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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아재 Dec 15. 2024

뉴럴링크 강남점

AI시대 택시기사 찬주는 대기업 상무를 퇴사하고 운전대를 잡는다.

대기업 H사는 오십이 정년이었다. 상무이사까지 하고 퇴사한 윤석은 막상 편안한 은퇴생활을 하려고 하자 수중에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국가에서 인간기본연금이 나오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아마 혼자만 살면 모르겠지만, 서른이 넘어서 결혼한 터라 아직 아이들이 어렸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신문기사를 하나 보게 되었다.


< 2064년, 내년 3월부터 일자리 창출 시험운행, 인간운행택시 기사모집 >


그는 재빨리 운전면허 시험부터 다시 보았다. 운전을 하지 않은지가 한참 되어서 익숙하지가 않았다. 시험은 간단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인간운행택시 기사를 보려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수십만 명이 몰려서 난리도 아니었다. 운전시험을 다시 치러야 하고, 체력테스트와 기본 인성 및 심리테스트에 통과해야 했다. 그는 체력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았다.


퇴사 6개월 만에 그는 마침내 윤석은 인간운행택시의 정식 기사가 되었다.

“여보, 택시운전을 해 보니까 내가 가고 싶은데 다니고, 아주 좋네. 운동도 되고.”


그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택시운전을 시작한 윤석은 요즘 매일 신나는 생활 중이다. 돈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많이 벌리기 때문이다. 그의 택시는 주로 손목 정맥 바이오카드가 없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로봇택시를 이용하려면 미리 카드등록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카드가 없다.


개인파산이나 회생을 하게 되면 10년간 신용카드 발급이나 금융거래가 곤란하다. 2060년에 제정된 법 중 하나였다.


역시 장사는 없는 사람들 상대로 하는 것이 최고라고 하던 선배의 말이 맞았다. 물론 로봇택시들과 경쟁을 하면서 지내지만 나름 지낼만하다. 로봇택시들은 차선위반도 하지 않고, 속도 경쟁도 하지 않는다. 덕분에 그는 요령 있게 속도측정 CCTV도 잘 피해 가면서 요령 있게 운전했다.


한동안 인간이 운전하는 택시는 금지가 되었지만, 웬만한 일자리들이 다 사라진 상태에서 사람들이 직접 운전하는 인간운행 택시사업은 특별일자리창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65년부터 1년에 약 1만 대 정도 시험적으로 운행이 되고 있다.


윤석은 대학입학 때만큼이나 긴장되었다. 마침내 합격자 발표가 나고 반짝거리는 지정된 택시회사에 배정되어 새 택시를 받았을 때는 정말 기뻤다.


 특별히 사람들이 운전할 수 있게 운전대와 페달등이 나온 신제품이었다. 대기업들도 일부 사무직이나 기획, 재무, 인사등 필요부서의 핵심인재들만 빼고 다 AI로봇으로 대체되었다. 심지어 중역회의에서도 AI로봇들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평생 나쁜 일 한번 안 하고 살아온 그에게 경찰에서 출두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정말 저예요?”


“그렇다니까. 검찰에서 이걸 주고 갔어.”


택시회사 관리실 사무실에 놓인 등기우편을 뜯어보니 출두명령서였다. 물론 자신의 주민등록주소지를 이곳으로 해 둔 덕분이기는 하지만 기왕이면 직접 얼굴 보고 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최첨단 시대에 왜 검찰 출두명령서 같은 것들은 꼭 이렇게 등기우편으로 오는지 묻고 싶었다. 물론 이메일로도 도착하지만 꼭 이렇게 오프라인을 고집한다. 덕분에 우체국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아니, 실제로 이렇게 보내려면 최소한 보안을 위해서 전체 밀봉된 봉투를 사용하면 될 텐데, 아니면 최소한 편지봉투 안쪽에 불투명 처리를 하든지, 왜 안쪽 구석 사분의 일 정도 되는 부분에 투명한 비닐을 붙여두어서 주소의 일부가 보이고 형광불빛에 비춰보면 내부에 첨부된 문서의 일부가 보이게 디자인을 해 둔 것인지, 어쨌든 자신이 아는 한 자신은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었다.


