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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아재 Nov 18. 2024

[SF초단편] 고추댕강

성범죄자들의 물리적 거세가 시작된다. 

서기 2114년, 이제 사회는 기업들은 각자의 회사 AI 시스템의 지도하에 모든 로봇들이 일을 하고 있고, 국가는 거대한 AI시스템으로 편안하게 작동하고 있다. 사람들은 편안하게 놀고 즐기면 되는 세상이다. 누구나 기초연금을 몇 백만 원씩 받고, 정부에서 모든 주택도 기본 공짜로 제공한다. 스무 살이 넘어서 독신으로 살면 10평 아파트, 결혼하면 최소 25평 아파트를 국가에서 무상으로 제공해 주었다.


사회가 먹고살만해지니, 웬만한 생계형 범죄도 확 떨어졌다. 가끔 증오형 살인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워낙 횟수가 미미해서 국가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국가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성범죄였다. 사람들이 향략적으로 변하면서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하고 벌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 시대적인 배경을 타고 기회를 잡은 사람이 생겨났다. 대통령 선거를 마치고 사람들은 경악했다. 말도 안 되는 공약을 건 후보가 당첨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보는 다른 경제정책을 건 것도 아니었고, 단지 딱 하나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 고추를 자르겠다는 허무맹랑한 공약을 내 걸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선거기간 내내 실제 지방에서 따온 채소 고추를 들고 매번 그 매운 고추를 입으로 뜯어가면서 퍼포먼스까지 펼쳤다.


“성범죄자들의 고추를 잘라버리겠습니다.”


그는 TV에 나올때 마다 이 얘기를 했다.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그의 대선공약 CF를 보면서 박장대소했다.  


“고추댕강이 나왔다야.” 


남자들이 농담으로 받아드리는 사이 전국의 여성 유권자들은 그걸 선호하고 환호했다. 단, 그는 기존에 성범죄자들까지 소급적용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 말도 안 되는 공약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전국의 여성 단체들과 여성들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입었다. 입소문을 거쳐서 그는 당당히 제 41대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다. 개인자격으로 단독출마한 그가 당선되자, 재집권을 노리던 다수당이면서, 당시 여당이었던 보수당은 발 빠르게 그를 보수당 쪽으로 영입했다.


그 결과 다수 의석을 지닌 보수당은 다시 여당이 되었다. 보수당이 새로운 대통령을 영입하게 되자 모든 보수당 소속의 국회의원들은 사기가 고무되었다. 권력을 지속적으로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힘이자 보상이기 때문이다. 실제 그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소위 ‘고추댕강’법을 1호 법안을 상정시켰고, 법사위를 거쳐서 빠르게 공표까지 되었다. 그것이 그가 보수당과 손을 잡은 이유이기도 했다. 대통령 당선자는 자신의 대통령 공약을 빠르게 공표하기를 원했고, 보수당은 새로운 집권 여당이 되고 싶어 한 결과였다. 그래서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말이 되게 되었다.


이 법안이 공표되고 시행이 바로 되자 마자 남자들은 긴장했다. 막 그 재수없는 1호 사건이 터졌다. 


“아, 씨발 왜 나야, 재수 없이.”


점백 사장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자신은 술집여자가 꼬리를 쳐서 그녀를 덮친 것이라는 것의 그의 논리였다. 그는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하면서 공탁금으로 무려 3억이나 걸었다. 물리적 거세를 위해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사람들의 관심이 초집중 되었다. 가뜩이나 특별한 사건도 없이 무료한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왠만한 일은 AI자율주행이 시행된 이후에는 교통사고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전국이 그냥 평온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전국민적인 관심에 힘입어서 생중계로 진행되었다.


원래도 형사재판은 TV 생중계로 진행이 되지만, 피해자가 거부를 하면 비공개재판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가해자는 그걸 거부할 권한이 없지만, 피해자가 원하면 그건 들어주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국민적인 관심이 커서 검사측은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설득했다. 피해자 지원금의 2배 지급과 즉시 지급을 약속하자, 피해자도 TV생중계에 동의해주었다.


재판도 공개재판 형식으로 방청객을 모집했는데,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섰다.

제 30 형사부 재판장은 412호 법정에서 벌어졌다. 재판장은 이미 방청객들로 인산인해였다. 

판사가 입장하자 법원서기가 외쳤다.

 

“전원 기립”


판사의 판결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모두 판사가 앉을때까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 명의 판사들이 자리 앉자, 법원서기가 다시 외쳤다.


“일동 착석”


방청객을 포함한 검사와 피고인 모두 자리에 앉았다. 피해자의 신변노출을 막기 위해서 피해자석은 별도의 통로로 연결시킨 칸막이가 쳐져 있었다.   

