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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아재 Oct 15. 2024

이런저런 봉변을 당할 뻔한 미혜

택시기사에게 성폭행 위기에 처한 우리의 미혜



주말 오후 미혜에게 직장 후배가 연락이 왔다.


“언니, 죄송해요. 제가 어머니 수술비를 빌리고 못 갚아서 지금 개인회생을 진행해야 하는데요. 주소지가 없어서 등록이 안된다고 하네요.”


“어머, 그랬구나.”


“그러서 말인데, 언니네 집에 세대원으로 좀 등록하면 안될까요?


미혜는 남편에게 허락을 맡을까 하다가 그냥 등록해 주기로 했다.

집에 세대원으로 등록해 주는 일이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기는 하지만 후배의 동기가 거룩하게 들렸게 때문이었다. 어머니 수술비 마련을 하다가 개인회생이라니.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 절차가 어렵지 않았다.

일단 세대원으로 편입절차는 그 해당 사람이 미혜네 집 주소로 전입신고를 하고 ‘정부24’ 어플에 들어가서 사실확인 버튼만 누르면 끝이었다.


“고마워요. 언니.”


“에이, 그것가지고 뭘.”


문제는 그 다음에 연락이 또 온 것이다. 그건 삼 사일정도 지난 뒤였다.


회사에서 말해도 될 텐데, 항상 전화만 한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니?”


“언니, 다름이 아니라 변호사 사무실에서 무슨 거주확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서류 몇 개만 떼달라고 하네요.”


“무슨 서류?”


“제가 불러드릴게요. 잠시 메모 가능하세요?”


“어, 불러봐.”


“네, 주민등록등본 한 통 하구요. 부동산 등기부등본 그리고 인감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해요.”


미혜는 그날 오후에 동사무소로 갔다.


가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감증명서라니, 그건 함부로 떼 주면 안되는 거라고 배웠다.

그리고 후배가 떼 달라고 하는 서류에 대해서 전달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것 떼 줘도 되냐해서 전화했어요. 당신 바쁠텐데 번거롭게해서 미안해요.”


“어, 아냐. 그런데 그것들은 다 남의 집을 담보로 사채 대출받을때 필요한 서류들인데. 당신 알고 도와주려고 하는거야?”


“아, 정말요?”


“허허, 우리 착한 와이프 그거 몰랐구나. 당신이 알고 해 주는 것은 괜찮아. 만약 한 5백만원 정도 수준이면 해 줄수도 있지. 이 정도이면, 그런데 어떤 후배야?”


“입사한지 한 1년정도 된 후배에요. 그렇게 친하진 않고.”


“그럼 기분 나쁘지 않게 정중하게 거절하면 좋겠네요. 남편이 반대한다고 하고. “


“어머, 미안해요. 당신 안 그래도 바쁜데. “


“어, 전혀. 난 당신이 이렇게 뭐 일이 있을때 먼저 상의해 주는게 너무 고마워요. 이따 저녁에 봐요.”


남편은 항상 신세를 지는 느낌을 들게 만든다. 


뭔가 일을 쉽게쉽게 처리해 낸다.


그리고, 미혜 자신에게는 별로 티도 안낸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정말 나쁜 사람인데, 왜 자신에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혜는 문득 남편 생각이 이어져서 핸드폰에서 신문기사를 들췄다. 얼마 전에 포털에서 저장해 둔 기사였다.


어떤 택시기사가 운행 중에 심정지로 사망했다는 기사였다.


그때 일이 확 또 떠 올랐다.


화근은 모처럼 직장에서 회식을 마치고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직장동료들이 잡아둔 택시를 타면서였다.


택시를 카카오T, 우티, 타다, 아이엠 같은 특정 택시 앱을 통해서 호출하면 택시기사들은 얌전했다. 자신들의 이동기록이 GPS와 앱에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별점을 통해서 서비스 만족도 등이 평가된다. 하지만 그냥 거리에서 그냥 손을 들고 잡은 택시기사들은 달랐다. 그들은 별점을 통한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거리의 택시기사들은 익명성이 대충 보장되기에 매우 난폭했다.