그는 심지어 택시기사가 되기 전에 심리테스트도 다 통과했었다. 심리테스트는 거짓말 탐지기를 통과해야 하는 쉽지 않은 시험이었다.


정식으로 택시기사가 되던 날 그는 친구들을 불렀다.


“야, 간만에 내가 한잔 쏠게.”


친구들은 맨날 모이면, 이번에는 건설 타일공이 AI로봇으로 대체되었느니, 타워크레인도 AI로봇이 이미 다 하고 있다는 등의 입만 열면 AI 얘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이 하는 모든 일들을 하나 둘 완벽히 대체하고 있다. 100% 완전 무인 농사는 기본이고, 편의점이나, 식당 등 AI 로봇이 진행하지 않는 곳은 드물다.


“야, 너 그것 알아? 내가 어떤 여자가 보험가입 영업 전화가 온 거야.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내가 사귀어주면 보험가입하겠다고 했지. 그랬는데 알고 보니 AI 챗봇이더라. 허허. 참 무서운 세상이야.”


분당 수내 전철역 인근 삼겹살집에서 코가 벌게지도록 마셨다. 술을 마시기 전에 추억 영상 기록장치에 오케이 버튼을 눌러서 무려 50%나 할인을 받았다. 물론 술 마시는 내내 2대의 영상촬영 키오스크 더미 로봇들이 그와 친구들의 얼굴과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대화내용 등을 모두 촬영해 갔다. 50%나 할인해 주니 마케팅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대신에 얼굴에 대해서 초상권 동의는 하지 않아서 얼굴은 AI 편집기가 자동으로 기존 AI캐럭터로 대체할 것이다. 여기에 광고용으로 개인정보 사용동의서에 4명이 사인을 하고 특별이벤트 쿠폰 25%까지 적용받아서 그가 낸 돈은 20만 원의 식사값 중에서 단돈 5만 원이었다.


이런 입체 영상들은 병상에 누워있는 누군가에는 체험형 4D 영상으로 만들어져서 좋은 일에 쓰여진다고 하니 나쁘지 않았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다들 더미 로봇들은 신경 쓰지 않고 식사 중이었다.


윤석의 친구들 말고 대부분 커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이런 영상촬영 키오스크 더미 로봇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조용히 식사 중이었다. 아무래도 돈보다는 자신들의 프라이버시가 더 중요한 나이대인 듯하다. 그렇게 친구들과 입사기념으로 흥겨운 파티 같은 술자리를 마치고, 입사해서 근무한 것이 벌써 6개월 전이었다.


물론 거리에는 소위 브랜드 로봇택시들이 즐비하다. 카카오, 타다, 우티, 리본택시, 우리 콜택시 같은 유수의 브랜드들이 다 자율로봇택시를 운행한다.


하지만 이들 택시를 타려면 당연한 말이지만 넉넉한 돈이 있어야 한다. 국가에서 인간기본연금이 나온다. 월 200만 원 수준의 인간기본연금으로는 택시를 타고 다닐 수준은 안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냥 먹고 마시고 거주하는 가장 기초적인 생활까지만 가능하다. 금융권에 연체가 조금이라도 있거나, 적정 수입이 되지 않으면 카드발급 자체가 안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전 국민의 10%인 오백만 명이 신용카드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즉 카드발급이 안되는 사람들은 택시를 타고 다니지 못한다는 뜻이다.


실태가 이렇다 보니 윤석이 운행하는 택시는 소위 메어 터지게 손님이 많다. 심지어 말만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지, 실제는 로봇택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피곤해서 자율주행 모드로 놓고 깜박 졸기도 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한 적도 많았다.


인간기본연금도 나오는데 별도의 용돈이 나오니 먹고 살만하다. 그런데 퇴근하고 집에오니 경찰서에서 출두 통지서가 나와 있다. 


경찰 출두 통지서라니. 그는 소주에 매운 불닭면을 올려놓고 소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한번 출두통지서를 내려보았다.


< 최윤석, 2015년 1월 24일생, 귀하는 2065년 11월 11일까지 동부지검으로 사건번호 202033-1011001건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것이 있으니 출두하시오. 동부지검 검사 : 000>


참 나 원,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온 나를.

그래, 하여튼 부조리한 세상이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이렇게 죄 없는 자신을, 무고한 자신을 참고인도 아니고 피의자 신분으로 부른다고?