재판이 열리자 판사가 제일 먼저 진술거부권을 고지했다.


“피고는 일체의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검사의 모두진술이 있었다.


“피고는 지난달 10월 10일 친구들 2명과 00 유흥주점에 가서 술에 만취해서 정신을 못 차리는 접객도우미 000 양을 강제로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가서 성추행 및 성폭행했습니다. 이에 성폭력처벌법 297조 강간과 297조 2항의 유사강간 그리고 298조의 강제추행 그리고 299조의 준강간의 죄를 물어서 징역 5년 및 물리적 거세를 처해주시길 바랍니다. ”


판사는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물었다.


“검사의 말에서 틀린 부분이 있습니까?”


점백의 변호사가 말했다.

“이의가 있습니다. 정황상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고 저희 피고를 꼬신 부분이 빠져있습니다.”

이때 점백이가 변호사쪽으로 몸을 기울여서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변호사가 급하게 막으려고 했지만 늦었다.

“네, 다 인정합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그리고 한쪽 입술이 올라간 미소 짓는 표정으로 배심원석을 한번 훑었다.

그 장면은 그대로 TV를 통해서 전국에 생중계 되었다.


점백은 자신이 있었다. 자신은 막대한 재산을 기반으로 최고의 변호사들을 대동했고, 자신의 재산으로 앞으로 계속해서 2심 3심 올라가서 뒤집을 생각이었다. 한마디로 그는 이 재판을 가지고 오래도록 지루한 구치소 생활을 즐길 생각이었다. 그는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것 어디 한번 놀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판사는 배심원단을 향해서 결정한 바를 알려 달라고 했고, 그는 유죄가 인정되었다.

“좋습니다. 구형합니다. 피고 김점백은 징역 4년에 물리적 거세형에 처한다.”

판사의 나무망치를 높이 들었다. 판결봉은 힘차게 머리를 나무판에 박았다. 상대방에게 '넌 뒤졌어'라고 박치기를 하듯이.


‘땅. 땅. 땅.’


이 장면은 워낙 전국적으로 반향이 컸다. 실시간으로 재판 결과를 본 사람들이 바로 집행을 원한다는 탄원서를 온라인으로 올렸다. 특히 여성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바로 보고 받았다.


“각하, 국민들의 청원이 장난이 아닙니다. 특히, 여성분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습니다.”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여성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이 분노를 어떤 식으로 잠재우지 않으면 자신에게 피해가 올 수도 있었다. 마치 밥을 할 때 뜨거운 김을 먼저 빼고 뚜껑을 열지 않으면 뚜껑이 날아가서 천장 조명을 깰 수도 있는 것이 대중의 분노이고 여론이었다. 대통령은 그런 원리를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이런 생각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비서실장이었다. 그는 얼른 움직였다.


그래서, 김점백 대표가 이의신청을 하고 , 2심 재판을 청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해당 법무법인의 대표를 불렀다.


“자네를 우리 청와대로 부를 생각인데....”


비서실장의 이 한마디로 법무법인은 의도적으로 2심 재판에 내는 서류를 쥐고 있었다.

이미 2심 재판 서류를 다 낸 줄 알고 편안하게 있던 점백은 뒤집어졌다.


“변호사님 어제 2심 청구는 잘하신 거죠?”

“아, 죄송합니다. 저희가 날짜를 착각해서요. 어제가 이의신청 마감일인데 제가 바빠서 그만 깜빡했습니다.”

변호사가 고개를 푹 숙였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 이의신청을 못해서 2심 재판 청구는 아예 하지도 못했습니다.”

“아니, 대한민국 최고라는 법무법인에서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제가 재판 수임료를 얼마를 냈는데... 아니...”

점백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는 그대로 화가 치밀어서 기절했다.


눈을 떠 보니 그의 방에는 쪽지가 도착했다. 수임을 포기하고 받은 돈은 다 돌려드린다는 내용의 쪽지였다.

점백은 한마디로 똥줄이 탔다. 정말 나를 거세시킨다고?

이 천하의 점백이를?

말도 안 되지.

화가 너무 나서 그는 소리를 질렀다.

‘아아악. 아아악.’


잠시 후 의료진이 뛰어들어와서 그에게 진정제를 투여했다. 그는 지금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테스트의 산 증인이었다. 그가 다치면 안 되기에 대통령은 최대한 신경 써서 의료진까지 대기시켜 놓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 ‘고추댕강’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매우 궁금해 했다. 진짜로 진행이 될 것인다. 아니다, 중간에 피고인이 항소해서 아마 집행유예나 형이 감형될 것이다.  사람들은 모이면 사석에서 다들 이 사건에 대한 얘기로 뜨거웠다. 