“절대 핸드폰 택시호출 앱을 통하지 않고는 택시를 타지 마.” 신랑은 늘 이걸 강조했다.


“왜요?”


“옛날에는 그냥 택시를 타서 강력범죄가 많았어. 지금은 그런 강력범죄가 거의 없잖아. 상황이 범죄자를 만드는 거야. 물론 거리에서 택시를 타도 지금은 CCTV도 많고 다 잡히지만, 그래도 앱을 통해서 부르면 실시간 GPS로 다 확인이 가능하거든. 발뺌하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당신이 택시를 타고 오면서 나한테 공유해주면 내가 당신이 어디즈음 오는지 다 알 수 있으니까. ” 남편이 나긋하게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날은 직원들이 잡아둔 택시여서 하는 수 없이 탔다. 대신에 남편에게 그녀는 택시를 타면서 택시의 번호판을 찍어서 보내두었다.


[미혜] [ 이제 사람들이 택시잡아줘서 타고가요. ]


[남편] [내가 술 먹어서 못 데리러 가서 미안해요.]


image146.jpg가 전송되었습니다.


[미혜] [ 괜찮아요. 택시 탔어요. 당신이 말한데로 번호판 찍어서 보냈어요. ]



택시는 남부순환로를 따라 달렸다. 남편이 항상 이곳으로 지날때마다 알려주어서 도로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택시는 큰 길가의 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좁은 길로 우회전을 했다. 뭔가 목적지가 아닌 어디론가 빠지는 듯 싶었다. 이런 곳에 고물상이 있었나?


미혜의 눈에 큰 고물상 간판이 보였다.


차는 틀림없이 남부순환로를 잘 달리고 있었는데 차가 골목길을 끼고 우회전을 하는 바람에 어느 순간 미혜의 눈에 고물상이 나타난 것이다.


“어머, 기사님, 어디로 가는거에요?”


“........................” 기사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저, 이거 보세요. 기사님 차량번호 남편에게 보내두었어요.”


미혜가 핸드폰 화면을 기사에게 보여주면서 소리를 빽 질렀다.


그제서야 택시기사가 홱 뒤를 돌아보았다.


“에이, 쓰발. 재수없게”


기사는 씩씩거리면서 차를 다시 큰 길가로 몰았다. 그리고 말도 없이 총알택시마냥 엄청난 속도로 도로를 질주했다. 그리고는 미혜가 말한 아파트의 목적지보다 몇 백미터는 못 미쳐서 세웠다.


“아줌마, 요금 주세요.” 길 가에 차를 세운 기사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미혜는 아직도 심장소리가 귀에서 쿵쾅거리는 것 같았다.


“현찰은 없어요. 여기하고 카드를 내밀었다.”


남자는 손만 어깨너머로 넘어와서 카드결제를 하고 미혜를 내려주었다.


미혜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심호흡을 하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아파트 입구 밖으로 남편이 금새 뛰어나왔다.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양손에는 슬리퍼를 들고 있었다.


남편은 금방 상황을 파악했다.


“에구, 많이 놀랬겠네. 딱 보니까, 이 놈은 상습범이네.” 미혜의 남편이 고개를 저으면서

미혜에게 말했다.


“좀 걸을까.” 어차피 아파트 단지안으로 몇 백미터는 걸어들어가야 한다.


시계를 보니 10시 반이었다.


“저기 아줌마 여기서 우리 둘이서 3차를 하고 들어가면 어떨련지요?” 남편이 그녀에게 말했다.


“좋아요.” 안그래도 그냥 들어가면 찜찜한 기분이 남아있을 것 같았다.


생맥주 500cc 두 잔을 시키고 양념반 후라이드반을 시켰다.