억울한 마음에 다시 한번 입에 소주를 털어 넣었다.

과거 일기장을 들춰보면서 그나마 마음을 달랬다.

다음날 아침 그는 동부지검으로 출두했다.


검찰 조사관은 그가 도착하자 신분증을 확인하고 바로 여검사 앞으로 앉혔다.

“검사님, 최윤석 씨 왔습니다.” 조사관은 여검사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여검사는 딱딱한 표정으로 벌써 5분째 아무 말도 시키지 않았다.

뭔가를 두드리고 있던 그녀가 마침내 그를 향해서 고개를 들었다. 아마도 그의 정보를 살펴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양방향 모니터임에도 검사 쪽에서 보고 있는 화면이 남자 쪽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미셀, 여기 최윤석 피의자, 자료화면 좀 띄워줘.” 그녀가 모니터를 쳐다보면서 빠르게 말했다.


AI법률보조에게 말을 시키는 것 같았다. 뉴스에서만 들어본 서비스를 눈앞에서 보다니. 모니터는 양방향에서 볼 수 있는 투명모니터다. 40인치는 되어 보이는 투명한 화면 맞은편으로 화면이 바뀌는 사이에 잠시 여검사의 얼굴이 보였다. 30대 초,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앳된 얼굴이다.


“자, 최윤석 씨,  여기 화면 보세요. 지금 뉴럴링크 강남점에 들어가는 분, 얼굴 보이세요?”


여검사가 가리키는 화면 속에는 한 남자가 3층짜리 건물의 주차장에 차를 대고 회사의 입구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건 누가 봐도 윤석 자기 자신이었다.


“네, 보입니다.”라고 말은 했지만, 어, 내가 저기를 왜 언제 갔지? 

아무리 생각해도 윤석은 그 기억이 나질 않았다.


정지된 화면에서 보이는 모습은 분명히 자신의 낡은 외투와 바지, 심지어 낡은 랜드로버까지 정확하게 본인이었다.


“네 맞습니다. 지금 포천 절도 사건으로 지금 들어온 것이고요. 일단 절도사건이라 물품을 돌려주기는 했지만 이게 친고죄가 아니어서 저희는 규정에 맞춰서 고소를 해야 합니다.”


“아뇨, 저는 절대 아닙니다. 크고 작은 죄도 안 짓고 사는 사람인데요.”


윤석이 그럴 리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여검사는 인터폰을 누르고 스피커에 대고 말했다.


“거기 밖에, 누가 있지요? 잠깐 들어와 봐요.”


“네, 검사님 왜 그러십니까?”


덩치가 큰 양복을 입은 수사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 수사관, 최윤석 씨 데리고 여기 좀 다녀와요. 어쨌든 윤석 씨 자신은 무관하니 이 ‘개인추억기록열람’에 동의하시는 거죠? 동의하신다면 여기 사인을 하세요. 보고 아무 이상이 없으면 저희도 이번 고소건은 혐의 없음이나 무죄로 수사 종결시켜야 하니까요.”


윤석은 순간 주춤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거리낄 만한 것은 없었다.


검사가 내민 태블릿에 사인을 했다. 거기엔 ‘개인추억기록열람’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서약서가 적혀 있다.

덩치 큰 검찰 수사관의 차를 타고 함께 뉴럴링크 강남점을 찾았다. 이동하는 데는 채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길게 늘어선 자리들에 사람들이 듬성듬성 앉아있다. 4대의 키오스크에는 모두 사람들이 정보를 입력하고 있었다. 다들 편한 자세로 의자에 앉은 채로 접수가 진행되고 있었다.


고객이 회사의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고객응대 AI시스템이 얼굴을 인식해서, 순서를 기억하고 있다가 일찍 들어온 순서의 고객이 앉은 위치로 바퀴 달린 키오스크가 이동해서 눈높이로 위치를 조정해서 접수를 받는다. 그러니 아예 새치기 같은 것은 통하지 않는다. 이윽고, 키오스크 한 대가 먼저 들어온 수사관을 인식하고 그 앞으로 와서 홍채 체크를 하시겠냐는 질문을 띄웠다.

수사관은 양손을 들어서 한마디 했다.


“나 아니고 여기가 하러 온 거예요.” 그의 검지손가락이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윤석을 향했다.


