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껏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높임말과 격식이 불편하기도 했고, 일단 내 스스로 ‘어른’에 대한 기준이 높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존경할 만한 어른을 아직 만나본 적이 없기도 했다.
그랬던 내게 처음으로 ‘어른’으로 다가온 사람이 바로 JHK 님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10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던 치과에서 만난 원장님. 원래도 치과계에서는 호인으로 소문나 있었지만, 막상 일해보니 이렇게 소탈하고 권위 의식이 없는 의사 선생님은 처음이라서 놀랐다.
돌아보면 원장님은 환자들이 몰아닥쳐도 피곤하거나 힘든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곧 은퇴를 앞두신 나이지만, 지금도 에너지 넘치게 환자들을 대하시는데 그 점이 정말 신기했다. 밀려드는 환자들이 와도 어떻게 늘 그런 기분을 유지하시는지, 내가 돈 공부를 시작하며 다양한 일들을 할 때 가장 닮으려 했던 부분이 바로 원장님의 그런 태도였다.
치과는 치료 과정이나 비용 등에서 특히 환자들이 예민하고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 치과에서는 한 번도 환자와의 소란이 생긴 적 없다고 했다. 30년 가까이, 지금까지 원장님과 함께 하고 있는 실장님도 반복되는 일상이 지칠만도 할텐데도 언제나 상냥함을 지켜내셨다.
일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돈을 대하는 태도 역시 JHK 님에게 배웠다. 이와 관련해서는 나의 책 <오늘부터 돈독하게 - 부자 친구와 티슈 한 장>에 잘 나와 있다.
티슈를 뽑을 때는 한 장만, 가전제품은 사용하고 난 뒤 코드를 바로 빼두는 것들은 단순히 돈을 아끼려는 목적이 아니라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것이라고. 절약은 곧 합리성이라는 개념도 원장님께 배웠다.
오늘 <김얀의 돈터뷰>에서는 존경하는 멘토, JHK 님에게 ‘돈’,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김얀의 돈터뷰 1 - JHK / 59세 / 치과 의원 원장 / 23년째 취미 주식 투자자
김얀: JHK 님, 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JHK: 돈이란 본인이 정당하게 일하고 받는 노동의 댓가지요.
김얀: 주식 투자를 좋아하시는 분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돈은 노동 소득’이라고 말씀하시는 게 조금 놀랍네요.
JHK: 노동 소득보다 부동산이나 주식, 코인 같은 투자 소득이 더 주목받는 사회는 어떻게 보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라고 봐요.
김얀: 멘토님이 계속 본업을 유지하면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이유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JHK: 본업으로 번 돈으로 생활비를 쓰고, 거래처에 대금을 지불하고, 직원들 월급도 주고 남은 돈을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 낫겠다 싶어서 주식을 시작했어요.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벌어야겠다’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국내주식에 투자하면 우리나라 기업과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김얀: 주식이 잘될 때는 본업을 하지 않고 전업으로 투자만 하고 싶다는 유혹이 있진 않으셨나요?
JHK: 아마도 회사원이었으면 그만뒀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치과 일을 하면서 버는 수입도 꽤 많았고(웃음) 환자들을 보면서 얻는 보람도 컸어요. 그래서 본업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김얀: 본격적으로 주식 이야기를 해볼게요. 최근 코스피 3천 선이 무너지면서, MZ세대 개인 투자자들이 어려운 시즌을 맞이했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주식 투자를 해야 할까요?
JHK: 연말까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제부터는 작년과 같은 드라마틱한 일들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작년이 아주 특수한 상황이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작년처럼 ‘좋은 종목이면 무조건 오르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는 전체적인 경제 상황에서 주식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공부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돼요.
제가 주식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주식 고수와 10명 정도의 수강생이 모여 주식 스터디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고수가 각자 원하는 수익률이 몇 프로냐고 물었더니, 10명 중 7~8명이 목표 수익률을 10%라고 했고, 1~2명이 15~20%라고 말했어요. 당시 은행 금리가 연 6~7%일 때였는데 말이죠.
주식을 하다 보면 알다시피 10~20%는 별로 대단한 수익률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초보 투자자들은 투자 금액이 적다 보니 10~20% 수익률이 작아 보이는 거죠.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10~20%를 넘어서 더 큰 수익률을 얻기 위해 자꾸 상한가 종목들만 기웃거립니다. 그러다 오히려 손실을 얻고 나가곤 하죠.
당장 큰돈을 벌겠다고 남의 말만 듣거나, 유사 자문 기관 같은 곳에서 말하는 추천 종목만 매번 사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본인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종잣돈을 키워나가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수익을 작게 가져가더라도 소액으로 꾸준히 공부하면서 주식을 하다 보면, 작년 같은 상황이 올 때 일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생활하고 남은 돈으로 투자하면서 스스로 종목을 고르는 눈을 키워가야 합니다. 그리고 미래를 대비해서 주식 외에 달러 같은 자산에 분산투자를 해놓는 것도 좋겠지요.
김얀: 주식을 잘하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JHK: 일단 경제 신문 하나 정도는 매일 챙겨 보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알면 좋아요. 주식하는 사람들이 모인 스터디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의 주식을 꾸준히 지켜보고, 확신을 갖고 밀고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조금씩 성과가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너무 급하게, 빨리 큰 수익을 얻으려고만 하지 않으면 될 것 같습니다.
김얀: 제가 여러 치과에서 일하면서 치과 원장님들을 만나보면 일에 대한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던데요. 멘토님은 어떻게 일의 보람을 찾으셨어요?
JHK: 저희 부모님께서는 늘 “너 하는 일 열심히 해라, 그다음에 돈이 붙고 안 붙고는 다 네 복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자라면서, 치과 의사라는 직업으로 돈을 벌어야겠다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 치과를 개원할 때는 ‘적어도 이 일에서는 전국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손에 꼽히는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습니다.
요즘에는 다들 ‘돈’을 많이 버는 것에 관심을 두고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사실 모두가 그런 꿈만 꾼다면 사회 발전의 잠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요즘 유튜브를 봐도 다들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우상화 되고 있는데 물론 그런 분들도 대단하지만, 좋은 기업을 만들고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람들이 저는 더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얀: 그렇다면 젊었을 때는 돈보다 무엇을 쫓아야 할까요?
JHK: 마흔 전까지는 본인이 일하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실력을 쌓기 위해 투자하고, 어떻게 하면 맡은 일을 좀 더 잘 할 수 있을지 연구하다 보면 돈은 자연히 따라올 거예요.
김얀: 돈 말고도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JHK: 사실 돈이 주는 행복감은 어느 정도만 넘어가면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보니 식물이나 동물을 키우거나 후학을 보살피는 즐거움이 커요. 누군가를 잘되도록 돕고, 그 사람이 잘되는 것을 지켜보는 보람이 참 크더라고요. 김얀님도 그중에 한 명이고요(웃음).
김얀: 마지막으로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JHK: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직업을 선택할 때, 향후에 어떤 일이 주요 산업이 될지 잘 알아보고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신문과 뉴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든지 본인의 하는 일에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실력을 쌓으세요. 무슨 일이든지 자신이 하는 일에 스스로 실력 있는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다면 반드시 그에 맞는 보상을 받게 될 겁니다.
** 김얀의 돈터뷰는 매주 화요일 <어피티 머니레터> 에서 가장 먼저 발행됩니다. 어피티 머니레터 무료 구독하기 moneyletter (uppit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