이윽고, 언론을 통해서 속보가 나왔다. 

“피고인이 2심 상고를 포기했습니다. 정확히는 상고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해당 법무법인에서 착각을 했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네, 모종의 법률적인 거래가 있었는지 의심의 정황이 있습니다만 일단 2심 상고 마감 기한을 넘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언론들조차 한국에서 벌어진, 22세기 이 말도 안되는 사건에 대해서 매우 흥미로워했다.

세계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단계여서, 꼭 한국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특히 긴장하는 나라는 인도였다. 아직도 인도에서는 여러 문제들이 많이 발생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고추댕강’을 집행하는 날이 다가왔다. 


바로 역사적으로 첫 ‘고추댕강’이 이루어지는 날. 구치소 앞에는 수백 명이 넘는 여성들이 모였다. 그중에는 유흥업소 종사자라고 피켓을 들고 나온 여성들도 있었다. 여성단체와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쳤다.

‘성범죄자에게 댕강을.’


청중들 앞에 나선 다소 몸집이 좋은 나이 먹은 여자가 마이크에 대고 ‘성범죄자에게’하고 외치면, 뒤에 서 있는 많은 여성 회원들이 입을 모아서 ‘댕강을.’하고 따라 했다.


구치소에서 TV로 그 장면을 강제로 시청하고 있던 점백은 고개를 저었다. 점백은 너무 억울했다. 물론 자신이 강제로 여자를 범한 것은 맞지만, 어차피 그녀는 돈을 받고 섹스를 제공하는 것이 ‘업’인 여자다. 그런 여자를 강제로 범했다고는 하지만 평범하고 순진한 여자를 범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지탄받을 일인지 따져 묻고 싶었다.


구치소로 병원의 환자 이송차량이 들어갔다. 그리고 수갑을 찬 채로 점백이가 끌려 나왔다.

그는 이제 악에 받쳐 있었다.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댔다.

“지금 병원으로 실려가서 첫 집행이 되시는데 소감이 어떠신지요?”

“기자양반, 내가 정말 억울하오. 직업여성을 그냥 한 것이 그렇게 문제가 되오? 어? 아 쓰발 정말 열받네, 아무튼 내가 출소하면 복수할 테니까 어디 두고 봅시다.”


그러면서 양쪽에서 교도관이 팔짱을 끼고 있는데도 기자를 향해서 발길질을 했다. 그 장면이 전국에 TV로 실시간 송출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동정심 같은 것까지 버릴 수가 있었다.

병원 앞에는 00 남성인권단체라는 남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선글라스까지 쓴 새로로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피켓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 남자가 고추가 없으면 무엇으로 살리오. ]

[ 고추를 자르느니 내 목을 쳐라. ]

[ 고추 먹고 맴맴. ]

[ 조선시대 내시를 만드는 것보다 더 잔인한 인격살인. ]


이런 등등의 자극적인 말이 쓰여 있었다.


수술 10시간 후.

집도를 담당한 의사가 취재진의 허락하에 얼굴을 가린 채 인터뷰에 응했다. 얼굴을 가린 것은 혹시나 모를 수술당사자나 그 지인들의 보복이 있을지 몰라서 일단 가리기로 결정된 것이었다.


“수술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댔다. 

“생각보다 잘 되었습니다.”

“생식기는 어느 정도 남겨 둔 것인가요?”

“그냥 소변만 볼 수 있을 정도의 거의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런 대체 용품을 끼고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건 힘들 겁니다. 남자의 생식기를 잘라내면서 대신 기존 쳐져 있던 불알을 위로 올렸습니다. 그래서 물리적인 성행위는 힘듭니다. 잘 아시겠지만 불알은 건드리기만 해도 엄청난 고통이 따르니까요.”

“아..... 네, 이상 MKKK 뉴스의 정찬주 기자였습니다. “

기자는 당황해하면서 서둘러 인터뷰를 마쳤다.


법안이 시행되고 1년이 지났다. 한국에서는 이제 성범죄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인도에서 같은 법안을 내건 후보자가 나왔는 국제 뉴스가 해외토픽으로 올라왔다. 나중에 나온 후문은 당시 가해자였던 점백 대표는 횡령까지 나와서 결국 강력한 세무조사를 통해서 회사는 폐업했고, 아내와는 이혼했다는 얘기만 들렸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중국은 한국의 이 제도가 더 강력하다고 생각해서 기존 사형제도 일변에서 벗어나 초기 성범죄자들에 한해서 물리적인 거세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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