그러자 키오스크는 그 말을 알아듣고 윤석 쪽으로 와서 홍채 체크를 했다.


“아니, 저는 여기 처음 와서 아무런 기록도 없어요.”라고 말하는데 그 순간, 그의 눈앞에 다음 화면이 나왔다.


< 최윤석 고객님 환영합니다. 고객님의 VIP포인트 잔액은 4만 8천 원입니다.>


< 최근 방문일자는 2065년 9월 15일입니다. >


그 화면을 옆에 있던 검찰 수사관도 함께 보았다. 9월 15일이면 사건이 일어난 지 4일 후였다. 할머니의 죽음이 신고된 날은 9월 11일이었다.


윤석은 너무 놀랐다. 자신이 처음 왔다고 생각하는 이곳에  자신이 VIP고객이란 사실과 포인트 잔액이 무려 5만 원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처음 온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는 단골 VIP고객이라고 하고 있다. 그 사실을 그는 지금 막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기억하지 못했다.

심지어 직전 방문 기록은 불과 2개월 전으로 가 있었다. 살짝 불안감이 윤석을 덮쳤다. 자신이 뭔가 이곳에 와서 심지어 이곳에 온 기억들도 지웠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기억을 지운 것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복도는 어디선가 본 듯한 기억이 났다.

하지만 왜 이 복도가 자신에게 익숙한지 생각을 못했는데 그 기억의 연결이 될 것도 같았다.

화면 하단에서 방을 하나 예약받았다.


원래는 방 당 고객 한 명이라는 로봇의 답변에 검찰수사관은 신분증을 꺼냈다.

그러자 키오스크에서는 잠시 기다려달라는 메시지가 떴다.

그리고 바로 화면에 원격 관리자의 얼굴이 나왔다.  


“네, 원래는 제가 가야 하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원격으로 승인내 드릴게요.”


중요한 것은 수사관이 방에 윤석과 같이 키오스크 로봇의 안내를 따라서 지정된 방으로 걷고 있었다.

정 조사관 입장에서 봤을 때, 아무리 봐도 이 중년의 택시기사는 자신의 범행을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종종 이런 일이 있다. 나쁜 짓을 저지르고 양심의 가책에 찔린 범죄자들이 자신의 기억을 편집한다.

이곳 클라우드에 저장해 놓고 심지어 자신이 저장해 놓은 사실까지도 잊는다.


왜 평소에 착하게 살던 사람들이 우연히 접한 선택의 상황에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까.

순간적인 욕심일 테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대개 좋지 않다. 오늘도 그럴 것 같아서 정 조사관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떤 끔찍한 영상이 나올지 그도 궁금해졌다.


그가 알기로 택시에서 심장마비로 죽은 할머니를 최초 신고한 것은 이 남자가 맞다. 그 할머니는 종로에서 귀금속상을 하는 여사장이었다. 평소 심장 쪽에 지병이 있어서 약을 먹고 있었다. 문제는 그 여사장 왼쪽 손목에 차고 있던 약  스무 돈 가량의 금팔찌가 사라진 것이다.


심지어 그 택시를 타기 전에 금팔찌를 차고 있었다는 것도 이미 CCTV로 확인이 되었다.


소유자가 죽어도 이건 경찰에 신고를 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점유물이탈횡령죄’가 성립된다. 뭐 형량이 높지는 않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태료에 처한다. 그래도 문제는 이런 식의 벌금이라도 받게 되면 택시기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점이다.


지하가 이렇게 넓은데 수많은 사람들이 기억편집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였다. 그렇게 지우고 싶은 기억들이 많은 것일까. 누군가는 기억을 지우고, 누군가는 지웠던 기억을 되살리려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것일께다.


마침내 지정된 방 앞에 도착했다. 윤석이 자리에 앉고, 수사관은 옆에 서 있었다. 문은 일부러 열어두었다.

윤석이 자리에 앉자, 기억 편집을 시작할 것인지 물어왔다. 남자의 고개가 수사관을 향했다.

수사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윤석은 편집 버튼을 눌렀다.

삭제를 할지 복원을 할지 물어온다. 그러자 수사관이 잠시 손을 든다. 윤석을 옆에 세우고 이제 의자에 자신이 앉아서 ‘복원’ 버튼을 눌렀다.


