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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아재 Oct 14. 2024

[엽편소설] 그가 망한 이유

나는 바로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타이밍이 좋았다. 과속스티커가 날아오자 나는 일부러 벌금을 내지 않았다. 그래서, 검찰 직원에게 벌금 대신 노역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자, 직원은 바로 구치소 측에 전화를 걸었다. 


"여기 노역장 유치 입소를 원하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입소해도 되나요?"


잠시 대기하고 있던 나는 검찰직원 3명과 구치소에 도착했다. 검찰 직원이 한 명만 같이 가도 될 듯한데, 내 벌금보다 이 사람들 인건비가 더 나올 것 같았다. 


어차피 자진해서 벌금납부 대신에 노역 유치를 가는 것인데, 마치 범죄자를 이송시키듯이 한다. 어떤 범죄자 이송 매뉴얼이 있는 듯했다. 이렇게 자진 입소를 원하는 경우에는 한 명만 따라가도 되는 것 아닌가.

승용차로 한 40분 즈음 달리니, 멀리 구치소가 보였다.  


구치소 정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자 일반인들은 접근조차 안 되는 건물이 있었다. 이윽고 교도관이 나왔고 검찰 직원들은 나를 인계하고 사라졌다. 


나의 목표가 아직 오지 않아서 나는 일단 혼거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하루를 묵었다. 내야 할 벌금은 20만 원인데 하루 10만 원씩 쳐서 총 2일을 있어야 한다. 물론 반드시 구치소에서 확인할 것이 있어서 일부러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벌금을 내야 하는 타이밍이 공조롭게 잘 맞았다. 


구치소에서의 하루 일과는 매우 단순했다. 

새벽 5시 50분에 기상하고 6시에는 새롭게 뜨거운 물통이 들어온다. 지난밤에 썼던 물통은 나간다. 그리고 6시 50분에는 아침을 먹었다. 10시 50분에 점심을 먹고 12시에서 1시 사이에는 라디오 시청이 있다. 4시 50분에 저녁을 먹고 8시에는 취침준비를 하고 9시에 전원취침이었다. 중간중간에 물통이 서너 시간마다 한 번씩 들어오는 것 같았다. 


노역장 유치라고 해서 무조건 유치장에 오면 외부로 나가서 일을 시킬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누가 그렇게 노역장에 일하러 나갈 수 있냐고 물으니, 그것도 신청해서 선발된 모범수에게만 주는 혜택이라는 교도관의 답변이 돌아왔다. 아무튼 나는 첫날 혼거실에 입소해서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에서 하루를 보냈다. 다들 이곳에 처음 온 사람들이어서 TV 드라마에서 보듯이 먼저 들어온 사람이 방장이랍시고 군기를 잡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튿날이 되자 내 타깃인 박승근이 드디어 입소했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바로 그 방으로 이송되었다.  박승근은 독거실에 있는데, 최대 3명까지도 같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카키색 수의를 입은 그는 살짝 수척해 보였다. 그나 나나 똑같은 하얀색 명찰이다. 

붉은색 명찰은 사형수를 의미하고, 마약범죄자는 파란색, 조폭이나 강력범죄자는 노란색이다. 그 외 사기나 경범죄등은 하얀색이다. 흰색명찰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가 잡범이란 뜻이다. 


그가 혹시라도 다른 범죄에 연루된 것은 없는지도 궁금했었는데 어쨌든 그것은 해결되었다. 

내가 들어가자 그곳엔 나보다 서너 살은 어린 박승근이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학교 다닐 때부터 유난히 키가 컸다. 키 185cm에 몸무게는 100kg 정도로 대학 때는 럭비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나보다 키가 한 10cm 정도는 작아 보였다. 안경을 쓰고 있고, 몸은 다소 수척해보였다. 