시원한 맥주가 들어가자, 미혜는 그제서야 놀란 마음이 올라와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우리 미땡이, 많이 놀랐구나.” 남편은 미혜를 애칭으로 미땡이라고 부르곤 했다.


남편이 그녀의 눈치를 보면서 얼른 휴지를 뽑아서 주었다.


사각 플라스틱 휴지통에는 휴지가 몇 칸 남아있지 않았다.


미혜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긴장되었던 마음에 남편을 보니 마음이 확 풀어진 덕분이다.


미혜는 코까지 풀었다. 남편은 사각 화장지 통 안에 휴지가 없자, 주변을 둘러보다가 주인이 서 있는 카운터쪽으로 갔다. 그 사이에 테이블 위에 놓인 남편의 핸드폰에서 메세지가 하나 알람으로 떴다.


[ 괜찮습니다. 또 사모님 일이신듯? ㅋ ]


사모님이란 말에 미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메세지를 노려보았다. 그 ‘사모님’이란 아마도 자신을 말하는 듯 했다. 그 사이에 눈물이 멈추면서 호기심이 확 올라왔다.


남편을 보니 카운터에서 다른 손님이 계산하는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전에 미혜의 남편은 자신의 휴대폰의 패턴 패스워드를 미혜에게도 알려주었다. 자신은 숨기는 것이 없다면서 자신의 패턴이 사각형이라고 알려준 기억이 났다.


남편이 아직 멀리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미혜는 남편의 핸드폰을 가지고 와서 사각패턴을 그렸다.

사실 핸드폰을 본다고 뭐라고 할 사람도 아니다.


“나 당신 핸드폰 봐도 돼?”


“어, 봐도 돼요. 언제든지. 난 당신 돌쇠니까. 마님께서는 언제든지 열람권이 있사옵니다. ” 그렇게 너스레를 떨었었다.


얼마 전에 그랬기에, 지금 살짝 몰래 보는 것이 맘에 걸리긴 했지만 미혜는 멀리있는 남편을 의식하면서 남편의 핸드폰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바로 조금전까지 누군가와 대화하던 메신저의 대화창 화면이 열렸다.



[ 윤석아, 오늘 당번이지? 이 번호 확인 좀 부탁해. 긴급으로 ]


image146.jpg가 전송되었습니다


[ 팀장님, 신변확보했습니다. 오늘 운전자는 송영곤 기사입니다. 전과 7범이고 성범죄 전과도 있습니다. ]


[ 집주소하고, 범죄 경력 다 확인 좀 해 봐. ]


[ 이미 확보했습니다. 이건 사진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image_099.jpg가 전송되었습니다


[ 그래, 고마워. 저녁에 일 시켜서 미안. 워낙 급한 일이라. ]


[ 괜찮습니다. 또 사모님 일이신듯? ㅋ ]



그게 끝이었다. 처음 신랑이 직장 후배에게 보낸 이미지는 미혜가 신랑에게 보낸 이미지였다.


그리고 후배에게서 온 이미지는 4장의 사진이 같이 와서 이미지들이 작아서 무슨 서류와 컴퓨터 화면들이라 굳이 그것까지는 열어보고 싶지 않았다.


미혜는 순간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든든하면서도, 알수없는 남편의 정체였다.


국가기관인가?


뭐가 이 남자는 항상 엄청 무슨 액션이 빠르다.


전에도 그랬었지.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콜센터에서 진상고객은 거의 사라졌다.


인터넷 괴담으로 누군가 콜센터 얘기를 했던 것 같았다.


제목이 ‘진상고객 콜센터 처리방법’인가로 마치 유명 짤처럼 돌아다녔는데, 후배가 언니 이것 좀 보세요 라고 해서 공유해 주어서 보았다.


에이, 몰라 나만 편하게 살면 되지.


하지만 이렇게 쉽게 일반인들을 죽이는 것은 킬러 아닌가.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쉽게 눈도 깜짝하지 않고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이러다가 나도 이 남자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 아닌가.


뭐, 이렇게 멋지게 살다가 죽으면 어때.