어떤 목록을 복원할지 물어온다.


삭제된 목록 리스트는 총 103개였다. 조사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뭔 삭제된 파일이 이렇게 많아.


일단 날짜를 보니 올해 삭제된 것은 단 3개다. 휴 그나마 다행이었다. 중요한 것은 3개만 보면 되지만 나머지 것들도 범죄에 연루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일단 파일을 복원 전에 그가 먼저 봐야 했다. 혹시라도 파일이 정말 삭제되거나 하면 증거가 사라진다.  


그는 3개 중에서 사건이 일어난 날짜 즉 9월 11일 날짜 영상에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역시 택시기사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119에 신고를 하고 난 뒤에 금팔찌를 훔치는 영상이었다.


두 번째 영상은 바로 이틀날인 9월 13일에 회사의 사무실에서 금팔찌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회사 관리이사에게 유족들에게 돌려달라고 말하는 영상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영상은 또 이틀 후인 9월 15일 이곳에 와서 기억을 지우는 장면까지 지우는 것이다.

기억을 지우고 나면 그 부작용으로 약 1분간의 필름 끊김 현상이 일어난다. 그래서 9월 15일은 아마도 주차장에서의 기억만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 사건 관련 기록은 다 보았다. 그냥 닫으려다가 정 조사관이 생각해 보니 이 남루한 차림의 남자는 수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왜, 이렇게 지워야 할 기록이 많은가.


원칙은 봐서는 안되지만, 그는 주관적으로 해석했다. 아니 더 큰 범죄자일지도 모른다. 평범한 택시기사라면 왜 이런 뉴럴링크를 찾아와서 이 비싼 기억 삭제를 받을 것인가. 그가 보기에 최윤석은 수상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다.


그의 손끝을 따라서 작년 영상을 눌렀다. 어떤 무시무시한 범죄 영상이 나올지 내심 기대가 되었다.


남자가 제재라도 가한다면 미안하다고 하고 그냥 중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범죄영상이 나올 것이라는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클릭을 해도 영상은 팝업 창으로 다음 메시지만 띄웠다.


< 본 영상은 AI 영상편집센터에서 자체 심의로 블러(BLUR) 처리가 되었습니다.>


나머지 100개의 영상들도 다 마찬가지였다. 정 조사관은 살짝 화가 났다. 아니 국가기관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틀림없이 자신이 검찰 조사관으로서 신분증을 제시했는데도 보여주지 않다니.


그는 화면 하단의 관리자 호출 버튼을 눌렀다.


“네, 조사관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얼굴을 인식하고 바로 직급을 말하는 것을 보니 AI가 틀림없다고 정 조사관은 순간 생각했다.


“여기, 최윤석 씨 영상을 지금 복원 중에 있는데요. 일단 제가 좀 봐야 할 것 같아서요.”


“아, 그 영상들은 최윤석 씨만 복원이 가능한 영상들입니다.”


“아니 대한민국 검찰에서도 볼 수가 없나요? ‘개인추억열람기록’에 사인도 받았는데요.”


“죄송하지만 이건 절대 본인이 아니면 열람이 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허허, 이런 식이면 수사를 어떻게 하나요? 이게 관리자라도 소용이 없는 것인가요?” 정 수사관의 목소리가 다소 커졌다.


“저희 쪽 최고 등급 보안파일들은 전부 AI영상관리자가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접근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대신 로그데이터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거라도 보여드릴까요?”


“그래야죠. 알겠습니다. 참 여기 최윤석 씨 기억이 돌아오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아마, 순차적으로 들어갈 겁니다. 본인이 잊고 싶었던 기억이라면 바로 기억이 돌아오진 않습니다. 기억이 뇌에 다시 들어가도 싱크가 맞아야 하니까요. 마치 우리가 잊고 싶어 하는 기억을 무의식의 밑으로 집어넣듯이 말이죠. 더 질문이 없으신가요? 수사관님”


“네 없습니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키오스크 화면은 다시 영상편집 화면으로 돌아왔다.


이런 경우 대개 두 가지 케이스다. 정말 범죄에 연루된 잔혹한 화면이어서 뉴럴링크의 AI 영상관리 프로그램 자체에서 블러처리를 했을 수도 있다. 또 하나는 국가 관련 무슨 일을 한 것이어서 보안 관련 일을 한 기억일 수도 있다. 그런 경우 국익을 위해서 블러처리를 한다.