우린 저녁을 먹고 할 일이 없이 있다가 내가 먼저 간단한 내 이야기를 시작했고, 어제 주문해 놓은 초코파이와 커피믹스들이 도착했다. 물론 다 계획한 것이었다. 물론 이 구치소내에는 우리 회사와 협력하는 교도관들도 있다. 내 얘기는 간단하게 했다. 그를 자극하기 위해서, 나는 내가 해외에서 유명 대학을 나왔으며, 지금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일시적으로 돈이 돌지 않아서 들어오게 되었다면서, '유명 대학 얘기로' 일부러 그의 자존심을 살짝 건드렸다. 물론 난 이 남자의 이력서도 미리 다 봐서 알고 있었다. 그는 국내 최고의 학부를 나온 인재였다. 그리고 음식을 같이 먹고 싶다고 말하니 그의 표정이 다소 밝아졌다.


“자, 이제 내 얘기는 다 했으니, 이제 형씨, 얘기 좀 해 보소.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말해봐요. 여기 다과도 편하게 먹으면서.” 내 손이 바닥에 놓인 믹스커피와 과자를 가리켰다.  


이제 그가 말할 차례였다. 

그는 바닥에 놓인 종이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그는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믹스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입을 뗐다. 


"좀 긴 얘기인데 괜찮겠어요?" 그가 안경을 콧등으로 올리면서 묻는다. 

"허허, 여기 뭐 놀거리가 뭐가 있다고요." 내가 답했다. 


“저는 국내 최고의 S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어요, 대학원도 나오고요. 그리고 군대를 이년 반인가 다녀오고, 28살인가에 바로 광고회사에 취업했죠. 거기서 동갑내기 아내를 만났죠. 


저보다 3년 직장선배였죠. 남자는 군대를 다녀오니까요. 저보다 선임이었죠. 그리고 한 2년 연애하고 30살에 결혼했어요. 그리고 거기를 한 8년인가 다녔죠. 제 인생의 가장 전성기였어요. 아이도 둘이 태어나고, 치열하게 맨날 밤새워 근무했지만 돈도 제법 모으고 행복했죠. 그냥 그렇게 살았으면 좋았을 거예요. “


그의 시선이 창문으로 비취는 창 밖의 나뭇가지들을 향했다. 저녁시간이 일러 아직 석양빛으로 창문 틀은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구치소 주변은 만끽한 가을맞이 잎사귀가 많은 나무들이 많아서 그나마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여기까지 오시고요.”


“그런데, 광고회사에 있다 보니까 비즈니스가 흘러가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창업을 결심했죠. 그게 제 나이 36살인가 그랬어요. 아내와는 한 1년 해보고 안되면 접을게 하고 시작했는데 아 이게 의외로 잘 되는 거예요. 중국에서 전기자전거를 수입해 왔는데, 너무 잘 팔리는 거죠. 그래서 사실 매년 매출도 증가하고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죠. 지금 생각해도 한 달에 5천만 원, 1억씩 순이익이 남는데 곧 재벌이 될 것 같았죠. 학교 후배들이 찾아오면 하루 100만 원 200만 원 술값도 막 내고 그랬죠.”


“와, 정말 잘 나갔네요.” 내 손가락이 과자를 향했다. 


“그때가 인생의 두 번째 전성기였죠. 후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멈추었어야 했어요.”


“왜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과자를 물고 하는 발음들이 웅얼거리는 소리를 냈다. 


“뭐 한 마디로 눈에 뵈는 게 없었어요. 제 나이 38살에 돈이 술술 벌리고 있었죠. 그게 영원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후배가 찾아온 거예요. 형 답답하게 살고 있다고, 지금 자기가 보기엔 제가 앞으로 재벌이 될 관상이라고 하더라고요. 순진하게 그 말을 또 믿었죠. 그리고는 여자를 한 명 소개해주었어요.”


“여자요? 어떤 여자...”


