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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얀 Oct 20. 2021

'사이드잡'으로 중고책 장사를 하게 된 이유

김얀의 돈터뷰2 - 온라인 중고 서점 '헨리북스' 운영자- 책선생 


책 선생 / 36세 / IT기업 마케터(7년 차) / 사이드잡으로 온라인중고서점 ‘헨리북스’ 운영 중(1년 6개월)


만나면 입에서 지폐 냄새가 날 때까지 돈 얘기를 할 수 있는 친구. 시장의 흐름을 읽고, 다각도로 돈을 버는 방법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친구, 분야를 막론하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어떤 주제로도 토론이 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친구, 당신에게는 그런 친구가 있습니까? 

<김얀 / 오늘부터 돈독하게 中>



돈 친구 혹은 브레인트러스트

부자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인 레버리지 효과. 레버리지 효과는 돈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보다 앞서 경험한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에서 얻은 노하우를 전수받으면 그만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시간은 곧 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타인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나의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나게 경제적이다. 나는 오늘 인터뷰를 할 이 친구에게 '사이드잡'으로서 '에어비앤비'에 관한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 받으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친구를 ‘책 선생’이라고 부른다. 문학 외 다른 분야의 책을 우습게 여겼던 나에게 다양한 분야의 실용서를 권해주고, 경제신문을 읽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언제든지 전화를 걸어 물어볼 수 있는 가까운 친구.

오늘은 이 친구에게 ‘돈’, ‘사이드잡’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김얀: 돈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책 선생: 돈이란, 결국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경험을 사고, 팔게 된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가 돈을 벌고 소비하는 것들이 곧 우리의 경험이 된다.

김얀: 구체적인 사례가 뭔지 궁금하다. 그럼 책 선생은 요즘 어떤 경험을 사고팔고 있는지 이야기해 달라.

책 선생: 일단 나는 주 5일은 직장에서 마케터로서 조직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외 시간은 대부분 책을 읽는 데 쓰고, 1년 전부터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내가 읽은 책을 되파는 경험을 하고 있다.

김얀: 어떤 계기로 중고책을 파는 일을 하게 되었나? 수입은 어느 정도 나오는지도 궁금하다.

책 선생: 매일 아침 부천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1시간 반동안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 예전에는 돈을 아끼기 위해서 늘 알라딘에서 중고로 책을 샀는데,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 매일 온라인 중고책 사이트에 들어온 책의 목차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때 보니 같은 책이라도 판매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쇼핑몰은 결국 큐레이션의 싸움"


쇼핑몰은 결국 ‘큐레이션의 싸움’인데, 책에 별 관심이 없는 판매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책이든, 옷이든, 피규어가 됐든 사이드잡으로 쇼핑몰을 운영할 때는 판매자가 본인이 파는 물건에 대해 남다른 ‘인사이트’를 갖고 있어야 승산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책, 특히 자기 계발서와 실용서 분야에서는 '나보다 더 많은 책을 보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 있었기 때문에 중고책 판매를 사이드잡으로 해보자 싶었다.

결정을 내리는 데도 큰 부담이 없었다.어차피 내가 읽기 위해 산 책이기 때문에 팔리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시작해서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의 순수익이 나온다. 나는 이 돈을 100% 재투자하면서 규모를 키워나가는 중이다. 현재 300권으로 시작한 책이 3000권 언저리까지 왔다. 


김얀: 사이드잡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면 본업을 그만둘 생각인가?

책 선생: 회사가 사이드잡이 되는 게 1차 목표다(웃음). 일단 나는 본업을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다. ‘사이드잡’은 말 그대로 ‘side’니까.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마음 편하게 사이드잡을 키워나갈 생각이다.
본업을 보더라도 사이드잡으로 나오는 수익이 있기 때문에 더 마음이 편하다. 일은 몸에 힘을 빼고 할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사이드잡이 잘 될수록 오히려 회사 일이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시간당 생산성이 중요"