하지만 정 수사관은 후자의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국가를 위해서 일한 킬러나 스파이란 뜻인데 그 앞에 있는 최윤석 씨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수사관은 잠시 망설였다. 일단은 증거 채집을 위해서 복원버튼을 누르고 선택이 아닌 전부를 눌렀다. 그가 보기에 허름한 재킷을 입고 남루하고 해진 바지를 입은 윤석은 전형적인 범죄자였다. 심지어 그의 머리카락 사이 쪽 이마에는 희미한 칼자국 같은 흉터도 있었다. 정 수사관은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다. 뭔가 맘에 들지 않을 때 그가 의식하지 않아도 나오는 일종의 경멸 같은 표현이었지만 윤석은 알지 못했다. 그가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돌아왔을 때 자백을 하든지 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도 있었다.


기억들이 최근 기억부터 순차적으로 윤석의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택시 안에서 윤석은 운전을 하고 있었다.


“손님 다 왔습니다.”하고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미 뒷자리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이 든 하얀 머리의 할머니는 옆으로 쓰러져 마치 깊은 잠에 빠진 듯했다. 승객의 집 앞에 차를 잠시 대고 시동을 끄고는 뒷자리로 가서 문을 열었다. 그는 이미 싸늘하게 굳은 할머니를 봤다. 이미 사후 경직이 시작되고 있었다.


할머니의 목에 손을 대자 자신은 바로 할머니의 숨이 멎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놀라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위치를 말하고 구급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 사이에 그는 담배를 태워 물었다. 응급조치를 하면 살 것도 같은데 자신이 없었다. 왠지 그가 그렇게 사람들을 살린 것 같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뒷 문이 열린 것을 보면서 담배를 태우다가 그는 그의 시야에 들어온 반짝이는 물건에 시선이 갔다. 할머니의 팔목에는 금빛 ‘용’ 무늬가 각인된 금팔찌가 번쩍이고 있었다. 아까 할머니가 탄 곳이 종로 귀금속 거리였다. 아직 고가의 금거래 같은 것은 사람들이 직접 담당하고 있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부자일 터였다. 보통의 상거래는 다 로봇들이 하고 있지만 금 거래는 유일하게 사람들이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리고 이틑날의 기억도 들어왔다.


그는 금세 후회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책상 위에 놓인 할머니의 금팔찌를 왜 들고 왔는지 일기장에 적었다.  

마침 비번이라 이걸 들고 경찰서에 갈 용기가 나질 않아서 뭉기적거렸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아침 일찍 출근하면서 팔찌를 챙겼다. 그리고 택시 관리사무소에 들어가서 자초지종을 말하면서 팔찌를 제출했다.

그리고 밑으로 내려가니 6개월 전 영상들도 순차적으로 기억이 났다.


그는 국가방위사령부에서 일한 킬러였다. 대기업 임원은 국가에서 부여한 위장임무였다. 그가 지웠던 백 개의 영상들은 다 그쪽 프로젝트를 하면서 주고받은 메시지나 임무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사막의 유령’ 그건 두바이를 주무대로 중동지역에서 활약한 그를 일컫는 말이었다. 윤석은 중동지역에서 무려 십여 명이 넘는 적들을 암살했다. 단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었고, 주로 원거리에서 드론을 활용하기도 하고, 라이플 총으로 1킬로 미터 밖에서 국가에서 지정한 요인을 암살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다음날 조사관은 뉴럴링크로부터 약 30개의 로그데이터를 받았다. 전체공개는 부담스럽다는 것이 이유였다.

조사관이 30개가 넘는 영상들의 로그데이터 주소를 확인하니 다 중동지역에서 지난 10년간 벌어진 것이었다.


정 조사관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약 3개월간 퇴직급여를 받았던 기록을 보고 그가 H건설사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피의자 최윤석의 전 직장인 H건설사에 전화를 걸었다.  


“여기서 퇴직하신 최윤석 상무님이라고 계시죠? 그분에 대해서 조사를 좀 하려고 하는데요.”


“어디신가요?”


“검찰 조사관입니다. 정찬주라고 해요.”