“아주 예쁜 여자였죠. 그 왜 TV 보면 연예인들이 나플거리는 하얀 블라우스에 윤기 나는 검정 치마 같은 것 입고 나오잖아요. 하이힐 신고.... 위에 정장 같은 것 입고... 뭐 그런 느낌이었죠. 그 여자는 미대 대학원생이라고 했어요. 약속 없으면 저녁식사 괜찮냐고 해서 나가서 먹었죠. 후배하고 3명 이서요. 그리고 집에 왔는데 아니 글쎄 그 잠깐 사이에 제 미의 기준이 확 올라간 거예요.”


“미의 기준요?”


“왜 그런 것이죠. 저녁 내내 와인에 스테이크를 잘라가면서 정장 입은 여자와 밥을 먹고 들어왔는데 목이 늘어난 제 티셔츠를 입고 있는 아내를 보는 그런 순간 말이죠.”


“아니, 그런 모습이 사랑스럽게 보이지 않나요?”


“그때는 뭐가 눈에 씌워졌나 봐요. 결국 돈 벌어서 헌집 바꾸고, 헌차 바꾸고, 결국 헌아내도 바꿨죠.


“아까 그분과.”


“네 맞아요.”


“그래서 그 미대 대학원생 여자분과는 행복하게 사셨겠네요. 본인이 원하던 화려함을 다 가지고 있으니까요.”


“허허, 인생이 또 안 그렇게 흘러가더라고요.”


“제 두 번째 아내를 소개해 준 친구는 이제 노골적으로 회사에 놀러 왔어요. 올 때마다 뭐 아이템을 가지고 와서는 이거 투자하면 어떠냐, 저거 투자하면 어떠냐 그렇게 나왔지요. 저는 그 속을 뻔히 알고 있었지만, 저의 아내를 소개해 준 후배이니 뭐 좀 속는 셈 치고 투자를 해 주자. 없는 셈 치자고 했죠. 결국 3억인가 병원사업에 투자를 했답니다. “


“병원 사업이면 괜찮지 않나요?”


“에이, 무슨 선생님도 병원이 잘되면 왜 외부자금을 투자받아요. 안 받지 한 3년 만엔가 그냥 홀라당 다 날렸어요.”


“후배가 와서 또 투자 얘기를 하길래 제가 화를 버럭 냈죠. 저 이제 투자 안 한다고.”


“그랬더니 이번에는 어디 M&A 하는 회사를 데리고 온 거예요. 여기서 우리 회사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그건 또 귀가 솔깃했죠. 그래서 결국 3번인가 만나고 회사를 매각하는 계약서를 썼죠.”


“투자가 그럼 사기였나요?”


“아뇨, 회사 매각자금으로 무려 200억이나 받았는걸요.”


“와우, 엄청난 돈이네요. “


“그렇죠? 이게 벌써 몇 년 전 얘기예요 10년도 넘은 얘기니 그때는 체감하는 금액이 훨씬 크게 와닿았어요. “


“돈을 받고 세금을 20%나 내는데 정말 현찰로 40억을 내는데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요. 아무튼 그렇게 세금을 내도 160억이나 남았잖아요. 아주 큰돈이었죠. 문제는 제가 돈이 그렇게 많이 한꺼번에 들어오니 교만이 하늘을 찔렀어요. 당장 아파트 또 하나 사고, 차를 또 벤틀리로 바꾸고, 그랬죠.”


“한 번은 펀드운용하는 회사의 친구를 만났는데 재미 삼아 선물(先物)을 하고 있는데 재미가 쏠쏠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얘기를 들어보니 새로운 세상이더군요. 그래서 그 친구 얘기를 듣고 1억인가 넣어봤죠. 

그런데 일주일도 안 돼서 1억이 10억이 된 거예요.”


“와, 대박, 정말요?”


“그럼요, 그게 그렇게 올라가지 않았다면 전 아마 이렇게 크게 물리진 않았을 겁니다.”


“그게 무슨...”


“160억 남은 것에서 부동산 사고 뭐 하고 해도, 당시 제 통장에는 현금으로 백억이 넘게 있었거든요. 제가 1억을 투자해도 가진 돈의 1%도 안 되는 돈이었죠.” 


“그렇겠네요. 와, 근데 아재요, 그게 뭘 사면 그렇게 1억이 막 10억이 되고 그럽니까?”


