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체아주라를 디렉팅하며
올리브영, 롭스, 로켓 배송 등 내가 원하는 제품을 TPO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이 유통시장에서 고객들에게 "기다려"라고 말하는 일이 정말 쉽진 않다.
쉽게 살 수 있는 품목이면 더더욱 어렵다.
마스크팩, 바디워시는 관여도가 비교적 적고 마트에서도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제품들이 정말 많기 때문에 와디즈에서 잘 되지 않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첫 미팅 자리에 딱 가서 제품을 보면서 오로지 '차별화'에 집중했다. 그래 고객들아! 당신들이 마트 가서 싼 거 사도 되는데 그럼에도 우리 제품 사야 하는 이유는 _______________야. 의 네모칸이 뭔지 메이커님과 길게 논의했고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background스토리가 너무 좋아서. 저 네모칸을 채우기가 참 수월했다. 샤워했는데 향수 뭐 쓰냐고 물어봐요,라는 카피도 이 브랜드 스토리를 듣다 보니 바로 떠올랐던 카피다. (뿌듯하군ㅎ)
결국 좋은 성과를 내는 팀들의 특징은 저 네모칸을 정말 잘 채운다는 것이다. 이 칸이 뚜렷하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관여도와 상관없이 고객들은 주목하고 투자한다.
이 부분도 디렉팅을 할 때 관건이었다. 향을 실제로 맡을 수 없는데 마냥 좋다고 얘기하면 당연히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직원분들 리뷰로 향에 대한 설명을 넣어놓긴 했지만 오히려 와디즈 고객들을 믿었다. 체험단을 통해 미리 고객들에게 제품을 써보게 한다면 아마 우리보다 더 좋은 언어들로 제품의 향을 설명해주실 거라 예상했고 적중했다. (나는 우리 고객들을 정말 사랑한다, 진정한 프로 컨슈머,,)예상되는 risk가 있다면 깨면 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바디워시 씨솔트향 후기, 바닷가에서 맡는 향기로운 꽃향기라니 어떻게 이런 문장을 구사하지.
이 질문은 정말 뻥 안치고. 모든 미팅에서 메이커들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나의 안목을 신뢰해주는 것은 정말 고맙지만 제품만 봤을 때는(말 그대로 see) 절대 모르겠다. 다만 저 차별화에 대해 뾰족하게 정의내리는 팀이 늘 좋은 성과를 만들어왔던 것은 확실하다. 또한 나는 SNS 광고 효율을 믿는다. 광고 효율이 좋다 = 대중이 반응한다. 즉 SNS광고효율이 대중의 시각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어렵다. 나도 어렵다.(ㅎㅎ살짝 눈물이...) 월 약 20개의 제품을 만나는데 그때마다 아이디어가 번쩍번쩍 떠오를 수는 없지만.그래도 미팅 때 이 차별화를 주제로 브랜드들과 정말 열띤 토론을 해낸다. 그런 진심들이 모여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지치지 마시기를!