“전화로는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제가 방문하겠습니다.”


인사담당 상무는 명함을 내밀었다. 단아한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여자는 한눈에도 프로페셔널해 보였다. 그의 사무실 뒤로 강남대로의 다른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검찰 조사관도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 검찰조사관 정찬주 >란 이름과 검찰청 로고가 박혀 있었다.


“전에 이곳에서 근무했던 최 상무님 관련 혹시 어떤 일을 했는지 해서요.”


“무엇 때문인지 우선 여쭈어봐도 될까요?”


“큰 사건은 아닌데 어쨌든 검찰에서 조사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요.”


“네 뭐가 궁금하실까요?” 여자는 커다란 루비가 박힌 반지를 낀 손으로 하얀 컵을 들어서 차를 입에 댔다. 입술의 붉은 루주가 살짝 하얀 컵 끝쪽에 묻었다.


“1년 전부터 지난 10년간의 삭제 영상을 보던 중에 블러처리가 되어서 저희가 확인해 보니 대다수 중동 쪽에서 나온 것이라 궁금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아, 그거요. 그것은 해외 수주건으로 중요한 프로젝트들이 있어서 그냥 그렇게 본인이 삭제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중요한가요.”


“그럼요. 회사의 기밀이니까요. 안 그래도 그 부분이 걱정이었는데 잘 처리했군요. 역시 최 상무님은.”


검찰 조사관은 대기업 인사 담당 상무의 말을 듣자 더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굳이 다시 그 기억을 최윤석 씨에게 들어갔다고 말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검찰 조사관이 돌아가자 여자는 인터폰을 눌렀다.


“최윤석 씨 처리건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스스로 알아서 기억 딜리트를 다 시켰네.”


“아, 그럼 따로 저희가 작업을 안 해도 됩니까?” 남자의 목소리는 살짝 들뜬 듯했다.


하긴 자신의 상관을 처리한다는 것은 그에게도 부담일터였다.


여자가 그 마음을 읽은 듯이 아무도 보지 않는 사무실에서 썩소를 지었다.  


윤석은 불구속 기소로 처리되어서 벌금 500만 원인가 받았지만 돈이 없었다.


국가는 일단 벌금이 나와서 다시 벌금에서 노역을 받게 하기 위해서 판사는 그에게 재판 출석 명령서를 발부했다. 그것을 받고 그가 재판정 대기석에 있었다.


다음 재판을 위해서 잠시 휴정 중인 때였다.


미리 신청해 놓은 국선변호사가 그에게 문자를 하고 복도에서 서로 핸드폰으로 찾았다.  

“윤석 씨, 왜 벌금을 안 내세요? 지금 이대로 판사님 앞에 가면 그냥 법정구속이에요.”라고 변호사가 말했다.

“돈이 있어야 내지요.” 윤석이 시큰둥하게 답했다.


“혹시 정상참작할 사항 같은 것이 있을까요?”


“정상참작요?”


“흠, 뭐 군대를 다녀오셨다던가, 훈장을 받았다던가 하는.”


여기서는 말을 해도 된다.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의뢰자의 비밀을 말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국선변호사는 그 규정이 더 엄격하다.


“아 저 방위사령부에서 근무했었어요. 그런 것도 정상참작이 되나요?”


국선변호사는 순간 흠칫 놀랐다. 국가방위사령부는 그가 초기 국선변호사를 할 때 들은 단어 중에 있었다.


“대통령 훈장을 받았거나 국정원, 국가방위사령부 같은 출신들은 미리 말씀해 주세요. “라고 법무부 직원이 미리 말을 했던 덕분이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_어 그래, 여기 무료변론 하는 피의자가 있는데 본인 방위사령부에 있었다고 하거든요.
_이름이 최윤석 씨예요.
_생년월일이.....


통화를 마친 국선변호인이 활짝 웃는 얼굴로 왔다.


“보안자료라 무선인터넷으로는 연결이 힘들어서 사무실에 있는 AI법률자문하고 통화를 좀 했고요, 바로 최윤석 씨 방위사령부에서 근무한 것 확인을 해 주었어요. 아마, 제가 생각하기엔 벌금 200만 원 정도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이윽고 약식 재판이 열렸다.