“콜옵션을 사는 게 있어요. 콜옵션이 뭐냐고 하면 선물에서 특정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금액이에요. 쌀의 경우를 예를 들면 이래요. A는 쌀을 생산하는 농부예요. 현재 쌀값은 80kg 한 가마니에 100만 원 한다고 예를 들어볼게요. 그런데 이 쌀을 90만 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10만 원에 소비자 B에게 미리 파는 거예요. 일종의 할인쿠폰 같은 거죠. 그렇게 되면 B는 언제든지 그 쌀값의 향후 변동과 관계없이 10만 원만 투자함으로써 쌀값은 90만 원에 사는 권리가 생긴 거예요. 이렇게 B가 산 권리가 바로 콜옵션 매수 포지션인 거죠. 이때 투자하는 10만 원이 바로 옵션 프리미엄이라고 하는 것이고요.”


“흠... 재밌네요.”


“이게 재밌는 게요. 쌀값이 상승한다고 예를 들어볼게요. 1년 후에 전 지구상의 모든 쌀농사의 90%가 망했어요. 그럼 무슨 일이 생길까요?”


“쌀 값이 폭등하겠군요.”


“그래서 쌀 한 가마니가 예를 들어서 그냥 1억이 되었다고 칠게요.”


“예를 든 것이니까요.”


“그럼 콜옵션 매수포지션인 사람의 수익은 얼마가 될까요?”


“뭐, 그냥 산수네요. 자신은 언제든지 아니 1년 후에 90만 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1억 빼기 90만 원인 약 9천9백 십만 원이 수익이군요.”


“네 맞아요. 그게 선물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콜옵션을 매도한 사람은 어떨까요?”


“설마 9천9백만 원이 손해인가요?”


“맞아요.”


“와 무섭네요.”


“어쨌든 저는 초심자의 행운으로 단 현찰 1억을 넣어서 일주일 만에 10억이 되었어요.”


“대박.”


“거기서 멈추었어야 했죠.” 그의 시선이 녹슨 창틀로 향했다.


마치 그는 누군가 그때의 그를 가두었으면 하고 바라는 듯한 눈길로 멍하니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


“참 사람이 참아야 하는데 그 십억이 벌리니까, 그것도 자본금은 겨우 1억이었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정말 희한하더군요. 도박하는 사람들도 아마 그렇게 빠질 것 같아요. 제가 클릭 몇 번으로 너무 쉽게 10억이란 큰돈을 벌어보니 돈이 너무 우스워졌어요. 회사일 한 달 내내 힘들게 해도 몇천 남기기 힘든데 이건 너무 쉽잖아요. 톡톡 클릭클릭 몇 번하고 10억이니까요. 저는 거기서 멈췄어야 했죠. 사실 한 일주일간은 잘 참았어요. 그리고 그래 1억만 하자고 생각했죠. 1억을 넣었죠. 그런데 바로 1억이 날아갔어요. 그래서 다시 1억만 더 하고 다시 1억을 넣었죠. 짜증이 나더군요. 에이 좋아 아직 딴 돈이 7억이 더 있으니 7억을 걸었죠. 그랬더니 다시 3억을 벌었어요. 그래서 오 감이 왔다고 생각하면서 10억을 걸었어요. 그랬는데 10억이 홀라당 날아가는 겁니다. 그렇게 선물거래에 미쳐서 저는 결국 160억을 다 날렸어요. 그 기분은 내 손에 있던 파랑새가, 행운의 파랑새가 하루아침에 날아가버린 느낌이었어요. 아, 지금도 그 심정은 도저히 맨 정신으로 말하지 못할 것 같아요. 정말이지...” 그는 눈을 감은채 양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 

나는 가만히 그의 행동을 지켜만 봤다. 괜히 뭔가 한마디만 잘못하면 그의 감정의 발산을 방해할 것만 같았다.  