어쨌든 이 남자는 나를 위해서는 목숨도 내 놓을 것 같은데.


별의별 생각이 몽상처럼 꼬리를 물었다.


불안했던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남편이 빙긋이 웃으면서 새 플라스틱 휴지통을 가지고 오면서 미혜의 끝없는 몽상이 멈췄다.


그녀는 그날 그렇게 남편의 위로를 받으면서, 떨리는 가슴을 진정할 수 있었다.


한동안 일이 많아서 바빠서 미혜는 다른 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한 일주일인가 있다가 뉴스가 나왔다.


우연히 직원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식당의 주방쪽 천장 밑에 단단히 달아놓은 큰 TV에서 나온 뉴스였다.


주문을 마친 사람들의 시선이 뉴스로 향했다.


< 다음은 택시기사가 운전 중에 심정지로 사망한 사건입니다. 50대 송모 기사는 남부순환로 인근 고물상 뒤쪽에서 발견이 되었으며 이미 발견당시 심장이 멎어 있었다고, 택시를 발견한 행인이 진술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부검을 하겠지만 타살의혹은 없어보인다고 합니다. >


미혜는 그 택시의 외관을 찍은 영상을 보면서 그 차량 차량번호를 똑똑히 봤다. 자신이 탔던 바로 그 회사의 택시였다.


00운수의 해당 차량번호가 맞는 것 같았다.


“어머, 미혜씨 칼국수 불겠다. 뉴스를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거야?”


두 테이블이나 차지한 미혜의 직원들 중에서 저 쪽 끝에 앉은 팀장의 목소리였다.


“호호, 아니에요.”


미혜는 그제서야 자신앞에 나와 있는 칼국수를 봤다.


하얀 면들이 멸치육수 국물에 뽀얗게 뽀글거리고 있었다.


꼭 남편이 했을리는 없다. 남편의 후배도 있고, 그 조직도 있다.


항상 면 부터 먹지만, 오늘은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미혜는 스탠 숟가락을 들어서 둥근 뒷면을 천천히 흰 면위에 대고 눌렀다. 천천히 숟가락의 오목히 들어간 쪽으로 황금색 국물들이 쪼르르 따라 들어왔다.


그걸 입에 대고 쭉 들이켰다. 뜨거운 국물이 입안을 스치면서 목젖을 넘어들가는 것이 시원한 폭포수가 흘러들어가는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와, 시원하다.” 하도 목소리가 커서 사람들이 그녀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정말 시원하지 않니?” 그녀가 또 말했다. 자신의 테이블에는 동기들과 후배만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동시에 남편을 떠올렸다.


‘개새끼, 정말 잔인한 새끼, 늘 이런 식으로 사람을 함부로 죽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살인 청부업자가 틀림없다. 흥, 고물상 뒤, 그곳은 하마터면 내가 큰일 날 뻔한 곳이잖아. 저건 의도한 것이 틀림이 없네.’


하지만, 동시에 참을 수 없는 사랑과 그리움이 몰려왔다.


이 남자는 도대체 자신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신랑이기 이전에 또라이거나 미친 놈이 틀림없다.


남편은 날렵한 외모와는 달리 도베르만처럼 날렵한 이미지가 아니다.


미혜는 왜 그런지 몰랐다. 오히려 생각하면 악어나 불독에 가깝다. 다리는 짧고 목도 짧은.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 


맹수는 닭을 좋아한다.


이번 주말에는 닭백숙을 해 줘야 겠다.


그리고 남편의 어깨를 확 깨물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빨자국을 내 놓을 것이다. 내꺼니까. 내 맘대로 할거다.


이제 칼국수의 면을 칠 차례였다.


그녀의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미혜의 동기 주혜는 칼국수를 놓고 눈에 눈물이 살짝 고인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요즘 진상고객들 때문에 마음 고생이 많은 친구가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요즘 힘들어. 우리 참고 조금만 더 힘내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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