재판이 모두 끝나고 비공개재판으로 열렸다는 점이다.


참석자는 변호사와 판사, 그리고 검사만이 참석했다.


하루종일 기다린 윤석의 차례가 되었다.


“피고 최윤석 앞으로 나오세요.  2124년, 최윤석, 2064년 1월 24일생, 사건번호 202033-1011001건으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는데 못 갚았어요. 맞지요?”


“네 맞습니다.”


“변호인 뭐 이의가 있나요?”


“존경하는 판사님, 피고인 최윤석은 과거 방위사령부에서 국가를 위해서 복무한 기록이 있습니다. “


“오, 그래요? 나도 거기 출신인데. 몇 연대에 있었어요?”라고 판사가 고개를 들어서 아는 척을 했다.


“5 연대입니다.”


“반갑네요. 난 3 연대 법무팀에 있었는데.”


“5 연대면....”하고 판사가 말하자, 윤석이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적국 요인 암살과 행성 파괴부대입니다.”


“허허, 잘 알고 계시네요. 맞아요. 맞아.”


판사는 기분이 좋아진 듯, 모니터에 떠 있는 윤석의 범죄기록을 보았다. 여승객은 나이가 많아서 목적지에서 숨을 거두었고, 그는 가방 여자의 손목에 감긴 금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금팔찌는 당시 택시운전사인 윤석이 훔쳐가긴 했지만, 택시회사에 자진해서 신고했고 결국 유족들에게 먼저 자진해서 돌려주었다는 것도 서류로 확인했다.  


검사 쪽을 불렀다.


“저기 사람들이 이렇게 돌려주고 했으면, 이런 건들까지 기소는 좀 하지 말아 주세요.”


“하지만, 제가 듣기론 저것 말고도 꽤 많은.”


“저기 검사님, 제가 충고드리지만 기소된 건에 대해서만 말씀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네, 선고합니다. 피고자 최윤석 씨. 이번 사건은 기각하겠습니다.”


판사는 판결을 위한 나무망치를 세 번 내려쳤다.


‘땅. 땅. 땅’


나중에 비공개재판이 이유가 궁금했던 검찰 조사관은 국가방위사령부란 말을 듣고 입을 딱 벌렸다.

그건 국가공인 킬러란 뜻이니까.


그리고 그가 기억을 삭제한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윤석의 기억은 급속도로 회복을 해서 그가 비밀리에 벽을 뜯고 그 안에 비밀 일기장을 넣어둑 것도 기억이 났다. 

윤석은 집에 도착하자 마자 일전에 벽에 감쪽같이 벽지까지 발라둔 벽의 특정 지점에 나이프를 꽂아서 신발 박스만한 박스를 꺼냈다. 그곳에는 자신의 총과 일기장이 들어 있었다. 자신의 일기장을 열었다. 그리고 중요표시가 된 메모가 한 장 붙어 있었다.


<윤석, 너는 국가공인킬러야, 조직은 너를 반드시 1년 내 제거할 거야, 네 기억이 적국에게 흘러들어 가면 국가 간의 외교적인 문제가 될 정도로 중요하니까. 그러니 네가 살려면 우선 일단은 네 기억을 모조리 삭제해야 해. 그리고  자신의 기억을 삭제하고 살아야 해. 넌 뉴럴링크 강남점을 찾아가서 다 지우게 돼. 하지만 누군가 너의 기억이 삭제되었다는 것을 증명해 줘야 하니까. 그건 검찰이나 경찰을 활용하면 좋아. 네가 범죄를 저지르면 그걸 역으로 찾아서 네 행적 조사를 할 거야. 워낙 거리엔 안면인식 CCTV가 많으니까. 그리고 네가 뉴럴링크를 방문했다는 것은 네가 근무했던 본사도 알게 될 거야. 그건 네 생명이 안전하다는 뜻이 될 거야. 그리고 네가 운이 좋다면 네 과거의 기억은 다시 찾아지겠지. 그럼. 기운 내라. 넌 멋진 놈이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윤석 넌 애국자야.>


그제야, 두바이 은행에 넣어둔 미화 1천만 불이 기억났다.  

그는 주방의 오픈을 켜서 일기장을 통째로 넣었다. 



주 1 - 블러처리: 일종의 바둑판무늬의 모자이크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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