김얀: 책 선생은 쇼핑몰, 에어비앤비 등 여러 사이드잡을 경험해봤으니, 지금 사이드잡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책 선생: 사이드잡은 크게 ‘시급확정형 사이드잡’과 ‘확률형 사이드잡’으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시급확정형 사이드잡’인 편의점이나 카페 아르바이트는 크게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본업보다 시간당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중고 서적 판매, 블로그나 네이버 스토어처럼 ‘확률형 사이드잡’은 어느 정도 궤도에만 오르면 시간당 페이를 본업보다 높게 만들 수 있다. 투자하는 시간이 작기 때문에 사이드잡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확률형 사이드잡’은 반드시 ‘시간’이란 변수를 빌려야 한다. 직장인들이 무자본으로 가장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블로그’를 예로 들어보자면 브런치, 네이버 포스트 등 어떤 것을 선택하든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게다가 돈이 바로 나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그 시간이 꽤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돈이 되더라도 생각보다 그 금액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확실한 궤도에 오를 때까지 본업이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사이드잡이라 쓰고 리-빌딩이라고 부른다"

책 선생: 나는 사이드잡을 ‘직장인 리-빌딩(re-building)’이라고 생각한다. 리-빌딩의 핵심은 ‘원래 것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지루한 과정을 잘 견디고 성과가 나기 시작하면,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사이드잡으로 번 돈은 100% 본인이 원하는 곳에 재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성장과 돈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복리’다. 어떤 사업이든 그 수익의 100%를 투자할 수 있으면 성장의 밀도가 달라진다. 그래서 본업을 유지한 사이드잡이 탄탄대로를 달리게 되면, 부를 만드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지는 것이다. 

김얀: 요즘 들어 특히 사람들의 ‘돈’에 대한 관심이 크고,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들도 많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이런 돈 이야기가 피곤해지는 ‘돈태기’도 따라 오고 있는 것 같다.

책 선생: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열광하는 부동산, 주식은 돈 놓고 돈 먹기라는 생각이 든다. 내재적 가치와 상관없이 대중의 심리에 따라서, 시장이 과열됐을 때 큰돈을 얻는 분위기니까.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돈에 대한 욕망’만 더 커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나 역시도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을 때는 돈보다 ‘돈에 대한 욕망’의 크기만 계속해서 커졌다. 연봉이 3천만 원이던 시절에는 연봉이 5천만 원으로 오르면 마냥 행복할 것 같지만, 막상 그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은 그 연봉이 돼도 늘 돈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주변에 꼬마빌딩을 하나 사는 게 목표였던 지인을 봐도 그렇다. 절대 꼬마빌딩 하나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더라.

김얀: 그럼 돈태기가 왔을 때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책 선생: 결국 돈의 액수나 부의 크기 말고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포인트가 나에게는 '성장'이다. ‘오늘보다 내일 좀 더 나은 사람이 됐는가?’라는 질문에 확실히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이 나에게는 제일 중요하다. 나는 그것이 돈보다 더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인생은 누적 성장형 그래프라고 본다. 그래서 젊을 때는 자신에게 투자하는 게 가장 가성비가 크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김얀: 주식이나 다른 투자는 일절 하지 않나?

책 선생: 주식은 하지 않지만, 중고 서적 장사가 주식과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돌아간다. 중고 시장에서 저평가된 책을 싸게 사서 그것보다 비싸게 팔기 때문이다. 도서별 단가가 낮아서 그렇지 수익률로 보면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아직은 주식보다 내 성장에 투자하는 게 가장 가성비가 높다고 생각한다. 돈과 성장은 복리가 기본이고, 돈은 결국 복리의 힘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 

김얀: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책 선생: ‘어느 정도의 부를 이뤄야 스스로 만족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자기 기준이 명확하면 좋겠다. 물론 지금은 1억 원, 5억 원, 10억 원, 강남에 빌딩 한 채 등으로 나름 명확하게 정해놨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의 규모와 관계없이 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그 시간에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20억 원이 있어야만 행복하다면 그 사이의 과정이 너무 괴롭지 않을까?

목표로 나아가는 순간마다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인생은 모든 경험의 총합이니까. 




** 매주 화요일 '어피티 머니레터'에서는 제 주변의 '작은 부자들'을 인터뷰 합니다. '진정한 부자'란 부의 크기보다 본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매일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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