'과 '잘 팔리는 책'이 꼭 같을 수 없다는 것이 슬픈 진실이다. 작가가 최선을 다해 좋은 글을 썼다고 하더라도 홍보가 부족해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내가 좋아하는 책만 하더라도 이것은 분명 '잘 쓴 책'이고 '좋은 책'인데 '잘 팔리는 책'이 못 된 작품이 너무 많고 그것 때문에 괴로워 하는 작가 역시 많다. 그렇기에 이제는 '좋은 책'이 '잘 팔리는 책'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싶다. 많은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만든 다음, 제품 개발만큼이나 홍보와 마케팅에 돈을 쓰고 사활을 거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요즘 내가 빠져 있는 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멋진 언니들만 봐도 TV라는 확실한 매스컴이 아니었다면 그들의 매력을 영영 모르고 살 뻔 하지 않았나. 그 중 '댄서들의 댄서'라고 불리는 모니카 씨도 "방송에 나와서 왕년 이야기를 하며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럽지만, 사람들이 댄서라는 직업에 무관심해지고, 공연도 없어지고, 동생들이 하나씩 주변에서 춤을 그만두려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방송 출연을 결심했다. 결국, 내가 잘 되면 내 주변, 나의 동료, 나의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는 갈 곳도 없지만 못 갈 곳도 없다"



마케팅. 그 중에서도 셀프 마케팅을 이야기 할 때 트럼프를 빼고 갈 순 없다. 미합중국의 45대 대통령이자, 미국에서 손꼽히던 부동산 재벌이자, 사업가. 개인적으로 그의 정치색과 도덕성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셀프 마케팅 실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는 크든, 작든 어떻게든 매스컴에 얼굴을 비추고 싶어 했다. 영화 <나홀로 집에 2>의 호텔 로비에서 그가 뜬금없는 행인으로 출연하게 된 일화는 유명하다. 제작사는 당시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뉴욕 플라자호텔에 촬영 비용을 지불했지만, 오너였던 트럼프는 ‘자신이 영화에 나와야만 호텔을 사용할 수 있다’라는 조건을 걸어서 결국 감독은 그를 카메오로 출연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정치인과 연예인들에겐 자신이 죽었다는 부고(訃告) 기사 외에는 모든 기사가 득'이라는 말처럼 트럼프는 남들에게 욕을 먹든 아니든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을 알리는 것을 스스로 즐겼다. 그리고 이런 행동이 결국 그를 미국 대통령의 꿈까지 이루게 했다는 데 이의를 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작가란 '오직 글로만 말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규정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그러한 '작가다움'에 나와 내 인생을 넣어 두려고 했다. 물론 나는 평생 글을 쓰며 살 것이고 그것이 지금까지 알아낸 나를 행복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내 인생에는 그것 외에도 다양한 열정과 기쁨들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최근 들어 내가 관심을 갖고 몰두하며 공부하고 있는 '돈'이 그렇고, 최근에 연기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생긴 '영화 감독'이란 새로운 꿈 역시 그렇다. 


나는 창조적인 일을 하고, 그것을 타인과 공유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지금 그런 일들을 하며 살고 있다. 이렇게 나의 아이디어와 작품을 보여주고 호응을 얻고 때로는 평가를 받는 것이 얻는 직업이라면, 내가 앞장 서서 그것을 소개하는 것 역시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특히나 나와 내 작업물이 유명해져서 그것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더욱 나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는 갈 곳도 없지만, 못 갈 곳도 없다.' 라는 문장은 최승호 시인의 시집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의 시인의 말에서 건져올린 문장이다. 나는 어떤 마케팅 책보다 시집의 이 한 줄에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이 말은 꼭 작가나 예술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고 결심한 사람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말이다. 



부모에게 물려받을 것이 없는 사람들일수록, 비혼을 결심하고 스스로 혼자를 선택한 사람일수록, 100세 시대에 평생 직장은 없다는 걸 빨리 깨달은 현명한 사람일수록 더욱, 자신과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 알리는 것에 망설이지 말자. 





조용히 되는 부자는 없다. 













* 이 글은 어피티 머니레터 (UPPITY 어피티) 에 매주 화요일 연재되는 김얀의 돈독한 트레이닝 중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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