“저는 당시 1년 기한으로 제가 매각한 회사의 사장으로 있었죠. “조금 전까지 흥분했던 말투는 다시 평정심을 찾고 있었다. 


“처음에 1억이 10억 되는 것을 보았으니까. 10억만 넣어서 100억이 되면 빼려고 했어요. 하지만 제 돈은 다 썼고, 몇 날 며칠을 일에 집중도 못하고 어떻게 하면 회사의 공금을 자금으로 돌릴 수 있을까 생각했죠. 그때 이미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저도 깨닫고 있었어요. 돌이키진 못했지만요. “


“...................” 


“ 당시 제가 매각한 회사회사 공금이라고 왜 운영자금이 한 15억 정도 있었거든요. 원래 제 회사였으니까 회사의 시스템을 너무 잘 알고 있었죠. 좋아, 여기서 한 10억만 바로 당겨서 확실한 텍사스 오일에 투자하자. 바로 돈 벌어서 넣어두면 되지 했지만’이라고 생각하게 패착의 원인이었어요. 결국 그게 제 마음대로 잘 안되었어요. “


그의 입가에는 웃음기가 하나도 없었다. 


그가 장판 위에 놓인 초코파이를 하나 집어서 비닐을 뜯고 통째로 입에 넣었다. 

그리고 아까 마시다 만 커피가 든 종이컵을 들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제가 근무하던 회사에서는 당연히 저에 대해서 형사고소를 했고, 저는 횡령에 배임까지 걸려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아서 구치소에 있는 것이고요. 변호사 하고 협의했는데 잘 받아야 징역 2년보다 짧게는 힘들다고 하네요. 제가 쓴 돈이 있으니까요. 죗값은 잘 받아야지요.”


“그럼, 지금... 재산은....?”


“뭐, 지금은 한 푼도 없어요. 그나마 있던 아파트고 땅이고 다 경매로 넘어갔고, 와이프가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서 미술품 같은 것은 다 처분했더라고요.”


“아이고, 저런.”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더 들어야 할 말은 없었다. 나는 교도관에게 사인을 보냈다. 내 싸인을 보고 연락을 받은 직원이 밀린 내 벌금을 냈다. 20만원중에 10만원은 이미 하루 있었기에 까고 나머지 10만원만 내면 되는 것이었다. 얼마 안남은 하루 있어도 되지만, 밖으로 나가면 더 많은 돈을 번다. 미련없이 나는 바로 풀려나왔다. 


출소하기 전에 기꺼이 내 인터뷰에 응해 준  그에게 인터뷰 비용조로 10만 원을 영치금으로 넣어주었다. 그는 이유도 모르고 그냥 고맙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마중 나온 직원의 차를 타고 가면서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청담동 사모님, 더 이상의 재산은 없습니다. 아마 징역은.... 네 2년 정도 나올 것 같습니다. 초범이기도 하고요.”


전화는 그렇게 끊겼다. 그는 도대체 왜 이렇게 집요하게 특정인으로부터 삶의 궤적을 조사받고 있는지 궁금했다. 어쩌면 그의 전 아내이거나 그에게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은 채권자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업무에 필요한 일이 아니면 더 이상 캐묻지는 않는다. 알아봐야 머리만 아프니까. 


‘띵동’


[ 청담동 사모님께서 500만 원을 입금하셨습니다. ]


내가 기다리는 것은 바로 이거다. 내가 일한 흔적. 

내가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


“김 실장, 청담동 사모님께서 잔금 입금 완료했다. “ 내 목소리가 다소 컸다. 


“어머, 소장님, 의뢰받은 일 하나 또 마무리하신 것 축하드려요. 그럼 오늘 삼겹살 회식 하는 거예요?”


건널목 신호등으로 잠시 멈춘 사이에, 김 실장이 나를 보면서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먹고 죽자, 인생 뭐 있냐? 회사 단톡방에 내가 올릴게.”


드디어 잔금을 받았다. 이런 류의 의뢰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멀리 회사의 간판이 보였다.



{ 캐나다아재 탐정사무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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